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예전에 보낸 편지입니다.
[빚쟁이]
안녕하세요.
아침에 안개가 짙게 끼었네요. 해가 떴으니 이 안개도 곧 걷히겠죠? 안개가 걷히는 것처럼 안갯속 정국도 걷히길 빕니다. 다행히 오늘쯤 정부조직개편이 마무리될 것 같네요.
오늘도 그렇지만, 가끔은 아침에 일터에 나오면서 그날 쓸 우리말편지 주제가 떠오르지 않은 때가 있습니다. 오늘처럼 이렇게 컴퓨터를 켜고 자리에 앉아 있어도 우리말 글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이제는 그런 날은 부담없이 하루쯤 건너뛰고자 합니다. 너무 빠듯하지 않게... 조금은 느슨하게...^^*
오늘처럼 편지를 억지로 써야 할 때는 제가 무슨 빚쟁이라도 된 느낌입니다. 빚쟁이... 이 낱말도 참 재밌는 말입니다.
빚쟁이가 뭐죠? 남에게 돈을 빌려서 언젠가는 갚아야 할 사람이죠? 남에게 갚을 빚이 있는 사람을 낮잡아 빚쟁이라고 합니다. 소를 키우다 하루아침에 빚쟁이가 된 농민처럼 씁니다.
또, 이 빚쟁이는 남에게 돈을 빌려 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는 빚 독촉에 못 이겨 집을 빚쟁이에게 넘기고 말았다처럼 씁니다.
재밌죠? 한 낱말이 반대되는 뜻을 가지고 있잖아요.
언젠가 소개해드린 '에누리'도 이런 낱말입니다. 물건을 팔 사람이 제값보다 낮게 부르는 것도 에누리고, 물건을 팔 사람이 제값보다 높게 부르는 것도 에누리입니다.
따라서 사과를 에누리해서 판다고 하면, 제값보다 높게 바가지를 씌운다는 뜻도 되고 제값보다 낮게 깎아준다는 뜻도 있습니다.
빚쟁이와 에누리로 이렇게 하루를 또 때웁니다.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빚쟁이가 빚을 진 사람인지, 빚을 받을 사람인지 헷갈리시면, '빚꾸러기'라는 낱말을 써 보세요. "빚을 많이 진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입니다. 빚쟁이는 빚을 받을 사람, 빚꾸러기는 빚을 진 사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