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06] 우리말) 소개하다

조회 수 4279 추천 수 32 2011.01.06 10:33:23
내가 다른 사람에게 또 다른 사람을 소개하는 것은,
소개시키는 게 아니라 소개하는 겁니다.
내가 하는 행동을 '한다'고 하지 않고 '시킨다'고 하면 안 되죠.



[소개시키다]

안녕하세요.

며칠 전에 제 일터에서 자리를 바꿨습니다. 이 팀에서 저 팀으로 간 거죠. ^^*
맡은 일도 다른 거다 보니 낯설기도 하고,
갑자기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니 정신없이 헷갈리기도 합니다.

어제 오후에는 어떤 회의에 갔더니
새로 온 사람이라면서 저를 소개하더군요. 덕분에 많은 사람과 인사를 나눴습니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양편이 알고 지내도록 관계를 맺어 주는 일"은
'소개시키다'가 아니라 '소개하다'입니다.

'시키다'는 "어떤 일이나 행동을 하게 하다."는 뜻으로,
근로자에게 일을 시키다처럼 씁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긴 하지만,
굳이 '소개하다'와 '소개시키다'의 차이를 풀어보면
'소개하다'는 '갑'이 '을'과 '병'을 서로 알고 지내도록 맺어주는 것이지만,
'소개시키다'는 다른 제삼자가 '갑'에게 '을'과 '병'을 맺어 주게 시키는 겁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또 다른 사람을 소개하는 것은,
소개시키는 게 아니라 소개하는 겁니다.
내가 하는 행동을 '한다'고 하지 않고 '시킨다'고 하면 안 되죠.

남들 시켜 먹는 게 좋아서인지는 몰라도,
설득할 일도 설득시키라고 하고,
취소할 일도 취소시키라고 하는 때가 있습니다.

여러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고,
여러 사람이 만나도록 소개하는 것도 살면서 느끼는 기쁨 가운데 하나입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가정난 >> 가정란]

점심 맛있게 잘 드셨나요?

난/란, 양/량, 예/례
오늘은, 난/란, 양/량, 예/례 의 구별에 대해 알아볼게요.
‘가정난’이 맞아요, ‘가정란’이 맞아요?
‘알림난’이 맞아요, ‘알림란’이 맞아요?
실은 이걸 가르는 아주 쉬운 원칙이 있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난’과 ‘란’을 가르는데 어려워하고 힘들어하더군요.

원칙은 간단해요.
한자어 뒤에는 ‘란’을 쓰고,
외래어나 고유어 뒤에는 ‘난’을 씁니다.
따라서 ‘스포츠난, 알림난, 어린이난’이 맞고,
‘통보란, 가정란, 독자란’이 맞습니다.

식물 ‘蘭’도 원칙은 마찬가집니다.
한자어 다음에는 ‘란’, 고유어나 외래어 다음에는 ‘난’
따라서 문주란, 금자란, 은란이 맞고,
거미난, 제비난, 지네발난이 맞죠.

‘量’ 도 마찬가집니다.
한자어 다음에는 ‘량’, 고유어나 외래어 다음에는 ‘양’
즉, ‘노동량, 작업량’으로 쓰고,
‘구름양, 알칼리양’으로 써야죠.
쉽죠?

당연히 ‘例’ 도 같겠죠?
한자어 다음에는 ‘례’, 고유어나 외래어 다음에는 ‘예’
‘인용례, 실례’가 맞죠.

근데 ‘率’은 좀 달라요.
모음이나 ‘ㄴ’받침 뒤에서는 ‘율’이고 다른 경우는 ‘률’입니다.
따라서 ‘비율, 실패율, 득표율, 백분율’로 쓰고,
‘법률(法律), 출석률’로 써야 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만드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23043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8585
2096 [2010/09/17] 우리말) 답은 아람입니다 moneybook 2010-09-17 3551
2095 [2012/12/27] 우리말) 길 머니북 2012-12-27 3551
2094 [2010/06/03] 우리말) 데구루루 moneybook 2010-06-03 3552
2093 [2012/12/03] 우리말) 안치다 머니북 2012-12-03 3552
2092 [2017/01/12] 우리말) 흔줄 머니북 2017-01-13 3552
2091 [2009/12/30] 우리말) 댓글 소개 id: moneyplan 2009-12-30 3553
2090 [2016/12/28] 우리말) 올 한 해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를 모았습니다. 머니북 2016-12-29 3554
2089 [2009/07/10] 우리말) 예전 편지로... id: moneyplan 2009-07-10 3555
2088 [2013/07/16] 우리말) 가슴을 에이는이 아니라 가슴을 에는 머니북 2013-07-16 3555
2087 [2009/12/18] 우리말) 댓글을 소개합니다 id: moneyplan 2009-12-18 3556
2086 [2010/09/10] 우리말) 가르치다 moneybook 2010-09-10 3556
2085 [2015/12/21] 우리말) 예쁘다/이쁘다 머니북 2015-12-21 3556
2084 [2010/11/29] 우리말)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moneybook 2010-11-29 3558
2083 [2016/11/02] 우리말) 속도 단위 머니북 2016-11-02 3558
2082 [2014/10/210] 우리말) 비가 그치겠죠? 머니북 2014-10-21 3559
2081 [2017/02/14] 우리말) 자글거리다 머니북 2017-02-14 3559
2080 [2017/03/15] 우리말) 꽃보라 머니북 2017-03-15 3559
2079 [2009/04/27] 우리말) 삼천리강산 id: moneyplan 2009-04-27 3560
2078 [2009/07/23] 우리말) 옷깃 id: moneyplan 2009-07-23 3561
2077 [2012/01/20] 우리말) 설 말뿌리 머니북 2012-01-20 35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