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30] 우리말) 안과 밖

조회 수 3890 추천 수 97 2010.06.30 09:09:41
예전에 보낸 편지를 붙입니다.

안녕하세요.

아침부터 연예인 박용하 씨 자살 소식이 들리네요.
말 못할 사연이 있었겠지만,
그래도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마감하는 것은 좀 거시기 하네요.
이런다고 돌아가신 분이 살아오시는 것은 아니지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큰 회의가 있어서 정신이 없네요.
예전에 보낸 편지로 갈음합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편지입니다.


[안전선 안과 밖]

안녕하세요.

어떤 시인이 하나님은 모든 곳에 갈 수 없어서 어머니를 만드셨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오늘따라 어머니 생각이 나네요.
저는 지금 제 지갑에 있는 부모님 사진을 보면서 우리말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6:29 KBS 뉴스에서 "많이 덥다."라고 했습니다. '무척 덥다.'고 하시는 게 맞습니다.
7:32 MBC뉴스에서는 '3천억원 영화'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단위를 나타내는 이름씨(명사)는 앞에 오는 말과 띄어 써야 하므로 '3천억 원'이 맞습니다.
7:55 MBC라디오에서도 "많이 덥다"라고 했습니다.
쩝... 제대로 좀 하지...


며칠 전에는 우연한 기회에 서울에 있는 국방부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해변대'를 나와서 국방부 근처에만 가도 기가 좀 죽습니다. ^^*

저는 서울에 갈 때 전철을 탑니다. 촌놈이라 서울 길을 잘 모르거든요.
역에서 전철을 기다릴 때 듣는 소리가
"지금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승객 여러분은 안전선 안으로 한 걸음씩 들어와..."라는 안내방송입니다.

이게 몇 년 전에는
"지금 열차가 도착하고 있습니다. 승객 여러분은 안전선 밖으로 한 걸음씩 물러나..."라고 했습니다.

어떻게 다른지 아시겠어요?

무심코 지나치는 말이지만,
'안전선 밖'은 위험하고 '안전선 안'은 안전한 곳으로 두 말은 전혀 다른 말입니다.
'안전선 밖으로 한 걸음씩 물러나'라고 하면 안전한 곳으로 들어오지 말고 안전선 밖에 있는 철길로 한 걸음 더 들어가라는 말이 됩니다.
엉터리죠.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안내하는 말을 '말이 되게' 바꾼 겁니다.

또한, 그 김에 도착도 들어온다로 바꿨습니다.
도착은 이미 차가 들어온 것을 뜻합니다. 지금 들어오고 있는 것과는 다릅니다.
게다가 들어온다는 좋은 우리말이 있는데 굳이 일본어투 도착(とうちゃく[도우샤쿠])을 쓸 까닭이 없잖아요.

오늘도 별 탈 없이 '안전하게' 잘 보내시길 빕니다.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해변대'는 제가 만든 낱말입니다.
해변을 지키는 방위라는 뜻입니다. ^^*


어제 보내드린 편지를 보시고 아래와 같은 답장을 주셨네요.
kswon301@naver.com kswon301 2008-05-08 19:10:21 답변하기 O
위 글에서 "지금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라고 쓰셨는데 '지금 열차가 들어옵니다.'라고 쓰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이수열 선생께서는 선생이 쓰신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말 바로 쓰기' 279쪽에 <우리말다운 논리로 판단하면 '움직임'이나 '상태'는 모두 그 자체가 찰나에 끝나지 않고 잠시라도 지속(진행)하는 것이므로, 움직임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말에 '계속 진행함'을 뜻하는 말을 덧붙일 필요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또한 <예를 들면, 아이가 논다(잔다, 운다, 젖을 먹는다)고 할 때, 그 표현은 자체에 놀거나 자거나 울거나 젖 먹는 행동을 계속하는 뜻이 있으므로 '아이가 놀고 있다, 자고 있다, 울고 있다, 젖을 먹고 있다'고 할 필요가 없다. 정 성에 차지 않으면, 동사 서술어 앞에 계속, 마냥, 아직도, 여전히 따위 부사어를 쓰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영어의 'be+~ing'형을 흉내 낸 것--- 중략 --- 마치 우리말을 서투르게 배워 쓰는 외국인 말 같은 표현은 피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공감합니다.
광주광역시 지하철 안내말에 "00행 열차가 들어 오고 있습니다"라고 해서 "00행 열차가 들어 옵니다"로 바꿔야 한다고 광주지하철공사에 비공식으로 건의했으나 받아드려지지 않습니다. 안타 깝슴니다.
성 선생님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19351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4865
936 [2009/08/12] 우리말) laon id: moneyplan 2009-08-14 3802
935 [2011/05/17] 우리말) 뜬금없다 moneybook 2011-05-17 3802
934 [2012/01/04] 우리말) 강추위 머니북 2012-01-04 3802
933 [2014/09/30] 우리말) 망막하다/막막하다 머니북 2014-09-30 3802
932 [2011/12/01] 우리말) 물때썰때 머니북 2011-12-01 3803
931 [2014/01/27] 우리말) 엔간하다와 웬만하다 머니북 2014-01-28 3806
930 [2013/12/10] 우리말) 책거리 머니북 2013-12-10 3807
929 [2011/10/31] 우리말) '입구와 출구'를 읽고 머니북 2011-10-31 3807
928 [2012/05/03] 우리말) 금/줄/선 머니북 2012-05-04 3807
927 [2012/08/31] 우리말) '제일'과 '가장' 머니북 2012-08-31 3807
926 [2011/04/06] 우리말) 자글거리다 moneybook 2011-04-06 3808
925 [2011/06/14] 우리말) 한자 교육 머니북 2011-06-14 3809
924 [2011/10/27] 우리말) 아웅다웅 머니북 2011-10-27 3809
923 [2017/06/26] 우리말) 뒷담화 머니북 2017-06-28 3809
922 [2007/07/27] 우리말) 싱글맘 id: moneyplan 2007-07-31 3810
921 [2007/10/17] 우리말) 가풀막지다 id: moneyplan 2007-10-17 3810
920 [2010/11/09] 우리말) 만듬과 만듦 moneybook 2010-11-09 3810
919 [2012/02/22] 우리말) 넨다하다 머니북 2012-02-22 3810
918 [2010/07/14] 우리말) 빠르면 오늘 소환? [1] moneybook 2010-07-14 3812
917 [2011/05/31] 우리말) 삼사일과 사날 moneybook 2011-05-31 3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