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09] 우리말) 엉터리 자막 몇 개

조회 수 8142 추천 수 98 2010.08.09 13:09:35
같은 방송에서 누군가 '어메니티'라고 이야기하니까
자막에 '즐길거리'라고 다듬어서 나왔습니다. 참 좋습니다. ^^*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주말에 텔레비전에서 본 잘못된 말 몇 가지 짚어 보겠습니다.

토요일 아침 08:38, KBS1에서 사회자가 "그닥 도움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요즘 누리집에서 "그러한 정도로는 또는 그렇게까지는"이란 뜻을 나타내는 부사 '그다지'를 '그닥'으로 쓰는 일이 잦더군요.
이는 잘못된 표현으로 표준어인 '그다지'로 써야 합니다.

토요일 저녁 7:41, KBS2에서 "나름 잘나가는 가수"라고 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나름'은 의존 명사입니다.
의존 명사는 의미가 형식적이어서 다른 말 아래에 기대어 쓰는 게 일반적입니다.
나름이다, 나름대로, 나름이지, 나름으로처럼 쓰는 게 좋다고 봅니다.

같은 방송에서 누군가 '어메니티'라고 이야기하니까
자막에 '즐길거리'라고 다듬어서 나왔습니다. 참 좋습니다. ^^*

일요일 아침 7:40, KBS2에서 산악인 엄홍길 씨 이야기를 다루면서 '고난이도 동작'이라고 자막이 나왔습니다.
난이도는 쉽고 어려운 정도인 난도와 이도를 합친 말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어떤 기술이 해내기 매우 어려운 상태임을 뜻할 때 '고난도의 기술' 또는 '난도 높은 기술'은 맞지만 '고난이도'로 쓰는 건 틀립니다.
그러나
'고난도의 기술'이나 '난도 높은 기술'이라는 말보다는
'어려운 기술', '까다로운 기술', '하기 어려운 기술'이라고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일요일 아침 8:46, MBC에서 출연자가 "집하고 배는 틀리다."라고 말했고, 자막도 그렇게 나왔습니다.
집과 바다에 있는 배는 서로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겁니다.

오늘도 여전히 더울 거라고 합니다.
사람에 따라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도 있고, 좀 덜 타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이건 누군가 틀린 게 아니라 각자 다른 겁니다.
오늘은 나와 다른 남을 더 생각하는 하루로 살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보태기)
어메니티는 여러가지 뜻을 포함한 낱말로 단순히 즐길거리라고만 번역할 수는 없지만,
방송에서는 즐길거리 위주로 나와서 그렇게 번역한 것 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방귀 뀌다와 방구 끼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오랜만에 저희 집 애들 이야기 좀 해 볼까요?
제 아들은 이제 겨우 네 살입니다. 그래 봐야 35개월입니다.
이제 막 말문이 트여 제법 말을 잘합니다. 두 살 위 누나와 말다툼도 잘합니다. ^^*

오늘 아침에 누나가 방귀를 뀌니
"에이~~~ 방귀!"라고 정확하게 소리를 냅니다.
방송에서도 흔히 방구라고 하는데 저희 집 애들은 '방귀'라고 정확하게 소리를 냅니다.
또, 끼다고도 안 하고 뀌다고 합니다.
'방구 끼다'는 말을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도 '방귀 뀌다'고 합니다.
어린아이가 발음하기에는 다소 어려울 것 같은데도 애써 정확하게 소리냅니다. 기특하게도...^^*

방구가 아니라 방귀가 맞다는 것은 몇 번 말씀 드린 것 같네요.
오늘은 뀌다와 끼다를 갈라볼게요.

'뀌다'는 "(방귀를) 몸 밖으로 내어 보내다"는 뜻입니다.
말 그대로 방귀를 뀌는 거죠.

'끼다'는
안개가 끼다, 때가 끼다, 깍지를 끼다처럼
때나 먼지 등이 엉겨붙다는 뜻과 다른 것을 덧붙이거나 겹치다는 뜻으로 씁니다.

소리가 비슷한 '꾸다'는
'꿈'과 관련된 이름씨와 함께 쓰여 "꿈을 보다."는 뜻입니다. 꿈을 꾸는 거죠.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합니다.
오늘은 방귀를 뀌고 나면 먼저 사과할 줄 아는, 부끄러움을 아는 하루로 지내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44065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49737
1056 [2010/08/11] 우리말) 너나들이 moneybook 2010-08-12 7076
1055 [2010/08/10] 우리말) 끄물끄물과 들큰거리다 moneybook 2010-08-10 6460
» [2010/08/09] 우리말) 엉터리 자막 몇 개 moneybook 2010-08-09 8142
1053 [2010/08/06] 우리말) 알림창 moneybook 2010-08-06 10381
1052 [re] 아침에 드린 편지에 틀린 내용이 있습니다 moneybook 2010-08-08 5759
1051 [2010/08/05] 우리말) 물쿠다 moneybook 2010-08-05 5641
1050 [2010/08/04] 우리말) 비가 내리네요 moneybook 2010-08-04 5539
1049 [2010/08/03] 우리말) 미덥다와 구덥다 moneybook 2010-08-03 4717
1048 [2010/08/02] 우리말) 매기단하다 moneybook 2010-08-02 6843
1047 [2010/07/30] 우리말) 스리와 쓰리 moneybook 2010-07-30 4673
1046 [2010/07/29] 우리말) 뙤약볕 moneybook 2010-07-29 5925
1045 [2010/07/28] 우리말) 시르죽다 moneybook 2010-07-28 6794
1044 [2010/07/27] 우리말) 문제를 냈습니다. moneybook 2010-07-27 9968
1043 [2010/07/26] 우리말) 문제를 냈습니다. moneybook 2010-07-26 5660
1042 [2010/07/23] 우리말) 워크샵과 워크숍 moneybook 2010-07-23 5711
1041 [2010/07/22] 우리말) '내 힘들다'를 거꾸로 하면? moneybook 2010-07-22 8163
1040 [2010/07/21] 우리말) 후더분한 날씨 moneybook 2010-07-21 8448
1039 [2010/07/20] 우리말) 금슬과 금실 moneybook 2010-07-20 5786
1038 [2010/07/19] 우리말)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moneybook 2010-07-19 7209
1037 [2010/07/16] 우리말) 날개짓과 날갯짓 moneybook 2010-07-19 52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