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만 있으면 우린 어디서든 중국인이나 일본인의 외모로 혼동되는 일을 피할 수 있습니다.
광화문 현판, 대한민국의 자존심이자 겨레의 얼인 한글로 만들어야 합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낸 문제가 한글로 만들 수 있는 글자 수를 묻는 거였습니다.
답은 11,172자 입니다.
이 편지 맨 끝에 어떻게 그런 숫자가 나오는지 설명해 뒀습니다.

어제는 문제 답을 보내신 분이 많지 않아 답을 보내신 모든 분께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늘은 박남 님께서 보내주신 편지를 같이 읽고자 합니다.





오늘 한글날을 맞아 평소 생각하던 바가 있어 글월 드립니다.
저는 외국인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회사 직원중 절반이 미국이나 영국, 호주 등 영어권 국가에서 온 사람들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각국의 문화와 관습에 대해 서로 소통하고 교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외국인 주재원들은 국내에 몇 년씩 거주하는 동안 대부분 본국의 부모님이나 형제자매들을 한국으로 초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친인척들이 한국에 오면 물론 우리나라의 유명 관광지를 돌아보기도 하지만,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도 함께 구경하고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국 중국 일본을 모두 둘러본 서양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
한국의 기와지붕이 중국이나 일본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지 정말 모르겠어요."
우리 한국인들은 기와지붕의 처마 각도만 봐도 그 기와지붕이 한국 것인지 일본 것인지 단번에 알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보다 더 쉬운 판별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한국 광화문, 중국 천안문이나 자금성, 일본 교토의 고성 등에 걸려 있는 현판을 보면 단박에 구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한국을 제외한 중국이나 일본은 현판을 한문으로 밖에 쓸 수 없습니다.  문자가 그것밖에 없으니까요.
그런데 우리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이라는 한글 문자체계를 갖고 있지 않습니까?
따라서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한복판에 있는 광화문의 현판을 우리의 자랑스런 글자 한글로 [광화문]이라고 써 놓기만 하면, 굳이 외국인들이 한국이나 중국, 일본의 기와지붕 건물과 혼동할 우려가 전혀 없게 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충무공 이순신 장군님 동상 바로 뒤에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 동상까지 만들어 놓고, 바로 그 뒤에 있는 광화문 현판을 한자로 써 놓는다면 이것은 세종대왕 님의 뒤통수를 치는 웃지 못할 행위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정말 이해가 안됩니다.
세계 각국의 언어학자들이 그토록 침이 마르도록 극찬해 마지 않는 이 아름다운 글자 한글을 놔두고, 왜 중국식 글자인 한자로 광화문 현판을 걸어야 하는 것입니까?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수도 서울의 한복판에 위치한 광화문 현판을 한자로 써야 하는 것입니까?  그 현판은 우리만 보는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우리가 모르는 사이 수많은 외국인들이 보고 사진을 찍어가고 있습니다.
저 수많은 외국인들이 언젠가 "이 사진을 어디서 찍었더라?" 하고 궁금해 할 필요가 없도록 우리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만들어야 합니다!
한글만 있으면 우린 어디서든 중국인이나 일본인의 외모로 혼동되는 일을 피할 수 있습니다.
광화문 현판, 대한민국의 자존심이자 겨레의 얼인 한글로 만들어야 합니다.




좋은 글을 같이 읽을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한글 글자 수]  

오늘은 아주 기본적인 상식 하나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우리가 쓰는 한글 글자 수는 모두 몇 자 일까요?
잘 아시는 바와 같이 한글은 14자의 자음과 10자의 모음 조합으로 이루어지는데,
자음+모음 또는 자음+모음+자음 의 두 가지 경우로 글자를 만듭니다.
당연히 복자음 복모음이 가능하고요.
이런 원칙에 따라 한글을 만들 때 모두 몇 자나 만들 수 있을까요?

11,172자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게나 많으냐고요?
자 볼까요?

