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03] 우리말) 장애인과 불구

조회 수 3298 추천 수 28 2011.01.03 10:34:56
'한국말을 비틀고 짓밟아 불구로 만드는 범죄다.'라는 월(문장)이 있었는데,
이를 '한국말을 비틀고 짓밟는 범죄행위다.'라고 바꿔쓰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주셨네요.
'장애인운동'을 하는 사람이라고 밝히신 분이 보내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2011년 새날이 밝았습니다.
이번 해는 남을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배려하며, 하나라도 더 나누려고 힘쓰는 해로 보내고자 합니다.

지난해에 보내드린 편지에 제 실수가 있었네요.
제가 소개한 글에서
'한국말을 비틀고 짓밟아 불구로 만드는 범죄다.'라는 월(문장)이 있었는데,
이를 '한국말을 비틀고 짓밟는 범죄행위다.'라고 바꿔쓰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주셨네요.
'장애인운동'을 하는 사람이라고 밝히신 분이 보내주셨습니다.

우리는 장애인이 아닌 사람을 정상인이라고 할 때도 있었습니다.
당연히 장애인이 아닌 사람은 비장애인이라고 해야 합니다.

애를 낳지 못해 고생하시는 분을 두고 '불임'이라는 절망적인 낱말을 쓴 적도 있습니다.
어렵긴 하지만 천사가 오는 길을 잘 찾아주면 애를 낳을 수 있는 분들은 '불임'이 아니라 '난임'입니다.

가끔 소개해 드리지만, '희귀병'이라는 말도 안 되는 낱말로 어려움에 부닥친 분들에게 커다란 아픔을 주기도 했습니다.
드물어서 귀한 병이 아니라, 드물어서 고치기 쉽지 않은 병은 '희소병'입니다.

올해는
나도 챙기지만 남도 같이 챙기고,
남과 나누는 기쁨을 더 자주 맛보면서
자주 웃는 해로 보내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쫓다, 좇다]

벌써 가을이네요.
‘가을’하면 뭔가 풍성한 느낌이 있고,
초가집 마당에 닭 몇 마리가 노니는 한가로움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 닭 이야기로 시작할까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
부모님의 뜻을 좇아 가업을 잇기로 했다.

위에서 ‘쫓다’와 ‘좇다’가 다르게 쓰였는데요.
그 차이는,
‘쫓다’는 공간이동이 있을 때 쓰고,
‘좇다’는 공간이동이 없을 때 씁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쫓다’는 뭔가를 따라가서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한다는 뜻으로 쓰고,
‘좇다’는 뭔가를 따라하되 생각이나 사상을 따라할 때 쓰는 말입니다.
남의 생각이나 사상을 따라할 때는 이곳에서 저곳으로 내 몸이 움직이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에서는 개가 닭을 쫓기 위해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했으므로 ‘쫓다’를 쓰고,
‘부모님의 뜻을 좇아 가업을 잇기로 했다.’에서는 생각을 따를 뿐 내 몸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움직이지 않으므로 ‘좇다’를 씁니다.

늘 행복한 시간과 함께하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18758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4285
2674 [2013/10/28] 우리말) 틀리기 쉬운 높임말 머니북 2013-10-28 424543
2673 [2014/01/10] 우리말) 사물 존대 동영상 머니북 2014-01-10 144142
2672 [2007/02/22] 우리말) 어제 받은 답장 몇 개 [8] id: moneyplan 2007-02-22 99965
2671 [2006/12/19] 우리말) 봇물을 이루다? id: moneyplan 2006-12-19 55957
2670 [2010/01/12] 우리말) 한판과 한 판 id: moneyplan 2010-01-12 52360
2669 [2011/12/15] 우리말) 따 논 당상 --> 떼어 놓은 당상 머니북 2011-12-16 20435
2668 [2011/11/25] 우리말) 십여 명 머니북 2011-11-25 19735
2667 [2008/03/07] 우리말) 발췌, 발취, 발초 id: moneyplan 2008-03-07 18330
2666 [2012/08/08] 우리말) 석패 머니북 2012-08-08 18198
2665 [2011/11/29] 우리말) 재시합과 재경기 머니북 2011-11-29 17924
2664 [2011/12/08] 우리말) 소반다듬이 머니북 2011-12-08 17486
2663 [2011/12/19] 우리말) 종군위안부 머니북 2011-12-19 17205
2662 [2011/11/18] 우리말) 댓글 소개 머니북 2011-11-18 16360
2661 [2006/08/18] 우리말) '당분간'이 아니라 '얼마 동안' id: moneyplan 2006-08-18 16345
2660 [2013/03/06] 우리말) 세꼬시는 뼈째회로 쓰는 게 좋습니다 머니북 2013-03-06 15802
2659 [2012/08/10] 우리말) 도합과 모두 머니북 2012-08-10 15322
2658 [2011/11/24] 우리말) 자주 틀리는 맞춤법 머니북 2011-11-24 14227
2657 [2013/03/06] 우리말) 개그맨, 한글 박사가 되다 방송인 정재환 머니북 2013-03-06 14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