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19] 우리말) 굴레와 멍에

조회 수 7037 추천 수 13 2011.01.19 09:35:11
'어줍잖다'와 비슷한 '어쭙잖다'는 뜻이 다릅니다.
'어쭙잖다'는
아주 서투르고 어설프다, 또는 아주 시시하고 보잘것없다는 뜻을 지닌 그림씨로
'어줍다'와 뜻이 비슷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제 일터 동료들에게 보낸 편지로 우리말편지를 갈음합니다.

고맙습니다.



[굴레와 멍에]

오늘 오전에 잠시 외출을 달고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아파서 간 게 아니라, 아내가 산부인과 정기 진찰을 받는다고 해서 다녀왔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제가 7대 독자입니다. 제 아들은 불쌍하게도 8대독자입니다.
이번에 우연찮게(?) 셋째가 들어서서 아들인지 딸인지 궁금하던 참에 오늘 병원에 간다고 해서 따라간 겁니다. 성별을 확인하고 싶어서요.

우리말에 멍에와 굴레가 있습니다. 두 낱말 모두 뭔가에 얽매여 자연스럽지 못한 것을 이르는 낱말입니다.

먼저 굴레는
말이나 소를 부릴 때 코뚜레를 꿰어 머리를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동여맨 것을 말합니다.
그 코뚜레로 힘센 소를 힘 약한 사람이 부릴 수 있는 거죠.
그 코뚜레는 소가 어느 정도 크면 채워서 소가 죽을 때까지 차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멍에는 다릅니다.
멍에는
달구지나 쟁기를 끌 때 마소의 목에 가로 얹는 구부정한 나무를 말합니다.
이 멍에는 소의 힘을 빌려 일을 할 때만 소의 목에 겁니다.
소가 태어나서부터 평생 쓰고 있는 것은 아니죠.

따라서,
굴레와 멍에는 둘 다 소를 속박하는 것이긴 하지만,
굴레는 죽을 때까지 쓰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멍에는 일을 할 때만 쓰는 것입니다.

이것을 사람에게 적용해보면,
노비의 자식, 살인법의 아들...처럼 내 의지가 어떻건 평생 벗을 수 없는 게 ‘굴레’고,
남편의 속박, 가난, 친구와 불화...처럼 내 노력에 따라 벗을 수 있는 게 ‘멍에’입니다.
“가난이라는 멍에는 노력하면 벗을 수 있다. 굴레처럼 생각하고 자포자기하면 안 된다”처럼 쓸 수 있죠.

그렇게 보면,
제 아들이 듣는 독자라는 말은 멍에일까요, 굴레일까요?

오전에 병원에 갔을 때 의사선생님께서 ‘엄마 닮았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 셋째가 딸인 것 같습니다.
저는 넷째를 날 생각이 전혀 없으므로, ^^*
셋째가 의사선생님 말씀대로 딸로 태어나면 아들이 8대 독자에서 벗어날 수 없으므로 독자는 굴레가 되고,
돌팔이 의사라서 진단이 틀려 아들로 태어나면, 원준이가 8대 독자에서 벗어나므로 이번참에 독자라는 멍에를 벗을 수 있는 것이고...

저도 궁금합니다. 이녀석이 쓴 게 멍에인지 굴레인지... ^^*
[2011. 1. 18.]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그러나, 그러므로, 그리고, 그런데 다음에는 쉼표가 없다]  

오늘은 아주 쉬운 것으로 하죠.
아래 문장 중 어색한 부분을 찾아보세요.

나는 너를 사랑한다.
그러나, 너와 결혼할 수는 없다.

내용도 좋고(?), 앞문장과 뒷문장이 반대되는 접속사도 좋고...
다 좋은데... 뭐가?

오늘은 문장부호에 대해서 좀 알아볼게요.
문장부호의 종류가 많고, 우리 맞춤법에서 문장부호에 대한 내용을 정확하게 정의한 게 별로 없긴 하지만,
그래도 있는 거라도 챙겨야죠.
위의 문장에서 글은 틀린 게 없습니다.
다만, 그러나 다음에 반점(쉼표)을 찍는 게 틀렸습니다.

원칙적으로,
문장 첫머리의 접속이나 연결을 나타내는 말 다음에는 반점을 씁니다.
결국, 그럼에도, 다만, 먼저, 다음으로, 바라건대, 보건대, 아무튼, -에 의하면, 첫째, 하지만, 한편, 다만,......
이런 식으로 연결어 다음에 ‘,’를 찍어줍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쓰이는 접속어
‘그러나, 그러므로, 그리고, 그런데’와
이에 대응하는 ‘이러나, 이러므로, 이런데’
뒤에는 ‘,’를 쓰지 않음이 원칙입니다.
따라서 어느 나라 사람이나 먹는 것은 다 같다. 그러나 먹는 방법과 양식이 다르다.
너는 엄청난 죄를 지었다. 그러므로 법의 심판을 받아 마땅하다.
‘정직하게 살아라.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라.’처럼 그러나, 그러므로, 그리고 뒤에 쉼표를 찍지 않습니다.

앞에서 말한,
나는 너를 사랑한다.
그러나, 너와 결혼할 수는 없다.
에서도 그러나 다음에 ‘,’를 찍으면 안 됩니다.

정리하면,
접속사 뒤에는 쉼표를 찍는 게 원칙인데,
일반적으로 자주 쓰이는,
그러나, 그러므로, 그리고, 그런데 이 네 가지 다음에는 쉼표를 찍지 않습니다.

날씨가 참 좋죠?
겨울은 겨울다워야 하는데......
좋은 하루 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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