기본자음(14) : , , , , , , , , , , , , ,
기본모음(10) : ,,,,,,,,,
쌍자음(5) : ㄱㄱ, ㄷㄷ, ㅂㅂ, ㅅㅅ, ㅈㅈ
복자음(11) : , , , , , , , , , ,
복모음(11) : , , , , , , , , , ,

기본자음과 기본모음은 아실 것이고,
쌍자음은 글자의 초성에 오는 자음입니다.

예를 들면, ////// 에 오는 자음이죠.
복자음은 글자의 종성에 오는 자음으로, /없다/읽다/읊조리다/ 등에 오는 자음이죠.
복모음은 모음 두 개가 겹친 것이고요.

그럼 이제 계산을 해 볼까요?
한글이 /초성+중성/ 또는 /초성+중성+종성/으로만 구성된다고 했죠?
초성에 올 수 있는 자음은 기본자음 14+쌍자음 5 해서 19개가 되고,
중성에 올 수 있는 모음은 기본모음 10+복모음 11해서 21개가 되고,
종성에 올 수 있는 자음은 기본자음 14+쌍자음 2(ㄱㄱ, ㅅㅅ[이 두개만 쌍자음으면서 복자음 자리에 올 수 있습니다. , /었다/ 같은 자가 되겠죠.])+복자음 11 해서 총 27개가 됩니다.
그럼 이제 계산은 간단하죠.
한글이 /초성+중성/ 또는 /초성+중성+종성/으로만 구성된다고 했으므로,
초성+중성 => 19×21 = 399
초성+중성+종성 => 19×21×27 = 10,773
이 두 개를 더하면, 11,172 가 됩니다.

보기만 해도 지겨운 숫자가 나오니까 더 보기 싫으신가요?
우리 한글은 우리가 말로 하는 모든 소리를 표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세계 어디에 내놔도 꿀리지 않겠죠?

꼭 외워둡시다. 우리 한글은 모두 11,172자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
독불장군]

며칠 전에
저희 회사 대장님이 사무실에 오셔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신 적이 있습니다.
퇴직까지는 50여 일 남았다고 하시면서,
떠나시기 전에 후배들에게 이런저런 좋은 조언을 많이 해 주셨죠.

충고 내용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연구원이니만큼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라는 말씀이었고,
두 번째는 세상에 독불장군 없으니 더불어 살라는 말씀이셨죠.

오늘은 독불장군 말씀 좀 드릴게요. 그 대장님을 생각하면서...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독불장군을 찾아보면 세 가지 뜻이 나옵니다.
1.
무슨 일이든 자기 생각대로 혼자서 처리하는 사람.
2.
다른 사람에게 따돌림을 받는 외로운 사람.
3.
혼자서는 장군이 될 수 없다는 뜻으로, 남과 의논하고 협조하여야 함을 이르는 말.

이렇게 세 가지 뜻이 있는데,
본래 독불장군(獨不將軍)의 뜻은,
혼자 힘으로는 장군이 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주위에 거느릴 졸병도 있고 따르는 충신도 있어야 장군이 되는 것이지,
따르는 사람도 없고 거느리는 사람도 없이 혼자서는 장군이 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이런 뜻이 요즘은 조금 변해서,
혼자 어떤 일을 처리하거나,
홀로 버티며 고집을 부리는 사람이나,
여러 사람의 지지를 받지 못한 채 따돌림을 받는 외톨이를 뜻하는 말로
그 뜻이 바뀌어 쓰이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국어사전에서도,
본래의 뜻이 세 번째로 들어가고,
바뀐 뜻이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네요.

저희 회사의 대장님은,
남과 의논하고 서로 협조해야만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으니,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려 살라는 뜻으로 독불장군이라는 낱말을 쓰셨는데요.
본래의 뜻을 정확하게 알고 쓰셔서 오늘 소개드린 겁니다.

날씨가 무척 추워졌죠?
저는 오늘 대전을 거쳐, 광주, 해남까지 긴 여행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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