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보면,
'주기'는 사람이 죽은 뒤 그 날짜가 해마다 돌아오는 횟수이고,
'주년'은 일 년을 단위로 돌아오는 돌을 세는 단위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신 지 2년째라고 하네요.
아픔 없이 기쁨만 있는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1.
"사람이 죽은 뒤 그 날짜가 해마다 돌아오는 횟수를 나타내는 말"이
'주기'(周忌/週忌)입니다.
내일이 할아버지의 이십오 주기가 되는 날이다, 오늘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 이다처럼 씁니다.
2.
한자가 다른 주기(週期)도 있습니다.
"같은 현상이나 특징이 한 번 나타나고부터 다음번 되풀이되기까지의 기간"을 뜻해
주기가 단축되다, 주기가 느리다, 일 년을 주기로 반복되다, 그는 삼 년 주기로 이사를 다녔다처럼 씁니다.
화학 배울 때 나오는 주기율표가 바로 이 주기를 씁니다.
3.
'주년'(周年/週年)은
"일 년을 단위로 돌아오는 돌을 세는 단위"로
동학 농민 운동 1백 주년, 결혼 오십 주년처럼 씁니다.
4.
'돌'은
"특정한 날이 해마다 돌아올 때, 그 횟수를 세는 단위"로
서울을 수도로 정한 지 올해로 600돌이 되었다처럼 씁니다.
흔히,
주년을 결혼 60주년처럼 긍정적인 말에만 쓰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문법적으로 그런 설명은 없습니다.
다만, 실제로는 '주년'을 부정적인 데는 별로 쓰지 않으므로,
그럴 때는 '년'을 쓰면 될 것 같습니다.
경술국치, 국권 피탈 몇 년과 같이 년을 쓰는 게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쉽게 보면,
'주기'는 사람이 죽은 뒤 그 날짜가 해마다 돌아오는 횟수이고,
'주년'은 일 년을 단위로 돌아오는 돌을 세는 단위입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렸던 우리말편지입니다.
[모발]
며칠 전 시장에서 샴푸를 하나 샀습니다.
통에 붙은 광고를 보니,
‘천연원료를 써서 모발이 상하지 않습니다.’라고 쓰여 있더군요.
꼭 모발이라고 써야하나...
모발(毛髮)은
사람의 몸에 난 털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꼭 머리에 난 털인 머리카락만을 이르는 게 아닙니다.
머리카락만을 가리키는 낱말을 굳이 찾자면 두발(頭髮)이 맞겠죠.
“머리카락의 질이나 상태”를 이르는 게 ‘머릿결’이잖아요.
천연원료를 써서 머릿결이 상하지 않고 좋은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하는 말이잖아요.
그럼 당연히 ‘머릿결’을 써야죠. 왜 이런 좋은 우리말을 두고,
굳이 ‘모발’을 쓰는지...
저 같으면,
‘천연원료를 써서 모발이 상하지 않습니다.’ 대신
‘천연원료를 써서 머릿결이 고와집니다.’나,
‘천연원료를 써서 머릿결에서 윤이 납니다.’라고 쓰겠습니다.
제가 이렇게 우리말, 우리글을 쓰자고 하면,
어떤 분들은,
“당신은 영어도 못하고 한자도 몰라서 그런다.
한자나 영어를 쓰면 의미전달이 훨씬 잘 된다.“라고 강조하는 분이 계십니다.
경우에 따라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리글, 우리말도 제대로 못하면서 뭘 하겠다는 건지...
오늘도 행복하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