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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갈등]
제가 제일 좋아하는 꽃은 도라지 꽃이고, 제일 좋아하는 꽃향기는 등나무 꽃향기입니다. 꽃에서 나는 모든 냄새는 다 좋아 향기겠지만, 저는 특히 등나무에서 나는 향기를 좋아합니다. 연한 자줏빛도 예쁘고요. 요즘 등나무 꽃이 활짝 피었더군요.
오늘은 등나무 이야기로 시작할게요.
등나무 아시죠? 뙤약볕을 피하는 그늘을 만들기 위해 흔히 심는 덩굴나무입니다. 이 등나무는 줄기로 다른 물체를 감으면서 올라갑니다. 따라서 등나무를 다른 물체에서 떼 내기가 무척 힘들죠.
또, 칡 아시죠? 이 칡도 덩굴식물로 다른 물체를 감으면서 올라갑니다. 당연히 다른 물체에서 떼 내기가 힘듭니다.
만약, 이 두 녀석이 서로 감고 올라간다면, 칡과 등나무가 서로 감고 올라가면 그걸 떼 내기는 얼마나 힘들까요?
그게 바로 '갈등'입니다. 칡 갈(葛) 자와, 등나무 등(藤) 자를 쓴 '갈등'은,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히는 것과 같이,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불화를 일으키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렇게 보면,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갈등은 네 탓, 내 탓 할 게 아니라, 서로 잘못한 겁니다. '갈등'이 서로 상대를 감고 올라가는 덩굴이잖아요. 그저 네 덕이고, 내 탓이려니 하고 살면 편한데...
좋은 꽃이나 나무를 빗대어 좋지 않은 뜻이 있는 '갈등'을 설명하려니, 자연에 좀 미안하네요.
우리말123
보태기) '길게 뻗어나가면서 다른 물건을 감기도 하고 땅바닥에 퍼지기도 하는 식물의 줄기'를 뭐라고 할까요? 덩쿨?, 넝쿨?, 덩굴? 넝굴?, 넌출?
넝쿨, 덩굴, 넌출이 맞습니다. 덩쿨은 틀리고, 넝굴은 사투립니다.
어떤분은, 칡과 등나무가 다른 물체를 감고 가서 생긴 말이 아니라 칡(갈)은 물체를 감고 갈 때 시계방향으로 감고 올라가고 등나무(등)은 시계반대방향으로 감고 올라갑니다. 그러니 의견이 같을 수가 없겠지요 정반대이니까요 그래서 생긴 말입니다. 라고 하는데, 국립국어원에서는 감는 방향으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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