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는 이유는 자신들과 닮은 모습을 보러 오는 것이 아닙니다.
오로지 한국적인 것, 한국에 가야만 볼 수 있는 것, 중국 일본과 다른 한국만의 문화와 전통을 보기 위해 한국에 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심장이자 얼굴인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달아야 하는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이 정월 대보름입니다.
아침에 오곡밥 드셨죠? ^^*
저는 장모님이 해주신 맛있는 오곡밥과 여러 나물을 먹고 일터에 나왔습니다.
아마도 저녁에는 일터 동료와 귀밝이술도 마실 것 같습니다. ^^*

오늘은
우리말 편지를 받으시는 여러분이 보내주신 편지 두 개를 같이 읽고자 합니다.

1. 먼저 '한 눌' 님이 보내주신 정월 대보름 이야기입니다.

정월 대보름날은 그해 첫 번째 드는 큰 보름날이라는 뜻으로 추석과 함께 대표적인 우리의 명절이다. 

우리 민속에서 보름이 강조되는 것은 ‘밝음’사상과 관련이 있으며 농경문화에 기조를 둔 풍요관념이 많고 
미리 한 해의 풍년을 예측하고 간접적으로 각종 놀이나 경쟁을 통해 미리 점치는 행사들로 나눈다. 
또한 건강을 기원하며 ‘우리’가 ‘하나’가 되는 단란한 명절의 모습을 보여준다. 

‘보름’이라는 명칭은 ‘밝음’에서 ‘ㄱ’음이 탈락되고 아래 아음이 없어지는 과정을 거치면서 ‘보름’으로 정착된 것으로 본다. 

정월 대보름날을 오기일(烏忌日)이라고도 하며, 
한자어로는 '상원(上元)' 또는 원소절(元宵節)이라고 한다. 
오기일(午忌日)은 삼국유사 기이(紀異) 제1 사금갑 조에 
“신라의 풍속에 매년 정월 상해(上亥)·상자(上子)·상오일(上午日)에는 
백사를 삼가 감히 동작을 아니하고, 15일을 오기일이라 하여 
찰밥으로 제사지내니 지금에도 행하고 있다. 이언에 이것을 달도라 하니, 
슬퍼하고 근심해서 백사를 금기하는 뜻이다”라고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오기일(午忌日)은 오기일(烏忌日)을 가리킨다. 
烏는 ‘까마귀 오’가 아닌 ‘효조(孝鳥) 오’의 잘못이다. 
'상원'은 도교적인 명칭으로, 
삼원(三元 상원, 중원, 하원) 중 첫 번째이다. 

원소절에 탕원(湯圓)을 먹는 풍습이 있어 탕원을 "원소"라고 부른다 
원소란 달콤한 깨 등을 넣고 찹쌀가루로 싸서 찐 일종의 동글동글한 떡으로 이 "元宵"라는 말에는 "團圓"(단란하게)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상원(上元)' 또는 원소절(元宵節)에 대한 쓰임말을 보면, 
1132년 고려 인종은 “옛사람의 교훈에, '수만 년을 쌓으면 
반드시 동지(冬至) 갑자(甲子)일을 만나 일월과 오성(五星)이 모두 자(子)에 모이므로 '상원(上元)'이라 일컬어 역의 시초가 된다' 하였는데, 
이제 11월 6일 동지에 그날 밤중은 갑자에 해당하여 삼원(三元 상ㆍ중ㆍ하원)의 시초가 되니 묵은 것을 버리고 새것으로 개혁할 것이다.”라고 고려사절요는 전하고 있다. 

또 이규보(李奎報)는 ‘상원(上元) 초례문’ 선고축문(先告祝文)에 
‘하늘이 멀어 사람은 상제의 뜰에 올라갈 수 없으니 
신(神)께서 심부름으로 대신 영장(靈場)에 내려오시기 바랍니다.’ 
고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남겼다. 

