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계시다]
얼마 전에, '-이 되겠습니다', '-같아요'는 조심해서 써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오늘은 '계시다'를 소개드릴게요.
방송에서 가끔, '어렸을 때부터 그런 소질이 계셨나요?' 라는 말을 쓰는데, 이것은 잘못된 겁니다.
'있다'에는 크게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먼저, "사람이나 동물이 어느 곳에서 떠나거나 벗어나지 아니하고 머물다."는 뜻이 있습니다. 너는 집에 있어라처럼 쓰죠. 이 '있다'를 어른에게 쓸 경우, '계시다'고 해야 합니다. 할아버지는 집에 계십니다처럼 써야 하는 거죠.
둘째, "어떤 물체를 소유하거나 자격이나 능력 따위를 가진 상태이다."는 뜻이 있습니다. 나에게 1000원이 있다./이 물건은 주인이 있다처럼 씁니다. 이 뜻으로 '있다'를 어른에게 쓸 경우, '있으시다'고 해야 합니다.
따라서, '어렸을 때부터 그런 소질이 계셨나요?'가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그런 소질이 있으셨나요?'라고 해야 합니다. 소질, 곧, 자격이나 능력 따위를 가진 상태이므로, '있으시다'고 해야지 '계시다'고 하면 안 되죠.
보태기) 이 편지를 읽으시고 어떤분이 답장을 보내오셨습니다.
설명이 마음에 차지 않군요. 마치 '이것이 법이니 무조건 따라야 한다' 하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런 법이 생겨났는지를 알려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사람이나 동물이 어느 곳에서 떠나거나 벗어나지 아니하고 머물다'라는 뜻의 '있다'의 높임법이 '계시다'인 것은, 그렇게 '있는' 그 사람의 행위(있음)를 높이기 위함인 듯합니다. 곧 그 '있다'가 그 사람에게 딸린 행위(그 사람이 주체적으로 한 행위)이기 때문에 그 행위를 높여 '계시다'라고 하는 것이지요. 그와 달리 '소질이 있다'에서 '있다'의 '있다'는 '소질'에 딸린 것이기 때문에 '있다'는 그대로 두고 '-시'라는, 높임의 뜻을 나타내는 씨끝(어미)을 붙이는 것인 듯합니다.
사람이 먼저고 법은 나중이 아닐까요? 우리 조상들이 왜 그렇게 말을 했을까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법이 먼저 있어서 우리 조상들이 그렇게 말을 한 게 아니라, 그렇게 말을 해야만 했던 까닭이 있어 그런 법을 만든 것이지요. 법을 만든 본뜻을 알면 법을 더 잘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편지를 읽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 몇 마디 적었습니다.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