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불임/난임]
어제와 오늘 신문에는 온통, 우리나라 출산율이 1.08명으로 세계최저 수준이라는 내용이네요. 걱정입니다.
예부터 집안에서 나오는 소리 가운데 기분 좋은 소리 세 가지를 삼희성(三喜聲)이라고 했습니다. 글 읽는 소리, 다듬이 방망이 소리, 아기 우는소리가 그것인데요. 글 읽는 소리는 자손이 공부를 잘해 출세하는 것을 뜻할 것이고, 다듬질 방망이 소리는 고부간의 갈등이 없는 화목한 집안을 뜻할 것이고, 아기 우는소리는 자손이 번성한 것을 뜻할 겁니다. 제 생각에...... 삼희성 중 아기 우는소리가 줄어든다니 걱정입니다.
오늘은 애 낳기 어려운 '불임' 이야기 좀 할게요. '불임(不妊)'은, "임신하지 못하는 일"을 말합니다. 따라서 '불임 치료'라고 하면, 어떤 치료를 해서 임신하게 하는 게 아니라, 임신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그 정신적 고통을 덜어주는 치료를 말하게 됩니다. 불임이 임신하지 못하는 일인데, 그걸 치료한다고 애를 밸 수 있겠어요? 치료해서 임신할 수 있는 상태라면 그건 이미 불임이 아니죠. 다만, 어렵게 임신하는 것이므로 그건 바로 '난임(難妊)'이죠.
불치병과 난치병의 차이가 그거잖아요. 불치병(不治病)은 "고치지 못하는 병"이고, 난치병(難治病)은 "고치기 어려운 병"이고...
따라서, '불임'이라는 삭막한 낱말 대신 '난임'이라는 낱말을 쓰자는 게 쉽게 임신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주장입니다. '불치병'과 '난치병', '불임'은 사전에 올라있는 낱말이지만, '난임'은 아직 사전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크게 떨어졌다는 뉴스를 보고, '난임부부'에게 희망을 드리고자 오늘 우리말편지를 썼습니다.
어느 우주에서 난임부부를 향해 열심히 다가오고 있는 아가에게 빨리 오라 재촉하지 마세요. 제 깐엔 그 여리고 작은 발로 열심히 아주 열심히 오고 있는 중이니까요. 좀 느리긴 하지만 언젠가는 분명 엄마 품을 제대로 찾아올 겁니다. 그날을 위해 몸 관리 잘하셔서 예쁜 아기 맞이하시길 빕니다. 진심으로...
보태기) '자손이 번성하다'를 '자손이 번창하다'고 하면 어떨까요?
'번성'은 “잘되어 성하는 것”과 “자손이 불어 많이 퍼지는 것”을 뜻하지만, '번창'은 “잘되어 성하는 것”이라는 뜻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자손은 '번창'하는 게 아니라 '번성'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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