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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잊다/잃다]
벌써 새해가 밝은지 열흘이 넘었네요.
작년에 있었던 좋지 않은 기억은 빨리 잊으시고,
올해 새롭게 세운 계획 잘 꾸려가시길 빕니다.
설마, 올해 세운 계획을 벌써 잊지는 않으셨죠?
오늘은,
‘잊어버리다’와 ‘잃어버리다’의 차이를 말씀드릴게요.
글로 쓸 때는 별로 헷갈리지 않는데, 발음할 때는 많은 분이 헷갈리시더군요.
‘잊다’는
“한번 알았던 것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기억해 내지 못하다.”는 뜻으로,
수학 공식을 잊다/영어 낱말의 철자를 잊다/영화
제목을 잊었다처럼 씁니다.
‘잃다’는
“가졌던 물건이 없어져 그것을 갖지 아니하게 되다.”는 뜻으로,
가방을 잃다/복잡한 시장 거리에서 지갑을 잃었다처럼 씁니다.
기억하기 좋게,
‘잊다’와 ‘잃다’의 구별은,
관련된 물건이 있으면 ‘잃다’고, 물건이 없으면 ‘잊다’입니다.
물건은 잃어버린 것이고, 기억은 잊어버린 것이고...
여기까지는 다 아시죠?
문제는 발음입니다.
물건을 잃었을 때, 잃어버리다의 발음은 [이러버리다]입니다.
기억을 잊었을 때, 잊어버리다의 발음은 [이저버리다]입니다.
발음이 서로 비슷하죠? [이저]와 [이러]...
그러나 뜻은 앞에서 설명한대로 전혀 다릅니다.
학교에 가서 우산을 [이러]버린 것이고, 시장에서 지갑을 [이러]버린
겁니다.
나쁜 기억을 [이저]버린 것이고, 옛 애인을 [이즌]겁니다.
발음을 조심하시라고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나는 너를 잊었다.’와 ‘나는 너를 잃었다.’의
차이인데요.
‘나는 너를 잊었다[이젔다].’고 하면, 서로 헤어져 기억에서 지웠다는 의미이고,
‘나는 너를 잃었다[이렀다].’고 하면, 네가 죽어서 저 세상으로 갔다는 말이 됩니다.
발음 하나, 자음 하나 차이로 사람이 죽고 사는 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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