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오늘이 스승의 날입니다.
스승의 날을 5월 15일로 한 것은 세종대왕이 태어나신 날에서 가져왔다고 합니다. 세종대왕은 우리 민족의 큰 스승님이시잖아요. ^^* 세종대왕의 뜻을 따라 '어린이날'처럼 '-의'를 빼고 '스승 날'이라고 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글 두 개를 소개합니다. 앞에 소개하는 글은 양구여자고등학교에 계시는 정운복 선생님께서 3년 전에 쓰신 글이고, 뒤에 소개하는 글은 성균관대학교 홍보전문위원이신 최영록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글로, 아시아경제 백우진 님이 쓰신 칼럼이라고 합니다.
[촌지를 받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오월이네요.. 라일락 향기 가득하고, 장미의 꿈이 영그는 참 좋은 계절입니다. 달력을 펼쳐보면 기념일이 굵은 활자로 촘촘히 박혀있는 것도 오월의 특징입니다.
요즘 수업시간에 종종 촌지를 받습니다. 촌지(寸志)라는 표현은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는 단어지요. 그래서 제가 촌지를 받았다고 하면 악덕교사이거나 아님 교육자적 자질이 약에 쓰려 해도 없는 어쩌면 이 사회에 불필요한 잉여인간이라고 볼지도 모릅니다.
촌지의 사전적 풀이는 이렇습니다. "정성을 드러내기 위하여 주는 돈이나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 비슷한 말 : 촌의(寸意)·촌정(寸情) 물건의 값어치는 고하간에 감사의 념이 깊으면 촌지이고 무언가를 주고 눈곱만큼이라도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고 했다면 이는 뇌물로 보는 것이 옳지 않을까요?
요즘 수업에 들어가면 교탁 위에 사탕 두 개, 몽쉘 하나, 커피 한 캔, 자기들이 좋아하는 과자류..... 이런 것들이 종종 올라와 있습니다. 아이들이 준비한 촌지이지요.
예전 스승의 날 때 시골 아이들이 산나물을 뜯어다 예쁘게 포장해서 선생님께 선물한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어찌 보면 감사할 수 있는 대상에게 감사를 표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가진 소중한 정신문화의 하나일 텐데요. 작은 감사마저도 눈치 보며, 할 수 없는 현실이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100억을 꿀꺽한 공무원과 10만 원 촌지를 받은 교사가 같은 죄로 동일시되는 사회입니다. 교사에게 유난히 도덕적인 것을 요구하는 것은 사회의 리더이며 이 시대에 마지막 남은 양심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요란하지 않게 마음으로 함께할 수 있는..... 비록 작더라도 소중한 느낌으로 함께할 수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담아봅니다.
스승의 날을 며칠 앞두고....
[우리가 미처 몰랐던 우리말 맛]
브랜드 만들 때 준첩어 원리를 적용해본다면
참 야물딱지게도 달리네.’ 내 앞에서 뛰는 단구(短軀) 여인의 주법을 보고 떠올린 말이다.
이 말이 또 생각을 낳았다. 우리는 말맛을 살리려고 말꼬리에 변화를 많이 준다. ‘야물딱지게’에 들어간 ‘딱’도 그런 예다. ‘야무지다’에 ‘딱’을 넣어 딱부러진 맛을 가미했다. ‘철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려면 ‘철’이 아니라 ‘철딱서니’가 없다고 말한다.
말맛의 잔치는 준첩어(準疊語)에서 가장 화려하게 펼쳐진다. 첩어는 겹치는 말이다. 겹겹이, 줄줄이, 찰랑찰랑, 두런두런처럼 의태어와 의성어에 많다. 준첩어는 첩어에서 한 글자가 바뀐 단어를 가리킨다. 준첩어는 첩어보다 한결 세련된 느낌을 준다. 네 글자와 여섯 글자 준첩어를 몇 가지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가시버시 갈팡질팡 곰비임비 그나저나 그럭저럭 눈치코치 뒤죽박죽 들락날락 들쭉날쭉 아기자기 아등바등 아롱다롱 아리까리 아옹다옹 안달복달 알쏭달쏭 알콩달콩 애면글면 어리바리 억박적박 얼기설기 이나저나 이도저도 이런저런 흥청망청 곤드레만드레 미주알고주알 어중이떠중이 이현령비현령 흥이야항이야 휘뚜루마뚜루
세계 모든 언어에는 첩어가 있고, 준첩어도 있으리라고 짐작된다. 영어에도 첩어와 준첩어가 있다. 첩어는 예를 들면 bling-bling(번쩍번쩍)이 있다. 준첩어는 okey-dokey(오케이) topsy-turvy(뒤죽박죽) hodge-podge(뒤범벅) roly-poly(오동통하다) wishy-washy(흐리멍덩하다) flip-flop(표변하다) dingle-dangle(대롱대롱) 같은 단어가 만들어졌다. 프랑스 단어로는 콤시콤사(comme ci, comme a), 그럭저럭이 있다. 영어 준첩어는 그러나 한국어만큼 풍부하지 않다. 논문 ‘국어준첩어의 음윤교체현상에 대하여’(김성열,1985)이 조사한 결과 우리말 사전에는 준첩어가 110여 개 올라 있다. 영어 준첩어는 위에 열거한 7가지가 전부다. 독자께서 이밖에 준첩어를 발견해 알려주시면 사례하겠다.
밤하늘에는 별도 총총, 우리말에는 준첩어가 첩첩. 우리말과 가장 가까운 일본어도 비슷할까? 이인영 외국어대 일본어과 교수는 “한 논문에서 준첩어 14개를 예로 들었다”며 “일본어 준첩어는 우리말보다는 적은 듯하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몇 가지 예로 とたばた 도타바타(우당탕), きくしやく기쿠샤쿠(딱딱하다), あたふた아타후타(허겁지겁) 등을 들었다.
기자는 결론에 과감하다. 나는 한국어는 세계 언어 중에 준첩어가 가장 많다는 잠정적인 가설을 이 글에서 세계 처음으로 제시한다. 우리말 준첩어는 계속 만들어진다. 최근에는 듬뿍담뿍 같은 낱말이 추가됐다. 아직 사전엔 오르지 못했지만, 북엇국집 이름이다. 브랜드를 만들 때 한번쯤 준첩어의 원리를 적용해봄 직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