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오늘은 전철이 참으로 넓게 보였습니다. 다들 근로자의 날이라서 쉬는가 봅니다. ^^*
오늘 편지는 좀 길어지고, 자칫 제 핑계로 들릴 수도 있겠다는 걱정을 하면서 편지를 시작합니다.
어제 보내드린 편지에서, 정부에서 걷는 것은 '조세'나 '세금'이고, 정부 이외의 곳에서 걷거나 받는 돈은 '요금'이므로, 전기세가 아니라 전기 요금이나 전기료가 맞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전기세, 수도세, 전화세가 올라 있습니다. 곧, 전기세, 수도세, 전화세라고 써도 되고, 전기료, 수도료, 전화료라도 써도 된다는 뜻입니다. 당연히 전기 요금이라고 해도 됩니다.
그러나 전화세, 전기세, 수도세가 틀린 말이라는 제 생각은 여전합니다. 쓰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서 잘못된 낱말을 사전에 올려 표준말로 올려주면 안 된다고 봅니다. 예전에 말씀드린 갈피표/책갈피, 청서/청설모도 같은 까닭으로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2. 강 아무개님께서 '세금과 요금은 정부와 비정부로만 나누어서는 안 되며, 급부에 대한 대가성은 요금이고 세법에 명시된 납세는 세금'이라는 댓글을 주셨습니다.
물건이나 시설을 개인적 필요에 따라 사용하고 그 대가로 내는 비용이 요금이므로 전기나 수돗물을 쓴 만큼 개인이 대가로 내야 하는 것은 세금이 아닌 요금이 맞다고 봅니다. 또한, 경제 행위로 이익을 본 당사자에게 국가가 그 일부분을 내도록 하는 강제적인 비용이 세금이므로 부가가치세, 근로소득세 따위에 '세'를 붙이는 게 맞다고 봅니다. 이렇게 따지다 보니 정부에서 걷는 것은 '조세'나 '세금'이고, 정부 이외의 곳에서 걷거나 받는 돈은 '요금'이라고 말씀드린 거였습니다. 조세법 따위의 법에는 어떻게 설명되어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사전에 오른 낱말을 기준으로 말씀드린 겁니다.
3. 전기를 만들어서 보내주는 한전이나, 수돗물을 만들어서 보내주는 수자원공사는 정부 출연기관이므로 정부기관으로 봐야 하고, 그래서 공사에서 받는 요금을 세금으로 봐야 한다는 말씀도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3권분립에 따라 입법부인 국회, 사법부인 대법원, 행정부로 나뉘어 있습니다. 행정부는 국무총리실을 비롯하여 기획재정부/교과부 같은 부, 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 같은 장관급 위원회, 법제처/보훈처, 국세청/농진청 같은 청을 합쳐 40여 개가 정부기관입니다. 출연기관은 정부기관이 아닙니다.
4. 말은 그 말을 쓰는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반영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되도록 깨끗한 우리말을 쓰자고 제가 때때로 외치는 겁니다.
많은 사람이 쓴다고 해서 잘못된 낱말을 사전에 올려 표준말로 만들어주는 변칙적인 남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요즘 너무나 많은 사람이 틀리다와 다르다를 가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틀리다의 사전풀이에 다르다는 뜻을 넣을 수는 없잖아요. 전기세와 전기료는 다른 겁니다. 그리고 전기세는 틀린 겁니다.(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전기세는 사전에 올라 있는 표준말입니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떠들었습니다.
어쨌든, 전기세와 전기 요금 모두 사전에 올라 있으므로 쓸 수 있는 말이긴 하지만, '세금'과 '요금'은 분명히 다르므로 낱말을 만들 때도 갈라서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고맙습니다.
보태기) 1. 아마 오늘 편지 보시고 또 몇 분이 수신거부 하시겠네요. ^^* 수신거부 하시는 분께 미리 인사드립니다. 그동안 우리말 편지를 받아주셔서 고맙습니다. ^^*
2. 어제저녁에 돼지 껍질과 곱창을 먹었습니다. 그러면서 오늘 아침 편지에서 껍질과 껍데기를 가르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잘 아시는 것처럼, 껍질은 딱딱하지 않은 물체의 겉을 싸고 있는 질긴 물질의 켜로 귤 껍질, 사과 껍질이라 쓰는 게 맞고, 껍데기는 달걀이나 조개 따위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로 달걀 껍데기, 굴 껍데기라고 쓰는 게 바릅니다. 어제 먹은 돼지 껍질 참 맛있었습니다. ^^*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편지입니다.
[조림/졸임]
아름다운 아침입니다. 그렇죠? 참으로 멋진 경기였고, 짜릿한 감동을 준 경기였습니다. 경기 시작 9분만에 한 골을 내준 뒤 얼마나 마음을 졸였던지... 제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 버렸습니다.
오늘은, 우리 선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졸이다와 조리다의 차이를 말씀드릴게요.
졸이다의 명사형인 '졸임'과 '조림'은 발음이 같아 많이 헷갈리는데요.
'졸임'은 '졸이다'의 명사형으로 '마음을 졸이다'처럼 조마조마한 심리상태를 나타내는 말이고, 갈치조림처럼 국물 없이 바특하게 끓이는 것은 '조리다'의 명사형인 '조림'입니다.
따라서, 축구 경기를 보면서 마음을 졸이는 것이고, 술안주로 좋은 것은 생선 조림입니다.
구별하기 쉽죠?
다음 스위스전에서는 마음 졸이지 않게 초반부터 점수를 좀 많이 뽑아주길 주길 빕니다. 믿어도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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