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14] 우리말) 막히다와 밀리다

조회 수 3810 추천 수 0 2011.11.14 09:17:28

 

어제 제가 고향에서 돌아올 때 고속도로는 막힌 게 아니라 밀린 겁니다.
차가 너무 많이 몰려 빠른 속도로 나가지 못하고 천천히 간 것이므로 밀린 거죠.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애들과 같이 고향에 가서 어머니 집 창문에 비닐을 쳐드렸습니다.
일요일 오후에 돌아올 때 어찌나 차가 밀리던지... 거의 명절 수준이었습니다.

요즘 차를 타고 다니면서 애들이 '다 왔다' '거의 다 왔다'는 갈라 쓰는 것을 봅니다.
다 왔다는 것은 가고자 하는 곳에 정말로 다 온 것이고,
거의 다 왔다는 목적지가 바로 코앞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한 10분쯤 남겨놓거나 거리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다 왔다'고 말합니다.
그건 거의 나온 겁니다.

차가 밀리는 것도 그렇습니다.
'
막히다'는 꼼짝 못하게 되어 하려던 것을 못하게 되다는 뜻입니다.
고속도로에서 차가 막히면 더는 앞으로 가지 못합니다. 돌아가야 합니다.
그러나 '밀리다'는 어떤 이유로 뒤처지게 되다는 뜻으로
어려서부터 나는 항상 형에게 밀려 뒷전이었다처럼 씁니다.

어제 제가 고향에서 돌아올 때 고속도로는 막힌 게 아니라 밀린 겁니다.
차가 너무 많이 몰려 빠른 속도로 나가지 못하고 천천히 간 것이므로 밀린 거죠.

밀린 것과 막힌 것은 이렇게 다릅니다.
막히면 희망도 없지만, 밀리면 그래도 희망이라도 있다고 봐야 할까요? ^^*

그나저나,
고속도로는 차가 빨리 달릴 수 있는 도로로 우리는 그 고속도로를 타고 빨리 움직이고 그 값으로 통행요금을 냅니다.
그런데 고속도로가 밀려 차가 빨리 움직이지 못해 고속도로가 제 역할을 못했다면 통행요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닌가요?
아니면 좀 깎아 주시든지... ^^*

지난주 금요일에 보낸 편지에서,
11
11일은 '빼빼로 데이'가 아니라 '농업인의 날'이고, 제주도가 세계7대자연경관에 들어가는 전화 투표가 있는 마지막 날이라는 소개를 드렸습니다.
실은 11 11일이 지체장애인의 날이기도 하네요.
바로 서겠다는 의지를 나타낸거라고 합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
논문 진위 여부 -->> 논문 진위]

설마 했는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는데...

결국 그 논문이 조작된거였군요......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아픈 가슴을 달래고자 다른 이야기나 좀 할게요.

뉴스를 들으니,
서울대 진상조사위원회가 ‘논문 진위’를 조사했다고 하네요.
‘논문 진위 여부’를 조사한 게 아니라...

‘진위 여부’는 옳은 표현이 아닙니다.
여부(與否)는 “그러함과 그러하지 아니함.”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여부’ 앞에 상반된 개념을 한꺼번에 가진 낱말을 쓰면 안 됩니다.
예를 들면,, 생사(生死), 진위(眞僞), 성패(成敗) 같은 낱말 뒤에는 ‘여부’를 쓰면 안 되는 거죠.
생사, 진위, 성패라는 낱말이,
이미, 살거나 죽거나, 사실이거나 아니거나, 성공하거나 실패하거나란 뜻을 담고 있는데,
그 뒤에 또 ‘여부’를 써서 ‘그러거나 그러지 않거나’라는 뜻을 덧붙일 필요가 없잖아요.
다시 말하면, ‘진위’ 속에 이미 ‘여부’의 뜻이 들어있습니다.

따라서,
‘논문 진위 여부’를 조사한 게 아니라,
‘논문 진위’, , 논문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조사한 거죠.

조난자의 생사 여부를 모르는 게 아니라, ‘조난자의 생사’를 모르는 거고,
연구의 성패 여부를 모르는 게 아니라, ‘연구의 성패’를 모르는 거죠.

그러나
‘여부’ 앞에 상반된 개념을 한꺼번에 가진 낱말이 오지 않으면 ‘여부’를 써도 됩니다.
예를 들면,,
논문의 진실 여부를 검토했다/연구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줄기세포 존재 여부를 알고 싶다처럼 쓸 수 있습니다.
‘논문의 진실 여부를 검토했다’는 논문이 진실인지 아닌지를 검토한 것이고,
‘연구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는 연구가 성공하는지 실패하는지에 달렸다는 말이고,
‘줄기세포 존재 여부를 알고싶다’는 줄기세포가 있는지 없는지를 알고 싶다는 말이잖아요.

정리하면,
‘여부(與否)’는 “그러함과 그러하지 아니함.”이라는 뜻이 있으므로,
그 낱말 앞에,
‘그러거나 그러지 않다’는 뜻이 있는, , 상반된 개념을 한꺼번에 가진 낱말을 쓰면 안 됩니다.

이제 이 일을 어떻게 매조지어야 할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17189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2781
1356 [2012/04/09] 우리말) 낼모레 머니북 2012-04-09 3474
1355 [2012/11/15] 우리말) 올겨울과 이번겨울(2) 머니북 2012-11-15 3475
1354 [2007/08/27] 우리말) 밀월여행 id: moneyplan 2007-08-27 3476
1353 [2009/10/01] 우리말) 기쁨과 행복이 가득한 한가위로 보내시길 빕니다 id: moneyplan 2009-10-01 3476
1352 [2010/03/19] 우리말) 훈민정음이 세계문화유산? id: moneyplan 2010-03-19 3477
1351 [2013/07/08] 우리말) 블랙박스 머니북 2013-07-08 3477
1350 [2007/06/14] 우리말) 담합이 아니라 짬짜미 id: moneyplan 2007-06-15 3478
1349 [2007/12/20] 우리말)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께 별명을 지어드립니다 id: moneyplan 2007-12-20 3478
1348 [2013/07/02] 우리말) 눈썹과 눈썰미 머니북 2013-07-02 3478
1347 [2017/03/10] 우리말) 교보문고 머니북 2017-03-10 3480
1346 [2017/05/16] 우리말) 농식품부에서 만든 책 머니북 2017-05-16 3480
1345 [2008/12/24] 우리말) 내년과 이듬해 id: moneyplan 2008-12-24 3481
1344 [2010/07/19] 우리말)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moneybook 2010-07-19 3481
1343 [2011/02/08] 우리말) 자주 틀리는 맞춤법 moneybook 2011-02-08 3481
1342 [2012/03/13] 우리말) 애동대동과 중씰 머니북 2012-03-13 3481
1341 [2016/03/24] 우리말) 구실 머니북 2016-03-25 3481
1340 [2017/04/17] 우리말) 달물결 머니북 2017-04-18 3481
1339 [2017/04/24] 우리말) 국어를 잘 배우자 머니북 2017-04-24 3481
1338 [2008/07/10] 우리말) 오시면 선물을 드립니다 ^^* id: moneyplan 2008-07-10 3482
1337 [2009/06/05] 우리말) 어부인이 아니라 그냥 부인입니다. id: moneyplan 2009-06-05 34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