1416년 (태종 16) ‘왕명으로 상원(上元)의 장등(張燈)을 없앴다’라 했고, 
세조 9년(1463) ‘세속(世俗)에 해마다 상원(上元)에 전가(田家)의 농잠(農蠶)의 형상을 베풀어 한 해[一年]의 풍념(豊稔)의 조짐을 삼았다.’했으며, 
유호인(兪好仁 1445∼1494)은 ‘해마다 정월 대보름날 밤 달맞이가 참으로 어김없겠다(年年上元夜 候月眞不差)‘ 라 하여 上元이라는 말을 썼다. 
元宵라는 말은 이규보가 고율시(古律詩)에 ‘대보름밤 오늘에야 어연에 시립케 되니(元宵御宴今宵侍)라 썼고, 
김상헌(金尙憲 1570∼1652)은 그의 저서 청음집(13권)에 ‘원소에는 달빛 고와 흥을 탈 만하거니와(元宵月色興堪乘)’라 하여 고려와 조선조 학자들이 시어로도 써왔음을 볼 수 있다. 

이 날 농부들은 새벽 축시(丑時)에 오곡밥과 각종 나물을 차려놓기도 하고 달맞이, 달집태우기, 쥐불놀이, 더위팔기, 부럼깨물기를 하며, 마을단위로 연날리기, 지신밟기와 농악놀이를 하고 서낭에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율력서에 "정월은 천지인 삼자가 합일하고 사람을 받들어 일을 이루며, 모든 부족이 하늘의 뜻에 따라 화합하는 달"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 해를 시작하는 정월 대보름날, 조상님들의 지혜를 빌어 모쪼록 화합과 소통의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한눌의 '고대사 메모' 중에서 


2. 지난 토요일 두 번째로 보내드린 편지, '노인'을 '시니어'로 갈음하자는 법률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편지에 대한 '박 남' 님의 댓글입니다.

그야말로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멀쩡한 우리말 놔두고, 그렇게 붙일 말이 없어서 영어 senior를 시니어로 표기만 해서 부르자구요?

그럼 성인이란 말도 聖人인지 性人인지 헷갈릴 수 있으니까 어덜트(adult)로 바꿉시다.
말도 말(language)인지 말(horse)인지 헷갈릴 수 있으니까 아예 이참에 랭귀지로 바꿉시다.
눈도 눈(eye)인지 눈(snow)인지 헷갈릴 수 있으니까 그냥 아이로 바꿉시다.
아참! 그런데 이 아이가 아이(eye)인지 아이(kid)인지 헷갈릴 수 있으니까, 뒤의 아이는 키드로 바꿉시다.
동사무소도 주민센터로 바꾼 마당에, 집도 하우스로 바꾸고, 차도 카로 바꿉시다.
어떻습니까? 정말 보기 좋죠?
그냥 한국말로 아이들이라고 하면 어딘가 한국전쟁 시절 넘쳐나던 고아들이 연상될 지 모르니, 키드라고 하면 좀더 세련되고 영어도 잘 할 것 같이 들리지 않습니까?
어느 개그맨의 우스개 소리처럼, 그야말로 "기가 막힉고 코가 막힌다, 그죠?"

이런 몰상식 무개념 한국인들이 요즘 우리사회에 넘쳐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국민은행은 왜 KB은행이 되어야 합니까? 아예 KB뱅크라고 하시죠?
기업은행은 왜 IBK은행이 되어야 합니까? 차라리 IBK뱅크라고 하시죠?
한국산업은행이라고 하면 경쟁력에 무슨 문제라도 생깁니까? 그래서 KDB은행이라고 하는 겁니까?
한국전력공사라고 하면 전력 수급에 차질이 있습니까? 그래서 KEPCO라고 하는 겁니까?
그런데 왜 지난 여름엔 전력 수급에 "블랙 아웃" 현상이 벌어졌나요?
조만간 청와대를 블루하우스, 국회의사당도 케이엔피(KNP, Koera National Assembly)라고 할 날이 멀지 않았겠죠?

기독교방송이라고 하면 되지 왜 꼭 씨비에스라고 하시나요?
문화방송이라고 하면 되지 왜 꼭 엠비시라고 하시나요?
한국방송이라고 하면 되지 왜 꼭 케이비에스라고 하시나요?
대한토지주택공사는 도대체 무슨 근거로 LH공사라고 해야 하는 겁니까?

지나가는 노인을 붙잡고 물어봅시다. 대한토지주택공사가 뭐하는 곳인지 아느냐고.
어느정도 의미 있는 답변을 내놓으실 겁니다. 우리말이니까요.
그런데 이런 노인들을 시니어로 바꿔 부르면 LH공사가 뭐하는 곳인지 알아들으실까요?

