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23] 우리말) 종자의 소중함과 라일락 꽃

조회 수 3317 추천 수 79 2010.04.23 16:58:48

고향이나 근처에 토종종자가 있으면 연락해주십시오.
저희 식구들이 직접 찾아뵙고 종자를 얻어와서 여러분의 이름으로 대대손손 보관해 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편지가 좀 늦었네요. 아침에 회의가 워낙 많아서 이렇게 되었습니다
.

오늘은 좀 다른 이야기를 해 볼게요
.

제 일터인 농촌진흥청에는 농업유전자원센터라는 곳이 있습니다
.
http://www.genebank.go.kr/
요즘 산업화와 환경변화 때문에 생물다양성이 급격히 감소함에 따라 생물유전자원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식량, 의약품, 생명공학 산업의 기본 재료가 되는 농업유전자원에 대해서는 세계 모든 나라가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
그런 터에 농촌진흥청에서 농업유전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자 농업유전자원센터를 만들었습니다
.
지금 16만 점 가까운 식물 종자를 보존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적으로 6위 정도 됩니다
.

지금도 우리 농촌에는 알게 모르게 토종 종자가 많이 있습니다
.
그러나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해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
그런 관리를 못 하면 아래 붙이는 파일처럼 우리 토종 유전자원을 다른 나라에 뺏기게 됩니다
.

그래서 제 일터인 농촌진흥청에서는 토종종자를 기증받아 영구적으로 보존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
고향이나 근처에 토종종자가 있으면 연락해주십시오
.
저희 식구들이 직접 찾아뵙고 종자를 얻어와서 여러분의 이름으로 대대손손 보관해 드리겠습니다
.

아래는 농업유전자원의 중요성을 말씀드리고자 썼던 편지입니다
.
요즘 라일락 꽃이 필 때입니다. 저는 그 꽃만 보면 가슴이 아픕니다
.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편지입니다.





[
미스킴과 라일락
]

안녕하세요
.

오늘은 토요일이라 느지막이 나왔습니다
.

오늘은 우리말 이야기가 아닌 다른 이야기 좀 해 볼게요
.
두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

먼저
,
라일락이라는 꽃 아시죠
?
이 라일락은 우리나라에서만 사는 수수꽃다리라는 꽃나무를

한 미국인이 미국으로 가져가서 품종을 개량하고 나서 ‘미스킴라일락’이라고 이름을 붙인 겁니다.
우리나라 수수꽃다리는 하얀색이고
,
'
미스킴라일락'은 보라색입니다
.
생긴 것은 같습니다
.

미스킴이라고 이름 붙임 것은 미국사람이 볼 때 한국에 가장 많은 성씨가 김씨여서 그랬는지

아니면, 그 꽃씨를 받는데 도움을 준 사람이 미스김이여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

어쨌든 중요한 것은
,
우리나라에 아름다운 꽃이 있는데 그것을 지키지 못해 지금은 그 꽃이 미국 꽃이 되어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는 것이죠
.
우리는 돈을 내고 그것을 사오고
...
이게 기껏해야 50-60년 전 일입니다
.

꽃이나 식물의 품종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원종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
다양한 특징의 원종이 많아야 새로운 품종을 만들고 개발하기 쉬운 것은 당연합니다
.
선진국에서는 원종을 확보하고자 눈에 불을 켜고 있으며
,
그래서 '종자전쟁'이니 '유전자전쟁'이니 하는 말이 생긴 겁니다
.

우리가 수수꽃다리를 잘 다듬어 세계적인 상품으로 만들었다면

라일락이 아니라 '수수꽃다리'라는 멋진 이름으로 세계 꽃시장을 주름잡고 있을 겁니다
.
그렇지 못하기에

보라색 라일락을 보는 제 마음이 아픕니다.

외국에서 장미, 카네이션, 튤립을 사다 잘 키워 세계 시장에 내다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
우리나라 들꽃을 잘 다듬어 세계적인 꽃으로 만드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
우리 꽃 속에는 우리 문화가 들어 있고, 우리 넋이 들어 있고, 우리 삶이 들어 있습니다
.
그러기에 우리 꽃으로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것, 그게 곧 세계화입니다
.
세계화가 거창한 게 아닙니다
.

지금이라도 종자의 소중함과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깊이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
다행히 농촌진흥청에서 작년에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를 만들었습니다
.
그나마 다행입니다
.

다음 이야기입니다
.
앞에 붙인 사진에 있는 꽃이 수수꽃다리입니다
.
수수에 꽃이 달린 것처럼 보이고
,
수수모양으로 꽃이 달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멋지죠
?

우리말은 이렇게 멋집니다
.
선플라워보다는 해바라기가 멋지고
,
클로버보다는 토끼풀이 예쁘고, 코스모스보다는 살살이가 더 곱지 않나요
?
에델바이스는 솜다리꽃이고, 아이리스는 붓꽃입니다
.
담쟁이덩굴을 아이비라고 해야 교양있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
오히려
,
베사메무초라는 노래에 나오는 '리라꽃'이 수수꽃다리인 라일락의 프랑스말이라는 것을 알고 가슴 아파하는 것이 더 교양있어 보입니다
.

오늘 하루
,
우리 것의 소중함을 맘껏 느끼며 살고 싶습니다
.

고맙습니다
.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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