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예전에 보낸 편지입니다.
[만날 뗑그렁]
어제 몇 분이 댓글을 보내셨는데 제발 술 이야기 좀 하지 말아 달라고 하시네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되도록 술 마신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좀 둘러대자면, 우리말 편지는 제가 일터에서 일하며 느끼는 것이나, 오가면서 본 것이나, 식구와 있었던 일 가운데서 우리말과 관련된 것을 골라 밥상을 차립니다. 그러다 보니 제 일터인 농업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일 끝나고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마시는 술 이야기가 나오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내미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런 것 없이, 맞춤법 하나 풀고, 순 우리말 하나 덜렁 내 놓으면 아마도 재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일터 이야기 잘못했다가 작년 여름에 크게 아팠던 적이 있고, 식구 이야기는 너무 개인적이라 좀 부담스럽습니다. 일터를 오가거나 일터에서 일 끝내고 집에 들어갈 때까지가 우리말 편지 꼭지를 찾는 데 가장 좋습니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술 마신 이야기를 자주 푼 거였습니다. 둘러대자면...^^*
어쨌든 앞으로 될 수 있으면 술 이야기는 하지 않을게요. 이러다 남들이 저는 만날 술만 마시는 사람으로 알까 두렵습니다. ^^*
날마다 뭔가를 하면 '맨날 뭘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때는 '맨날'이 아니라 '만날'이 맞습니다. 한자어 만(萬)과 우리말 '날'이 합쳐져 '만 번의 날', 곧, "하루도 빠짐없이 날마다"라는 뜻이 됩니다.
'만날'보다 '맨날'이 익숙한 것은 아마도, 맨눈, 맨다리, 맨대가리, 맨손, 맨주먹, 맨몸 따위가 입에 익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여기에 쓴 '맨'은 뭔가가 섞이지 않거나 아무것도 지니지 아니한 상태를 나타냅니다.
익은말(속담)에 '만날 뗑그렁'이란 게 있습니다. "생활이 넉넉하여 만사에 걱정이 없음을 이르는 말."입니다. '뗑그렁'이 쇠붙이 부딪치는 소리이므로 아마도 돈이 많다는 뜻일 겁니다.
제발 제 삶도 '만날 뗑그렁'이면 좋겠습니다.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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