생활이 어려운 분들을 위해 나라에서 쿠폰(coupon)을 발행하더니 언제부턴가 바우처(voucher)를 발행한다네요.
그냥 우리말로 상품권이나 식권, 무료교환권이라고 하면 어디가 덧나나요?
이렇게 개나소나 뭐든지 영어로 바꿔 부르면, 도대체 한국어는 지구상에서 누가 쓰나요?
이토록 자기 문화, 자기 모국어를 홀대하는 국민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요?

정말 부끄럽지 않으세요?
아예 국어를 영어로 바꾸든지, 아니면 우리 몸과 정신 그 자체인 한글을 더욱 사랑하든지, 결단해야 할 때입니다!!!

참고로 외국인들은 이런 영어 간판, 우스꽝스런 콩글리시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요?
한국인들이 점점 영어권 문화식민지가 되어 가는구나...하면서 좋아할까요?
그러면 외국인 관광객이 더 많이 한국을 찾을까요?  정답은 "아니오"입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는 이유는 자신들과 닮은 모습을 보러 오는 것이 아닙니다.
오로지 한국적인 것, 한국에 가야만 볼 수 있는 것, 중국 일본과 다른 한국만의 문화와 전통을 보기 위해 한국에 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심장이자 얼굴인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달아야 하는 것입니다!!!

한국관광공사에서 한국형 호텔체인을 만들었답니다. 그 이름이 뭔지 아십니까?
"베니키아"랍니다. 어디서 굴러먹다 온 말인가요?
이 말의 한글 어원이나 유래를 아시는 분 설명 좀 해주세요.
'용'의 순우리말이 '미르'인 건 알아도, 베니키아의 어원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호텔 잡을 때 좀더 편안해지셨답니까?

우리 제발 정신 좀 차립시다!!!
세상에 유일무이한 한글, 세계 최고의 언어학자들이 칭송해 마지 않았다는 한글을, 우리는 왜 제 손으로 이렇게 훼손하는 겁니까?
우리가 우리 문화와 역사를 소중히 가꾸고 보존하면 할수록 대한민국의 대외경쟁력은 더욱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설이나 추석에 차례상만 정성들여 모실 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우리 겨레의 얼인 한글을 더욱 사랑하는 한국인이 되었으면 합니다.

고맙습니다.


보태기)
1. 좋은 글을 보내주신 두 분께 고마운 마음을 보내드립니다.

2. 사실 귀밝이술은 정월 대보름날 아침에 마시는 술입니다.
이날 아침에 데우지 않은 찬 술을 마시면 귀가 밝아지고 귓병이 생기지 않으며 한 해 동안 좋은 소식을 듣게 된다고 합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봄볕이'는 [봄뼈치]로 발음]

어제 날씨가 참 좋았죠? 오늘도 좋을 것이고... 
어제는 대전에 가서 코에 바람을 좀 넣고 왔습니다.
저절로 봄기운이 느껴지더군요. 
봄볕이 참 포근하죠?

위에 나온,
'봄볕이'를 어떻게 발음할까요?
[봄벼시], [봄벼치], [봄벼티]...
[봄뼈시], [봄뼈치], [봄뼈티]...

표준 발음법 17항에 보면,
받침 'ㄷ, ㅌ(ㄾ)'이 조사나 접미사의 모음 'ㅣ'와 결합하는 경우에는, 
[ㅈ, ㅊ]으로 바뀌어서 뒤 음절 첫소리로 옮겨 발음한다.
곧이듣다[고지듣따] 굳이[구지] 미닫이[미다지]
땀받이[땀바지] 밭이[바치] 벼훑이[벼훌치]
라고 나와 있습니다.

정리해 보면,
자음 'ㅌ'이 'ㅊ'으로 소리가 나는 경우는,
'ㅌ'뒤에 'ㅣ'모음이 올 때입니다.
'ㅣ' 이외의 자음이나 모음이 오면 있는 그대로 발음하거나 연음합니다.

따라서,
'봄볕이'는 [봄뼈치]로 발음하고,('ㅌ'뒤에 'ㅣ'모음이 올 때만 'ㅊ'으로 발음)
'봄볕은'은 [봄뼈튼]으로,
'봄볕을'은 [봄뼈틀]로 발음합니다.

참고로, '봄볕'은 [봄뼏]으로 발음하고,
'봄볕만'은 [봄뼌만]으로 발음합니다.

오늘도 [봄뼈치] 참 따뜻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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