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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촌지]
웬만하면 우리말편지를 하루에 두 번 보내지 않으려고 저 나름대로 노력합니다.
그러나 오늘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또 보냅니다.
어젯밤 뉴스에서 한 여교사가 학부모 앞에서 무릎을 꿇은 것을 봤습니다.
인터넷 뉴스에서 보니,
아이가 점심을 늦게 먹었다고 벌을 주고 반성문까지 쓰게 했다는 이유로,
학부모가 선생님의 집에 찾아가 따지고, 학교 안에서 기어코 선생님 무릎을 꿇게 했군요.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요?
군사부일체를 떠나서 스승이고 선생님인데......
이런 사실을 아는 학생들은 얼마나 당황할까요.
선물 사기 어렵다고 어린이날을 없앨 수 없고,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가기 힘들다고 어버이날을 없앨 수 없습니다.
그러나 며칠 전 우리는,
'촌지'가 무서워 스승의 날 학교 문을 걸어 잠갔습니다.
우리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촌지'도 없어지고,
'촌지'라는 낱말도 없어지길 빌면서 오늘 우리말편지를 하나 더 보냅니다.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을 '촌지'라고 합니다.
'촌지'는
(손가락) 마디 촌(寸) 자와 뜻 지(志) 자를
써서,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손가락 마디만 한
(작은) 뜻"입니다.
아주 작은 정성 또는 마음의 표시를 말하죠.
저는 그런 정성을 선생님께 표시하는 것은 좋다고 봅니다.
아니 당연히 그런 정성을 가져야죠.
그게 돈이어서 문제지......
이 '촌지(寸志, すんし)'는 일본어투 한자입니다.
'작은 정성'이나 '작은 선물'이라고 바꿔서 써야 합니다.
국립국어원 표준대사전에 따르면,
'촌지'를
"정성을 드러내기 위하여 주는 돈. 흔히 선생이나 기자에게 주는 것을 이른다."라고 풀어놓고,
아직 우리말로 다듬지는 않았습니다.
제 생각에는 '꾹돈‘도 좋을 것 같은데......
'촌지'라는 낱말도 없어지고,
더불어 돈을 넣은 '촌지'도 없어지길
빌며...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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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개인적으로 교사라는 직업을 참 좋아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유난히 선생님을 존경하죠.
그래서 한때나마 교직에도 있었고......
지금 여든이 넘으신 초등학교 담임선생님도 찾아뵙고 있습니다.
이런 제가,
무릎 꿇은 선생님을 보고 무척 당황했습니다.
속도 쓰리고...
이럴 때 쓰는 말이,
애끓고, 애끊는 아픔이겠죠. 쩝...
우리가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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