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21] 우리말) 보라

조회 수 5896 추천 수 0 2012.03.21 17:08:55

물이 흩어지는 것은 물보라,
눈이 흩어지는 것은 눈보라라고 하며,
세찬 바람과 함께 휘몰아치는 비는 비보라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오후부터 날씨가 포근해진다고 합니다.

어제는
언젠가 옷거리가 좋다고 소개해 드린 이원재 사무관이 특허청으로 돌아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기분 좋게 저녁 먹고 노래방까지 갔다가 집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부산 사나이'인 이원재 사무관을 생각하며 해운대 엘리지를 불렀는데요,
고관규 사무관은 구성진 목소리로 물보라를 부르더군요.

물보라가 뭔지는 다 아실 겁니다.
"물결이 바위 따위에 부딪쳐 사방으로 흩어지는 잔물방울"입니다.

물보라에 쓰인 '보라'는
"잘게 부스러지거나 한꺼번에 많이 가루처럼 흩어지는 눈이나 물 따위"를 이르는 이름씨(명사)입니다.
그래서 물이 흩어지는 것은 물보라,
눈이 흩어지는 것은 눈보라라고 하며,
세찬 바람과 함께 휘몰아치는 비는 비보라라고 합니다.
그뿐 아니라
떨어져서 바람에 날리는 많은 꽃잎은 꽃보라라고 하고,
흔히 광선이라고 하는 빛살은 빛보라라고 합니다.
(물보라, 눈보라, 비보라,꽃보라, 빛보라 모두 사전에 올라 있습니다.)

제가 아는 보라가 들어간 낱말은 이정도인데요,
이것 말고도 더 있을 수도 있고,
또, 우리가 만들어 써도 될 것 같습니다.

오늘도 자주 웃으시면서 '웃음보라'를 만들어보시는 것은 어때요?

저는
해운대 엘리지를 흥얼거리며 '웃음보라'를 만들어보겠습니다. ^^*

고맙습니다.

보태기)
해운대 엘리지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헤어지지 말자고
맹세를 하고 다짐을 하던 너와 내가 아니냐
세월이 가고 너도 또 가고 나만 한자 외로이
그때 그시절 그리운 시절 못잊어 내가 운다

울던 물새도 어디로 가고 조각달도 흐르고
바다마저도 잠이 들었나 밤이 깊은 해운대
나는 가련다 떠나가련다 아픈 마음 안고서
정든 백사장 정든 동백섬 안녕히 잘 있거라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불임/난임]

어제와 오늘 신문에는 온통,
우리나라 출산율이 1.08명으로 세계최저 수준이라는 내용이네요.
걱정입니다.

예부터 집안에서 나오는 소리 가운데 기분 좋은 소리 세 가지를 삼희성(三喜聲)이라고 했습니다.
글 읽는 소리, 다듬이 방망이 소리, 아기 우는소리가 그것인데요.
글 읽는 소리는 자손이 공부를 잘해 출세하는 것을 뜻할 것이고,
다듬질 방망이 소리는 고부간의 갈등이 없는 화목한 집안을 뜻할 것이고,
아기 우는소리는 자손이 번성한 것을 뜻할 겁니다.
제 생각에...... 
삼희성 중 아기 우는소리가 줄어든다니 걱정입니다.

오늘은 애 낳기 어려운 '불임' 이야기 좀 할게요.
'불임(不妊)'은,
"임신하지 못하는 일"을 말합니다.
따라서 '불임 치료'라고 하면, 
어떤 치료를 해서 임신하게 하는 게 아니라,
임신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그 정신적 고통을 덜어주는 치료를 말하게 됩니다.
불임이 임신하지 못하는 일인데, 그걸 치료한다고 애를 밸 수 있겠어요?
치료해서 임신할 수 있는 상태라면 그건 이미 불임이 아니죠.
다만, 어렵게 임신하는 것이므로 그건 바로 '난임(難妊)'이죠.

불치병과 난치병의 차이가 그거잖아요.
불치병(不治病)은 "고치지 못하는 병"이고,
난치병(難治病)은 "고치기 어려운 병"이고...

따라서,
'불임'이라는 삭막한 낱말 대신 
'난임'이라는 낱말을 쓰자는 게 
쉽게 임신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주장입니다.
'불치병'과 '난치병', '불임'은 사전에 올라있는 낱말이지만,
'난임'은 아직 사전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크게 떨어졌다는 뉴스를 보고,
'난임부부'에게 희망을 드리고자 오늘 우리말편지를 썼습니다. 

어느 우주에서 난임부부를 향해 열심히 다가오고 있는 아가에게 빨리 오라 재촉하지 마세요. 
제 깐엔 그 여리고 작은 발로 열심히 아주 열심히 오고 있는 중이니까요. 
좀 느리긴 하지만 언젠가는 분명 엄마 품을 제대로 찾아올 겁니다.
그날을 위해 몸 관리 잘하셔서 예쁜 아기 맞이하시길 빕니다. 진심으로...

보태기)
'자손이 번성하다'를 '자손이 번창하다'고 하면 어떨까요?

'번성'은 “잘되어 성하는 것”과 “자손이 불어 많이 퍼지는 것”을 뜻하지만, 
'번창'은 “잘되어 성하는 것”이라는 뜻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자손은 '번창'하는 게 아니라 '번성'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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