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10] 우리말) 과속방지턱

조회 수 3493 추천 수 84 2010.05.10 09:29:55

"그럼, 과속방지턱은 뭐예요?"
"
, 그건 빨리 가지 말라고 만들어 놓은 턱이란다
."
"
~ 그럼, 앞에 천천히턱이 있다는 말이네요
?"
"
... 그렇지... 천천히턱
..."
"
아빠, 그렇게 말하면 저도 알아먹을 텐데 왜 전방에 과속방지턱이 있다고 그래요
?"
"......"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
저는 애들과 같이 명아주를 몇 주 심었습니다
.
작년 이맘때 해남소식지에 한 약속을 지키고자 애들과 같이 열심히 명아주를 심었습니다
.

얼마전에 보건복지부에서 '부랑인ㆍ노숙인'을 대체할 말로 '홈리스'를 쓰려다 호되게 꾸중을 들었습니다
.
http://news.joins.com/article/154/4152154.html?ctg=1003
참 좋은 일입니다.

오늘 이야기입니다
.
제 차에는 길찾개(내비게이션)가 달려 있습니다
.
거기서 나오는 말을 듣고 애들이 저에게 묻더군요
.
길찾개에서 "30미터 전방에 과속방지턱이 있습니다."라는 말이 나오자
,
"
아빠, 전방이 뭐예요
?"
"
, 앞이라는 말이야
."
"
그럼, 과속방지턱은 뭐예요
?"
"
, 그건 빨리 가지 말라고 만들어 놓은 턱이란다
."
"
~ 그럼, 앞에 천천히턱이 있다는 말이네요
?"
"
... 그렇지... 천천히턱
..."
"
아빠, 그렇게 말하면 저도 알아먹을 텐데 왜 전방에 과속방지턱이 있다고 그래요
?"
"......"
정말 할 말 없더군요
.

잠시 뒤
,
"50
미터 전방에 사고다발지역입니다."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
'
다발'이라는 말은 '자주 일어난다'는 말인데
,
너라면 어떻게 바꾸겠니?라고 물어봤습니다
.
사실, '사고다발지역'은 경찰청에서 '사고잦은곳'으로 이미 바꾼 말이긴 한데
,
제 딸내미는 아직 잦다는 뜻을 모르더군요
.

어쨌든
,
우리가 평소에 쓰는 말이 너무 어려운 것 같습니다
.
좀 쉽게 쓰면 좋을 텐데 왜 그렇게 어렵게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

우리야 이미 어려운 낱말에 물들어 있지만, 애들은 쉬운 낱말을 더 자주 쓰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

어젯밤 11 2분에 KBS에서 '16Km/'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
Km
는 소문자로 km로 써야 하고
,
리터는 L이나 l로 써야 합니다
.
'16km/L'
가 맞습니다
.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편지입니다.





[
지팡이와 명아주
]


고향에 혼자 계시는 어머니는 무릎이 좋지 않으시다. 시골에서 일만하시다가 연세가 드셨으니 무릎이 아프지 않은 게 오히려 이상할 지도 모른다. 요즘처럼 날씨가 궂으면 무릎이 더 아리다고 하신다
.

지난 5월 고향에 갔을 때 어머니에게 지팡이 이야기를 슬쩍 꺼내봤다
.

“토방에 걸쳐진 막대기가 어머니 지팡이예요? 투박하니 좀 거시기하네... 예쁘고 존놈으로 사나 사드릴까요?


“아서라. 자식이 부모에게 지팡이 선물하는 거 아니다. 글고, 난 아직 썽썽하다.”라시면서 슬쩍 자리를 뜨신다. 아직은 자식앞에서 늙으신 것을 인정하기 싫으신가 보다
.

사실 지팡이는 본인이 만들어 짚지 않는다. 어르신에 대한 존경의 상징으로 선물로 받는 게 일반적이다. 옛날에는 부모가 50세가 될 때 자식이 지팡이를 만들어 드렸는데 그걸 가장(家杖)이라 했다. 60세가 되면 마을에서 만들어 준다고 하여 향장(鄕杖)이라 하였고, 70세가 되면 나라에서 만들어 준다고 하여 국장(國杖), 80세가 되면 임금님이 만들어 내린다고 하여 조장(朝杖)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요즘도 해남군에서 어버이날이면 100세가 넘은 어르신께 청려장을 드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청려장은 명아줏대로 만든 지팡이로 가볍고 단단하여 어르신들이 짚고 다니시기에 딱이라고 한다. 그 뿐만 아니라 뿌리와 줄기부위 경계점에 나타나는 용의 형상이 아름다워 어르신의 존엄과 권위를 상징할 수도 있다고 한다. 16세기 이시진이 쓴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따르면 청려장은 중풍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도 한다. 게다가 울퉁불퉁한 표면이 손바닥을 자극하면서 지압효과를 낼 수도 있다
.

어쨌든 어르신들이 짚고 다니시는 지팡이로는 청려장이 으뜸이다
.

그래서 나라에서도 지난 92년부터 매년 어버이날이나 노인의 날이 되면 100세가 되는 어르신들에게 장수를 축하하는 뜻으로 청려장을 선물로 드리고 있다. 이래저래 청려장은 어르신께는 장수의 상징이요, 자식에게는 효의 상징이다
.

우리나라에서 청려장의 재료인 명아주를 가장 많이 심는 곳은 경북 문경이다. 1년에 청려장을 삼천 개나 만든다고 한다. 사실 명아주는 잡초나 마찬가지라서 어디서나 잘 자란다. 강원도 귀래면에 명아주를 심어 청려장을 만드시는 분이 있고, 충북 제천과 충주에서도 공무원들이 명아주를 심어 해마다 관내 어르신들에게 지팡이를 만들어 드린다고 한다
.

가까운 담양에서는 농업기술센터가 나서 명아주를 재배해 지팡이로 만든 후 올 겨울 연말연시 효도 선물로 홀로 사시는 어르신께 드릴 계획이라고 한다. 순천시 덕연동에서는 작년부터 명아주로 효도 지팡이를 만들어 관내 혼자 사시는 어르신과 경로당 어르신들께 전달하고 있다
.

해남군은 땅끝으로 유명하다. 땅끝처럼 마음 깊숙한 곳에 있는 효와 문화를 버물려 해남군 특산물로 명아주를 키워보면 어떨까? 재배기술이 어려운 게 아니니 마음만 있으면 된다. 딱딱한 디지털에서 벗어나고 싶은 충동을 하루하루 느끼며 사는 사람들에게 아날로그의 따뜻한 정과 효, 그리고 해남의 문화를 한데 뭉친 상품으로도 좋을 것 같다
.

내년에는 명금리 무거굴에 있는 뙤밭에 명아주 몇 그루 심어, 적당히 곡이 들고 세월의 진수처럼 옹이가 박힌 청려장 하나 만들어 어머니께 드릴 생각이다. 마실가실 때도 짚고, 혼자 사는 외로움에 마음이 휘청거릴 때도 짚으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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