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09] 우리말) 오수와 우수

조회 수 4186 추천 수 0 2012.01.09 09:06:17

오수(汚水)는 오염된 물이란 뜻으로 하수도를 의미하고
우수(雨水)는 빗물로서 자연수의 관로를 의미합니다.

아주 작은 차이지만 상당히 다른 의미이지요.
이 우수를 왜 “빗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식구와 같이 몸이 좋지 않아 집에만 있었습니다.
주말에 집에만 있으려니 왠지 손해를 본 느낌이 드는 거 있죠. ^^*

오늘은 신철원고등학교 정운복 선생님이 보내주신 편지로 우리말 편지 밥상을 차립니다.
좋은 글을 보내주신 정운복 선생님께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오수와 우수]

2010년 10월 29일 새로운 한글 맞춤법 통일안이 발표되었습니다.
그 통일안의 골자는 언어 대중이 즐겨 사용하고 있는 잘못된 맞춤법을 인정하여 제도권 안으로 들여 놓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길을 걷다 보면 맨홀 뚜껑을 만나게 됩니다.
거기에 '오수'라고 적혀 있는 것도 있고, '우수'라고 적혀 있는 것도 있습니다.
'오수'는 뚜껑에 구멍이 없고 '우수'는 뚜껑에 구멍이 숭숭 나 있는 것이 다르지요,

오수(汚水)는 오염된 물이란 뜻으로 하수도를 의미하고
우수(雨水)는 빗물로서 자연수의 관로를 의미합니다.

아주 작은 차이지만 상당히 다른 의미이지요.
이 우수를 왜 “빗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도로 표지판에도 서행(徐行)이라고 적혀 있는 것은 "천천히”로 바뀌어야 할 것이고
다문화(茶文化)는 차를 즐기는 문화를 의미하는데 多文化와 구별하기 위하여 "차문화"로 바꾸어 쓰는 것이 옳습니다.

성경에 "외식하는 자여 네 눈의 들보를 빼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외식은 外食으로 쓰면 집 밖에서 하는 식사를 의미하지만
外飾으로 쓰면 겉만 꾸미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외식을 “겉치레만 하는”으로 바꾸어 쓰는 것이 좋습니다.

의학용어로 가면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집니다.
염좌나 열창, 소양증은 그 중 비교적 낯익은 말입니다.
우리식 표현은 삠, 찢긴 상처, 가려움증이지요.
"계안"이란 낯선 단어는 우리가 잘 아는 티눈이고요. 
"현훈"은 어지럼증을 의미합니다.

저는 한문을 전공하긴 했지만 
이미 사문화된 한문의 부활을 외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한문 공부를 하면 국어 생활이 풍부해지는 것이니
그만큼 삶의 질에 여유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할 뿐이지요.

그러니
우리말을 잘 살려서 쓰는 것에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잘 사용되지 않는 생뚱맞기까지 한 우리말을 끄집어내서 
혼란을 야기하는 것에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단지 글을 쓰는 사람부터 읽기 편하고 이해하기 쉬운 
정제된 언어로서 생각의 표출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화/부아]

어젯밤에 퇴근할 때 보니 누가 제 차 범퍼를 들이받고 그냥 가버렸네요.
다행히 문이 아니라 범퍼긴 하지만,
그래도 화가 치밀어 오르네요.
미안하다는 쪽지 하나만 남겼어도 이렇게 부아가 나지는 않을 텐데...
며칠 동안 속 좀 태울 것 같습니다.
어차피 못 잡을 것 빨리 잊어버리는 게 좋겠죠? 

"몹시 못마땅하거나 언짢아서 나는 성"을 '화'라고 하죠?
화가 치밀다/화를 내다/화를 돋우다/화를 풀다/화가 나서 어쩔 줄을 모르다처럼 씁니다.
이때의 '화'는 불 화(火) 자를 씁니다.

이와 거의 비슷한 뜻의 순 우리말이 '부아'입니다.
'부아'는 우리가 숨을 쉬도록 해 주는 '폐'의 순 우리말입니다.
보통 화가 나면 숨이 가빠지죠?
화가 나서 숨이 가빠지는 것을 보고,
'부아가 나다' '부아가 치밀다'라는 표현이 생겼습니다.

'화(火)'에 끌려,
'부화가 난다'라고 하거나,
'부애가 난다'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겁니다.

저도 빨리 잊어버리고 일이나 시작해야겠네요.
괜히 부아 내 봐야 제 속만 타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31056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36637
2036 [2014/03/19] 우리말) 누꿈하다 머니북 2014-03-19 4188
2035 [2009/03/16] 우리말) 주야장천 id: moneyplan 2009-03-16 4189
2034 [2008/08/18] 우리말) 늘상과 늘 id: moneyplan 2008-08-18 4190
2033 [2013/06/17] 우리말) 자장면과 짜장면(2) 머니북 2013-06-17 4190
2032 [2012/04/30] 우리말) 전기요금 머니북 2012-04-30 4191
2031 [2016/06/30] 우리말) 밥사발, 술사발, 국사발, 죽사발 머니북 2016-07-06 4191
2030 [2010/02/23] 우리말) 초주검 id: moneyplan 2010-02-23 4192
2029 [2011/02/07] 우리말) 매듭 moneybook 2011-02-07 4192
2028 [2008/07/21] 우리말) 엉터리 자막 몇 개 id: moneyplan 2008-07-21 4193
2027 [2009/07/02] 우리말) 핑크빛과 핑크ㅅ빛 id: moneyplan 2009-07-02 4193
2026 [2015/07/30] 우리말) 줄다와 준 머니북 2015-08-02 4193
2025 [2016/08/31] 우리말) 골덴과 코르텐 머니북 2016-09-07 4193
2024 [2012/02/10] 우리말) 예/아니요 머니북 2012-02-10 4195
2023 [2013/01/02] 우리말) 제야 머니북 2013-01-02 4195
2022 [2010/09/09] 우리말) 히히덕거리다와 시시덕거리다 moneybook 2010-09-09 4200
2021 [2014/12/21] 우리말) 2014년에 읽은 책을 소개합니다. 머니북 2014-12-22 4201
2020 [re] 아침에 드린 편지에 틀린 내용이 있습니다 moneybook 2010-08-08 4203
2019 [2014/01/13] 우리말) 할머니께서 아프십니다? 머니북 2014-01-13 4203
2018 [2017/03/06] 우리말) 홍두깨 머니북 2017-03-07 4203
2017 [2013/11/27] 우리말) 저녁과 저물녘 머니북 2013-11-28 4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