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주기/주년]
이번 주말에 고향에 갑니다. 내일이 돌아가신 아버지 제사거든요.
당신이 타고나신 복을 당신이 누리지 않으시고 자식들에게 다 주고 먼저 가신 아버지입니다. 참 깨끗하신 선비셨죠. 저만 그렇게 보는 것이 아니라 고향 마을 어르신들이 그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런 아버지의 자식으로, 아버지가 남겨주신 복을 저희 자식들이 잘 누리고 있습니다. 그 고마운 마음을 깊게 간직하고자 저는 지금도 제 지갑에 부모님 사진을 가지고 다닙니다.
오늘은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주기'와 '주년'의 차이를 설명드릴게요.
'주기(周忌/週忌)'는, "사람이 죽은 뒤 그 날짜가 해마다 돌아오는 횟수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내일이 바로 아버지의 십이 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주년(周年/週年)'은, "일 년을 단위로 돌아오는 돌을 세는 단위"입니다. '동학 농민 운동 1백 주년, 결혼 오십 주년'처럼 쓸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주기'는 죽은 사람의 제사에만 쓸 수 있는 낱말이므로, '결혼 5주기'라는 말은 얼토당토않은 말이고, '결혼 5주년'이라고 쓰는 게 맞습니다. 당연히 회사 창립 10주기가 아니라, 회사 창립 10주년이 맞죠.
고향 잘 다녀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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