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이키다'는
"공간을 넓히려고 바깥쪽으로 물리어 내다."는 뜻을 지닌 '내키다'의 반대말로,
"안쪽으로 가까이 옮기다."라는 뜻입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보내드린 편지 아래쪽에 붙은 예전에 보낸 편지에 틀린 게 있어 바로잡고자 합니다.

편지에서 '애와 함께 봄기운을 맘껏 들이키고...'라고 썼는데,
'애와 함께 봄기운을 맘껏 들이켜고...'라고 써야 바릅니다.

내친김에
오늘은 '들이키다'와 '들이켜다'를 갈라보겠습니다.
'들이키다'는
"공간을 넓히려고 바깥쪽으로 물리어 내다."는 뜻을 지닌 '내키다'의 반대말로,
"안쪽으로 가까이 옮기다."라는 뜻입니다.
사람이 다닐 수 있도록 발을 들이켜라처럼 쓰죠.

한편,
'들이켜다'는
"세차게 마구"라는 뜻의 '들입다'에서 온 '들이'와
"물이나 술 따위를 단숨에 들이마시다"는 뜻의 '켜다'가 합쳐진 말로,
"물 따위를 마구 마시다.",
"술이나 물을 세게 켜다(마시다)."는 뜻입니다.
그는 목이 마르다며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잘도 못하는 술을 벌컥벌컥 몇 잔 거푸 들이켜고...처럼 씁니다.

이렇게 '들이키다'와 '들이켜다'는 전혀 다른 뜻입니다.

저는 어제저녁에
목을 좀 축이려고 뭔가를 들이킨 게 아니라 들이켰습니다. ^^*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여기 다지기 좀 주세요~!]

벌써 경칩이네요.
개구리가 나오다가 하얀 눈을 보고 다시 들어가버리지나 않을지...

어제는 싱그러운 봄을 맞아 입맛을 돋우고자(돋구고자가 아닌 이유는 아시죠?)
도가니탕을 먹으러 갔습니다.
소 무릎의 종지뼈와 거기에 붙은 고깃덩이로 탕을 끓인 게 도가니탕인데요.
하얀 국물이 일품이죠.

도가니탕을 먹을 때는 밑반찬이 많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깍두기 하나면 되죠.
그러나 그 옆에 꼭 ‘다진 양념’이 있어야 합니다.
그 다진 양념을 지금도
‘다대기’라고 하는 분이 계십니다.

‘다대기’는 일본에서 온 말입니다.
일본 양념의 하나로 끓는 간장이나 소금물에 마늘, 생강 따위를 다져 넣고 고춧가루를 뿌려 끓인 다음, 기름을 쳐서 볶은 것으로, 얼큰한 맛을 낼 때 씁니다.
이 ‘다대기’를 국립국어원에서
‘다짐’, ‘다진 양념’으로 바꿔 쓰도록 한 적이 있는데요.
이것도 좀 이상합니다.
‘다짐’은 “누르거나 밟거나 쳐서 단단하게 하다”라는 뜻의 ‘다지다’의 명사형이기도 하지만,
보통은 “마음이나 뜻을 굳게 가다듬어 정함”을 말하기 때문입니다.
일본어투 말을 다듬을 때는 좀더 많이 고민을 해야 하는데...

일본에서 온 ‘다대기’에 해당하는 좋은 우리말이 버젓이 있습니다.
‘다지기’가 바로 그겁니다.
“고기, 채소, 양념감 따위를 여러 번 칼질하여 잘게 만드는 일”을 말하기도 하고,
“파, 고추, 마늘 따위를 함께 섞어 다진 양념”을 말하기도 합니다.
‘설렁탕에 다지기를 풀다.’처럼 활용하면 되죠.

좋은 우리말을 두고 왜 억지로 순화용어를 만드는지 모르겠어요.
일본말 다대기를 대신할 말을 찾으면서,
순 우리말인 ‘다지기’를 버리고
‘다짐’, ‘다진 양념’을 쓰라고 하는 멍청한 짓이 어디 있을까요?

근데 그런 게 또 있습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차로 오른편에 비상 차량이 달리는 길이 있죠?
그 길을 뭐라고 하죠?
일본에서는 ‘노견(路肩, ろかた[로가따])’이라고 합니다.  
영어로는 ‘road shoulder’죠.
길 어깨라는 뜻으로...
이것을 우리말로 바꾼답시고 국어학자들이 ‘어깨 길’로 만들었어요.
이런 환장할 일이 있나!
순 우리말 ‘갓길’이 있는데,
이런 것은 버리고 일본말을 그대로 번역한 ‘어깨 길’이라뇨?
제가 보기에 우리나라 국어학자들 아직 멀었습니다.

짧은 제 생각이지만,
학문은 현실과 동떨어진 채 존재할 수 없습니다.
국어학자 아닌 국어학자 할아비라도 아름다운 우리말을 살릴 생각을 하지 못한다면
절대로 존경받을 수 없을 겁니다.
오히려 우리글을 망치는 장본인으로 낙인찍힐 겁니다.
글을 쓰다 보니 좀 격해졌네요.

주말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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