[2010/02/11] 우리말) 고랑과 두둑

조회 수 3297 추천 수 122 2010.02.11 14:37:45

두둑은
논이나 밭을 갈아 골을 타서 두두룩하게 흙을 쌓아 만든 곳입니다
.

그리고

이랑은
갈아 놓은 밭의 한 두둑과 한 고랑을 아울러 이르는 말입니다.

 

안녕하세요.

아침부터 눈이 내리네요
.

저는 요즘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
회사일을 혼자 다 하는 것도 아니고
,
제가 이렇게 한다고 우리나라가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
저는 왜 이렇게 만날 바쁜지 모르겠습니다
.
어제 설쇠러 올라오신 어머니의 첫 말씀이 "왜 이리 핼쑥해졌냐?"였습니다
.

그래도 이렇게 열심히 살다 보면

고랑도 이랑 될 날이 있겠죠?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는데, 제 삶에도 그런 날이 있겠죠
? ^^*

곧 설입니다
.
고향을 생각하면서 오랜만에 농사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

농사를 지으려면 땅에 바로 씨를 뿌리는 게 아니라
,
고랑과 이랑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
그래야 물이 잘 빠지고, 식물 뿌리가 숨을 쉴 수 있습니다
.

그래서 땅을 파서 두둑하게 쌓는데, 그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좀 파인 곳이 있게 됩니다
.
그런 일을 간다고 합니다. 논을 갈다, 밭을 갈다할 때의 갈다가 그 뜻입니다
.

고랑은

두둑한 땅과 땅 사이에 길고 좁게 들어간 곳으로 이 고랑이 바뀌어 ''이 되었습니다
.
그 골이 산에 있으면 산골이 되는 것이죠. 산골짜기의 그 산골
... ^^*

두둑은

논이나 밭을 갈아 골을 타서 두두룩하게 흙을 쌓아 만든 곳입니다
.

그리고

이랑은
갈아 놓은 밭의 한 두둑과 한 고랑을 아울러 이르는 말입니다
.

두렁은 좀 다릅니다
.
고랑이나 두둑, 그리고 이랑은 논이나 밭 안에 있지만
,
두렁은

논이나 밭의 가장자리로 작게 쌓은 둑이나 언덕을 가리킵니다
.
논두렁, 밭두렁할 때 그 두렁인데, 이게 논이나 밭 안에 있으면 이상하겠죠
? ^^*

그 두렁은 곡식을 심지 않습니다
.
그러나 우리 조상님은 그 땅마저 아까워 그 두렁에도 콩이나 팥, 옥수수 따위를 심었습니다
.
그게 바로  '두렁콩'입니다
.

설도 며칠 남지 않았는데, 고향 생각나는 낱말 하나 더 소개해 드릴게요
.
바로 '거웃'이라는 낱말입니다
.
거웃은

한 방향으로 한 번, 죽 쟁기질하여 젖힌 흙 한 줄을 뜻합니다.
흔히
,
양방향으로 한 번씩 쟁기질하여 두 번 모으거나

양방향으로 두 번씩 쟁기질하여 네 번 모아서 한 두둑을 짓죠
.

아침부터 눈이 내리네요
.
이러다 고향 가는길 힘들어지지 않나 모르겠습니다
.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
아빠, 원준이 또 똥쌌어요
]

'
아빠, 원준이 또 똥 쌌어요
.'
'
?
?'
'
저는 화장실 가서 누는데 원준이는 만날 기저귀에다 싸요. 그쵸
?'

오늘 아침에 제 딸이 저에게 일러바친 말입니다
.
제 딸내미는 이제 막 36개월을 넘어섰습니다
.
이 어린것이 말을 배워가는 것을 보면 참 재밌습니다
.
언젠가는 시장에서 한 아주머니가 하시는 말씀을 듣고
,
'
아빠, 저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죠. 그쵸?'라고 말해 저를 깜짝 놀라게 하더군요
.
이 어린것이 벌써 틀리다와 다르다를 갈라 쓰고 있으니 얼마나 기특해요
.

앞에서 제 동생이 똥을 쌌다고 하고

자기는 똥을 눈다고 했는데요.
이것도 정확하게 갈라서 쓰고 있는 겁니다
.

'
싸다'

'
똥이나 오줌을 참지 못하고 함부로 누다.',
똥이나 오줌을 누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입니다
.
'
개똥녀'의 개가 여기저기 똥을 싸고 다니는 거죠
.

'
누다'

'
배설물을 몸 밖으로 내보내다.'는 뜻으로
오줌을 누다, 똥을 누다처럼 씁니다.

그게 그거 같아 헷갈리신다고요
?
쉽게 가르실 수 있습니다
.
'
누다'는 내가 내 의지에 따라 다스려서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고
,
'
싸다'는 스스로 다스리지 못하고 내보내는 것입니다
.

제 아들은 아직 철이 들지 않아 똥을 싸는 것이고
,
제 딸은 철이 들어 제 의지대로 똥을 누는 것입니다
.
이제 '누다' '싸다'를 가르실 수 있죠
?
겨우 네 살인 제 딸도 이런 말을 상황에 맞게 씁니다. 하물며 나이든 우리야
...

우리말
123

보태기
)
'
그쵸'는 없는 말입니다
.
'
그렇죠'가 맞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19460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4985
536 [2013/10/10] 우리말) 시들다 머니북 2013-10-10 3286
535 [2011/03/17] 우리말) 방사선과 방사능 moneybook 2011-03-17 3286
534 [2010/08/19] 우리말) 민얼굴과 맨얼굴 moneybook 2010-08-19 3286
533 [2010/07/12] 우리말) 진검승부와 자매결연 [1] moneybook 2010-07-12 3286
532 [2016/12/07] 우리말) 중앙일보 만평에 나온 낱말 머니북 2016-12-07 3285
531 [2013/09/03] 우리말) 재미 머니북 2013-09-03 3285
530 [2010/09/14] 우리말) 머드러기와 도사리 moneybook 2010-09-14 3285
529 [2009/09/30] 우리말) 해쌀과 햅쌀 id: moneyplan 2009-09-30 3285
528 [2010/12/10] 우리말) 책 소개 moneybook 2010-12-10 3284
527 [2008/12/09] 우리말) 잔불과 뒷불 id: moneyplan 2008-12-09 3283
526 [2016/10/11] 우리말) 소수나다 머니북 2016-11-01 3282
525 [2009/12/17] 우리말) 빙그르르 id: moneyplan 2009-12-17 3282
524 [2014/10/31] 우리말) 큰물/시위/물마 머니북 2014-10-31 3281
523 [2015/02/13] 우리말) 올림픽 선수 로마자 이름 쓰기 머니북 2015-02-13 3280
522 [2010/12/15] 우리말) 올겨울과 이번 겨울 moneybook 2010-12-15 3280
521 [2009/12/01] 우리말) 덤터기 id: moneyplan 2009-12-01 3280
520 [2008/05/15] 우리말) 틀린 말 몇 개 id: moneyplan 2008-05-15 3280
519 [2010/06/11] 우리말) 해당화 moneybook 2010-06-11 3279
518 [2015/11/02] 우리말) 생무지 머니북 2015-11-02 3278
517 [2013/01/10] 우리말) 편지를 읽고... 머니북 2013-01-10 32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