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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논문 진위 여부 -->> 논문 진위]
설마 했는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는데...
결국 그 논문이 조작된거였군요......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아픈 가슴을 달래고자 다른 이야기나 좀 할게요.
뉴스를 들으니,
서울대 진상조사위원회가 ‘논문 진위’를 조사했다고 하네요.
‘논문 진위 여부’를 조사한 게 아니라...
‘진위 여부’는 옳은 표현이 아닙니다.
여부(與否)는 “그러함과 그러하지
아니함.”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여부’ 앞에 상반된 개념을 한꺼번에 가진 낱말을 쓰면 안 됩니다.
예를 들면,, 생사(生死), 진위(眞僞), 성패(成敗) 같은 낱말 뒤에는 ‘여부’를 쓰면 안 되는 거죠.
생사, 진위, 성패라는 낱말이,
이미, 살거나 죽거나, 사실이거나
아니거나, 성공하거나 실패하거나란 뜻을 담고 있는데,
그 뒤에 또 ‘여부’를 써서 ‘그러거나 그러지 않거나’라는 뜻을 덧붙일 필요가 없잖아요.
다시 말하면, ‘진위’ 속에 이미 ‘여부’의 뜻이 들어있습니다.
따라서,
‘논문 진위 여부’를 조사한 게 아니라,
‘논문 진위’, 곧, 논문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조사한 거죠.
조난자의 생사 여부를 모르는 게 아니라, ‘조난자의 생사’를 모르는 거고,
연구의 성패 여부를 모르는 게 아니라, ‘연구의 성패’를 모르는 거죠.
그러나
‘여부’ 앞에 상반된 개념을 한꺼번에 가진 낱말이 오지 않으면 ‘여부’를 써도 됩니다.
예를 들면,,
논문의 진실 여부를 검토했다/연구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줄기세포 존재 여부를 알고 싶다처럼 쓸 수 있습니다.
‘논문의 진실 여부를 검토했다’는 논문이 진실인지 아닌지를 검토한 것이고,
‘연구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는 연구가 성공하는지 실패하는지에 달렸다는 말이고,
‘줄기세포 존재 여부를 알고싶다’는 줄기세포가 있는지 없는지를 알고 싶다는 말이잖아요.
정리하면,
‘여부(與否)’는 “그러함과 그러하지
아니함.”이라는 뜻이 있으므로,
그 낱말 앞에,
‘그러거나 그러지 않다’는 뜻이 있는, 곧, 상반된
개념을 한꺼번에 가진 낱말을 쓰면 안 됩니다.
이제 이 일을 어떻게 매조지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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