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27] 우리말) 국어사전

조회 수 10447 추천 수 2 2011.04.27 09:13:43
어제 편지에서
국어사전에 얽매는 것에 대한 생각을 댓글로 보내달라고 부탁했더니
두 분이 댓글을 다셨습니다.
고마운 마음으로 여러분과 함께 읽고자 아래에 붙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 고도원의 아침편지에 보니 '자살을 생각지 말라'는 글이 있네요.

아무리 견디기 힘들어도
자살 따위는 생각지 말라.
그대가 자살해 버리면 이 세상 어딘가에서
그대를 사랑하기 위해 살고 있는 사람과
그대에게 사랑 받기 위해 살고 있는
사람의 인생이 얼마나 슬퍼질
것인가를 생각하라.
- 이외수의《여자도 여자를 모른다》중에서 -

저도 그렇게 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자살로 풀려고 하면 안 된다고 봅니다.
오죽하면 그럴까라는 생각도 해보지만,
절대자가 누군가를 이 세상에 보낼 때는 다 까닭이 있다고 봅니다.
그것을 사람이 맘대로 끊으면 안 된다고 봅니다.
어찌 보면 자살은 가장 비겁한 도망인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삶이 힘들어도 혼자만의 엷은 미소라도 지을 수 있는 하루로 지내시길 빕니다.


어제 편지에서
국어사전에 얽매는 것에 대한 생각을 댓글로 보내달라고 부탁했더니
두 분이 댓글을 다셨습니다.
고마운 마음으로 여러분과 함께 읽고자 아래에 붙입니다.


송아무개 님, mm???@hanmail.net

1. 말의 역할, 존재 이유, 가치는 무엇인가?
2. 우리말의 범위를 어디까지 한정 지어야 할 것인가?
3. 말은 생명이 있는가?
4. 사전의 오류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박아무개 님, na???@naver.com

국어사전에 '얽매이는' 것과 국어사전을 '우리말의 기준'으로 삼는 것...을 읽고 한가지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몇 자 적습니다.
제가 대학 때 독일어를 좀 공부한 적이 있습니다.
남산에 있었던 주한독일문화원에서 나름대로 제대로 된 독일어를 배우고 익혔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배운 독일어와 독일 문화에 관한 많은 것들 가운데, 독일어 사전과 관련하여 잊을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 독일의 대문호 괴테 후에 있었던 일로 기억하는데, 'G-'로 시작하는 사람 이름입니다.
Grim인가 Gram인가...아무튼 이들 형제가 당시까지 출판된 모든 인쇄물들을 총망라하여, 이 단어는 언제 어느 때 누구의 책에서 어떻게 쓰였고,
같은 단어를 다른 누군가는 어떤 시에서 어떻게 썼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그의 소설에서 이런 뜻으로 사용하였다...라고 하는 [표준독일어대사전]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형제가 결혼도 안 하고 죽을 때까지!
제 기억으론 한 50여 권 되는 걸로 아는데...나랏말 사전이 한 권이 아니라 수십 권이라니...~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독일어를 전공하시는 분들이 정확히 확인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아무튼 그 결과로, 독일어는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표준문법을 체계적으로 확립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유일무이한 사건이라고 합니다.
오늘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굳이 국어사전에 얽매이지 말고 현실에 맞춰 대충대충 우리말을 쓰자고 하시는 분들 보다,
성 박사님 주장처럼 수많은 인력과 예산을 써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을 어떻게든 사용하고 거기에 기준을 맞추고 살도록
노력하는 것이, 사전을 만들어낸 목적에 들어맞는 것일 뿐만 아니라, 세계 각처에 흩어져 있는 한국인들이 언제 어디서 만나더라도 표준화된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모범을 보여야, 언젠가는 한국어로 학술회의도 하고,
국제회의도 개최하며, 주요 논문도 전부 한국어로 쓰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입니다.
만들어 놓고 법 따로 현실 따로 할 바엔, 예산이나 쓰지 말든지...
더 중요한 문제는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든 곱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실생활에서 더욱 다채롭고 다양하게 쓸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노력했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글을 보내주신 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렸던 우리말편지입니다.


[에/에게]

오늘 뉴스를 보니,
철도청의 유전사업에
차관과 한 국회의원이 버물어,
어떤 사업가의 돈을 받아 곤욕을 치르고 있네요.
정치인들이야 이런 일이 자주 있으니 별로 놀랄 일도 아닌데,
방송 자막에 한글 맞춤법을 잘 따른 좋은 보기가 있어서 소개합니다.

“... 돈 의원사무실에 전달...”
“... 돈 의원에게 전달...”
위에서 ‘사무실에’는 ‘에’를 썼고,
‘의원에게’는 ‘에게’를 썼습니다.
‘에’와 ‘에게’를 참 잘 쓴 겁니다.

흔히 ‘에’와 ‘에게’를 구별하지 못하고
그냥 ‘에게’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요.
사람과 동물에게만 ‘에게’를 씁니다.
예를 들면,,
“부모님에게 꾸중을 들었다.”
“친구들에게 합격사실을 알렸다.”처럼 사람 뒤에는 ‘에게’를 쓰고,

“감사원은 관계부처에 시정을 지시했다.”
“중국은 한국에 ...을 요구했다.”처럼 사람이 아닌 경우는 그냥 ‘에’만 씁니다.

비슷한 낱말로,
‘한테’와 ‘더러’가 있습니다.
둘 다 ‘에게’와 마찬가지로 사람과 동물에게만 씁니다.
“선생님한테 칭찬을 들었다.”
“이것은 너한테 주는 거다”
따위로 씁니다.
쉽죠?

벌써 목요일입니다.
이번 주 잘 보내세요.

보태기)
버물다 : 못된 일이나 범죄에 관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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