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15] 우리말) 싱싱하다와 안슬프다

조회 수 3592 추천 수 0 2012.03.15 14:50:03

그러나 지금은 "힘이나 기운 따위가 왕성하다." "빛깔 따위가 맑고 산뜻하다."는 뜻으로도 쓰여
살아 있는 고기를 보고도 싱싱하다고 할 수 있고,
사과나무에 달린 사과를 보고 싱싱하다고 해도 됩니다.

안녕하세요.

어제는 오랜만에 노량진 수산시장에 들렀습니다.
그 자리에서 막 잡은 싱싱한 회를 먹으니 맛은 좋았으나,
제 배를 채우기 위해 몇 생명을 거뒀다는 게 영 꺼림칙했습니다.

1. '싱싱하다'는 낱말이 있습니다.
본래는 "시들거나 상하지 아니하고 생기가 있다."는 뜻으로
막 딴 사과가 마치 나무에 달린 것처럼 윤기가 있거나,
막 잡은 고기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생기가 있을 때 쓰는 말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힘이나 기운 따위가 왕성하다." "빛깔 따위가 맑고 산뜻하다."는 뜻으로도 쓰여
살아 있는 고기를 보고도 싱싱하다고 할 수 있고,
사과나무에 달린 사과를 보고 싱싱하다고 해도 됩니다.

어제 제가 먹은 고기는 
살아 있을 때나 죽어서 회로 상에 올라 왔을 때나 모두 싱싱했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 그 고기에게 미안한 생각이 더 드네요.

2. '안슬프다'는 낱말이 있습니다.
슬프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손아랫사람이나 약자에게 도움을 받거나 폐를 끼쳤을 때 마음에 미안하고 딱하다는 뜻과
손아랫사람이나 약자의 딱한 형편이 마음에 언짢고 가엾다는 뜻입니다.
흔히 쓰는 '안쓰럽다'는 낱말과 뜻이 같습니다.

오늘은
어제 제가 죽인 고기의 명복을 빌며 지내겠습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다른 생명을 빼앗지 않았는지 반성하면서 지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설레이다 -->> 설레다]

어젯밤에 자료를 좀 찾을 일이 있어서,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누리집(홈페이지)에 들어갔습니다.
그 누리집에 제 눈을 의심할 문구가 있더군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누리집에는 
학과소개, 교육과정, 사람들, 자료실 따위의 꼭지가 있는데,
그 중, '사람들'에 들어가 보면,
'스무 살의 설레이는 순간에서부터, 학사모를 쓴 졸업식장에서의 너와 나......'
라는 글이 흘러나옵니다.
http://plaza.snu.ac.kr/~ed705/ed705/people/f-people.html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설레이는'이 아니라 '설레는'이 맞습니다.
"마음이 가라앉지 아니하고 들떠서 두근거리다."는 뜻의 낱말은,
'설레다'가 맞습니다. '설레이다'가 아닙니다.

백 보, 천 보 양보해서,
시에서 '설레이다'를 썼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운을 맞추기 위한 것입니다.
맞춤법에 따르면 '설레다'가 맞고, 
이 명사형은 '설레임'이 아니라 '설렘'입니다.

비슷한 경우로,
'헤매이다'가 아니라 '헤매다'이고,
'목메이다'가 아니라 '목메다'입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학부라는 서울대학교.
그것도 나중에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가 될 학생이 다니는 사범대학,
그 많은 과 중 국어교육과...

국어교육과의 누리집에 떡 하니 버티고 있는
엉터리 맞춤법 '설레이는'...

설마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에서 틀리지는 않았겠죠?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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