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02] 우리말) 오뚜기와 오뚝이

조회 수 4102 추천 수 5 2011.05.02 09:09:08
맞춤법 규정이 바뀌기 전부터 이미 쓰고 있는 회사 이름 따위는 그대로 인정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오뚜기부대, 오뚜기식품, 안성마춤 따위가 버젓이 쓰이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뉴스에서 보니,
대리점에 마요네즈, 당면, 참기름, 국수 등의 판매가격을 미리 정해주고 그 아래로 팔지 못하게 통제한 오뚜기㈜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6억 5900만원을 부과했다고 하네요.

오늘은 '오뚜기'를 알아볼게요.
밑을 무겁게 하여 아무렇게나 굴려도 오뚝오뚝 일어서는 어린아이들의 장난감은 '오뚜기'가 아니라 '오뚝이'입니다.
'오뚜기'는 '오뚝이'로 적는 게 바릅니다.

맞춤법 규정에 따르면,
'-하다'나 '-거리다'가 붙는 말뿌리(어근)에 '-이'가 붙어서 이름씨(명사)가 된 것은 그 뿌리(원형)를 밝히어 적는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꿀꾸리 (x) -> 꿀꿀이 (o)
발바리 (x) -> 발발이 (o)
살사리 (x) -> 살살이 (o)
오뚜기 (x) -> 오뚝이 (o)
로 써야 바릅니다.

그러나
'-하다'나 '-거리다'가 붙을 수 없는 말뿌리(어근)에 '-이' 또는 다른 홀소리(모음)으로 시작되는 접미사가 붙어서 이름씨가 된 낱말은 그 원형을 밝히어 적지 아니합니다.
따라서, 개구리, 귀뚜라미, 기러기, 깍두기로 쓰는 게 바릅니다.

문제는
맞춤법 규정이 바뀌기 전부터 이미 쓰고 있는 회사 이름 따위는 그대로 인정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오뚜기부대, 오뚜기식품, 안성마춤 따위가 버젓이 쓰이고 있습니다.

이런 것을 애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줘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렸던 우리말편지입니다.



[불초소생]

오늘은 ‘불초’에 대해서 말씀드릴게요.

흔히 자기 자신을 낮추어 말할 때,
“불초소생이 어쩌고저쩌고”라고 합니다.
“불초소생인 저를 뽑아주셔서 어쩌고저쩌고...”
“불초소생인 제가 막중한 임무를 맡아 어쩌고저쩌고...”
보통 정치인이나 고관대작들이 많이 쓰는 말입니다.

근데 이 ‘불초’라는 낱말은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자식과 임금만 쓸 수 있는 말입니다.

불초(不肖)는
아니 불, 닮을 초 자를 써서,
자기의 아버지를 닮지 못했다는 말로,
자식이 부모에게 자기를 낮추어 말하는 것입니다.
또, 임금이 선왕을 닮지 못해 큰 뜻을 따르지 못한다는 겸손한 의미로만 씁니다.
맹자(孟子) 만장(萬章)편 상권에 있는 말이죠.

따라서,
‘불초소생’은,
‘제가 아버지의 큰 뜻을 따라가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의미로 씁니다.
부모님께 드리는 이런 겸손한 말을,
시궁창에 처박혀 사는 정치인들이 세 치 혀로 언죽번죽 지껄이면 안 되죠.

돌아오는 일요일이 돌아가신 아버지 제사입니다.

아버지는 생전에 남에게 많은 것을 베풀도록 저를 가르치셨죠.
오죽했으면,
7대 독자인 제게,
“남들이 진정으로 원하면 네 XX도 떼 줘라.”라고 하셨으니까요.

자신에게 소중한 것도
남들이 필요하다면 뭐든지 내주라는
선친의 가르침을 저는 못 따르고 있습니다.
남을 챙겨주고 배려하기는커녕,
작은 것에 집착하고, 사소한 일에 짜증내고...
부질없는 욕심에 마음 아파하고...

이런 ‘불초소생’이
앞으로는 남들을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배려하며 살겠다는 약속을 드리러
아버지를 뵈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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