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20] 우리말) 곡우와 우전

조회 수 8465 추천 수 3 2011.04.20 09:03:01
가장 좋은 품질의 녹차가 우전인데,
이 우전은,
곡우 전에 딴 아주 어린 찻잎 순으로 만든 차를 말합니다.
지금쯤 찻잎을 따서 녹차를 만들면 그게 바로 '우전'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이 절기로 '곡우'네요.
24절기가 농업과 관련이 많기는 하지만 특히나 곡우는 더 관련이 많습니다.

일단 곡우는 봄의 마지막 절기입니다.
곡우는 백곡을 기름지게 하는 비가 내린다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곡우 무렵에 못자리할 볍씨를 담그니, 이때부터 농사가 시작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부터 조상님들은
곡우에 부부가 잠자리를 같이 하면 신이 질투하여 쭉정이 농사를 짓는다고 믿어 잠자리도 같이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

오늘은
곡우와 관련된 녹차 이야기를 해 볼게요.
(사실 우리가 요즘 먹는 녹차는 대부분 일본식이라고 합니다.)

녹차 종류에는 우전, 세작, 작설, 중로 따위가 있는데요.
그 이름마다 다 뜻이 있습니다.

가장 좋은 품질의 녹차가 우전인데,
이 우전은,
곡우 전에 딴 아주 어린 찻잎 순으로 만든 차를 말합니다.
지금쯤 찻잎을 따서 녹차를 만들면 그게 바로 '우전'입니다.

'세작'은,
가늘 세(細) 자와 참새 작(雀) 자를 써서,
곡우에서 입하쯤에 가늘고 고운 차나무 순과 펴진 잎을 따서 만든 차를 말합니다.

'중작'은,
입하 이후 잎이 좀더 자란 후 펴진 잎을 따서 만든 차를 말하며,
'대작'은 한여름에 생산하는 차를 말합니다.

작설차 많이 들어보셨죠? 이것도 녹차인데요.
작설차는 찻잎이 참새(雀)의 혀(舌)를 닮았다고 하여 붙인 이름입니다.

죽로는 대나무의 이슬을 먹고 자란 차라는 뜻이고,
감로는 달 감(甘) 자와 이슬 로(露) 자를 써서,
첫 이슬이 내릴 때 딴 순으로 만든 차를 말합니다.

이 밖에도,
찻잎 모양이 매의 발톱과 닮았다고 해서 응조차,
찻잎 모양이 보리를 닮았다고 해서 맥과차라고 합니다.

끝으로,
차 색깔이 까마귀(烏)처럼 검고, 찻잎 모양이 용모양(龍)으로 굽어졌다고 해서 오룡차입니다.

차 이름을 알고,
차를 마시면 그 차 맛이 훨씬 좋겠죠?

저도 지금 녹차를 마시면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보태기)
'오룡차(烏龍茶)'는 중국식 발음에 따라 '우롱차'라고 하고 사전에도 '우롱차'가 올라 있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렸던 우리말편지입니다.


[기차 시간표]

주말 잘 보내셨나요?
부모님께 안갚음은 하셨죠?

지난 주말에 집에 손님이 오셨습니다.
기차로 오셔서 수원역까지 마중을 나갔죠.
아직 기차가 도착하기 전이라,
벽에 붙어 있는 여러 가지 글을 읽고 있는데,
엉터리가 꽤 많더군요.

기차 출발과 도착을 알리는 전광판에는,
오른쪽 맨 위에, ‘현재 시각 : 22:32’ 이라고 쓰여 있었고,
그 밑에는,
출발역, 도착역, 도착시각, 출발시각 따위가 나타나더군요.

전광판 밑에 있는 화판에는,
‘수원역 열차 도착 시간표’가 붙어 있었습니다.
이것도 역시 출발역, 도착역, 도착시각, 출발시각 따위가 나와 있더군요.

사람들이 나오면서 승차권을 반납하는 곳에 보니,
A4 용지에 ‘기차 시간표’를 써서 붙어 놨더군요.

간단하게 세 가지 보기만 들었는데요.
여기서 ‘시간’과 ‘시각’이 제 멋대로 쓰였습니다.

‘시각’은 시간의 어느 한 점을 의미하고,
‘시간’은 어떤 시각에서 다른 시각까지의 사이를 의미합니다.
시각은 한 점이고, 시간은 점들의 집합인 선이라고 할 수 있죠.
그걸 모르고 ‘시각’과 ‘시간’을 혼동해서 쓰고 있는 겁니다.

하나씩 짚어보면,
전광판에 있는 ‘현재 시각’은 맞습니다.
지금 현재는 시간의 어느 한 점이 22:32 이므로,
‘시각’이 맞죠.
그 밑에 있는,
도착시각, 출발시각도 맞습니다.
열차가 특정 시각에 도착하지,
22:30부터 22:35 사이에 도착이라는 행위가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출발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시각’이 맞습니다.

전광판 밑에 있는 화판에 쓰인,
‘수원역 열차 도착 시간표’는 틀렸습니다.
열차가 도착하는 ‘시각’을 표로 만든 것이므로,
‘도착 시각표’가 맞습니다.

사람들이 나오면서 승차권을 반납하는 곳에 있는
‘기차 시간표’도 틀렸죠.
어떤 기차가 수원역에 언제 들어와서 언제 나가는지 그 ‘시각’을 표로 만들어 놓은 것이므로,
‘기차 시각표’가 맞습니다.

그럼 우리가 알고 있는 시간표는 뭐죠?

우리는 학교 다닐 때 교실 앞에 있는 시간표를 많이 봤습니다.
그건 ‘시간표’가 맞습니다.
1교시는 9:00부터 10:00까지,
즉, 9시라는 ’시각’부터 10시라는 ‘시각’까지의 사이가 1교시이므로,
1교시는 1‘시간’인 거죠.
그런 ‘시간’을 표로 만들어 놓은 거니까 당연히 ‘시간표’가 맞죠.
우리가 이 시간표에 너무 익숙해져서,
‘시각’과 ‘시간’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각’은 시간의 어느 한 점을 의미하고,
‘시간’은 어떤 시각에서 다른 시각까지의 사이를 의미한다는 겁니다.

운전하시면서 라디오 들으시죠?
그때 들리는 낭랑한 아나운서 목소리!
“지금 시각은 11시 57분입니다.”
절대 ‘지금 시간은’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지금 시각’입니다. 잘 들어보세요.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입니다.
기쁜 마음으로 시작하시면,
이번 주 내내 좋은 일만 생길 겁니다.
제가 보장할게요.

늘 많이 웃으시고, 늘 행복하게 지내시길 빕니다.

보태기)
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시간’이 ‘시각’의 의미로도 사용되고 있다는 보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2.
‘안갚음’은 순 우리말로,
‘까마귀 새끼가 자라서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일’을 말합니다.
즉, ‘자식이 커서 부모를 봉양하는 일’을 뜻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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