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23] 우리말) 덕분에와 때문에

조회 수 3245 추천 수 0 2012.05.23 10:12:05

살면서
너 때문에 고생했다보다는
네 덕분에 일이 잘 풀렸다는 말을 자주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게 다 네 탓이야보다는
이게 다 네 덕이라는 말을 더 자주 쓰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 출근길은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버스도 복잡했고, 사람이 많아 구두도 몇 번 밟히고 안경도 부딪쳤습니다.
게다가 전철이 제시간에 오지 않아 하마터면 지각할 뻔 했습니다.
1시간 40분 넘게 서서 오는 것도 힘들지만 이렇게 비좁은 차를 타고 오면 더 힘듭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흔히 하는 말에
잘 되면 내 덕, 못 되면 조상 탓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기 자랑을 늘어놓거나 책임을 회피할 때 쓰는 말이죠.

여기에 쓰인 덕과 탓은 가름이 뚜렷합니다.
덕은 도덕적ㆍ윤리적 이상을 실현해 나가는 인격적 깜냥이고,
탓은 구실이나 핑계로 삼아 원망하거나 나무라는 일입니다.

'덕분'이라는 낱말도 있습니다.
"베풀어 준 은혜나 도움"을 뜻합니다. 긍정적일 때 쓰죠.
'탓'은 "주로 부정적인 현상이 생겨난 까닭이나 원인"을 뜻하는 말로
덕분과 탓은 쓰는 맥락이 확연히 다릅니다.

그러나 '때문'은 좀 다릅니다.
"어떤 일의 원인이나 까닭"을 나타내는 때에 쓰이며,
부정적 맥락에서 좀 더 많이 나타나기는 하나, 
특정 맥락에 한정되지는 않습니다.

살면서
너 때문에 고생했다보다는
네 덕분에 일이 잘 풀렸다는 말을 자주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게 다 네 탓이야보다는
이게 다 네 덕이라는 말을 더 자주 쓰고 싶습니다.

누군가는 
덕분은 덕(德)을 나누어(分) 준다는 뜻이라서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다고 합니다.

좋은 날씨 덕분에... 아름다운 자연 덕분에...라고 하면서 자연에 감사하며 살고,
네 덕분에...라고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살며,
내가 덕분에라는 인사를 받았을 때는 내가 정말로 덕을 나누어주었는지 반성해 보게 됩니다.

오늘은 덕분에라는 인사를 자주 건네야겠습니다. ^^*

편지를 쓰다 보니 기분이 좀 나아지네요.
이렇게라도 풀지 않으면 온종일 전철 탓만 하면서 지낼뻔했습니다. ^^*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안간힘의 발음]

안녕하세요.

제게는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아직 돌도 안 된 녀석입니다.
요즘 한창 걷기 연습 중인데요.
한 발이라도 더 디뎌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습니다.

아들 생각하면서 오늘 우리말편지를 쓰겠습니다.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서 몹시 애쓰는 힘"을 '안간힘'이라고 합니다.
설마 이걸 모르시는 분은 안 계시겠죠? 

아래 글을 소리 내서 읽어보세요.
'안간힘을 쓰는 아들'

아마, 대부분,
[안간힘]이라고 발음하셨을 텐데요.
쓰기는 '안간힘'이지만,
읽기는 [안깐힘]으로 읽으셔야 합니다.

한 발 떼고 버티고,
또 한 발 떼고 버티고...
[안깐힘]을 다하는 아들 모습이 참 귀엽고 예쁩니다.

그동안 딸내미 이야기만 했죠?
오늘 처음으로 아들 이야기를 한 까닭은? 

바로 오늘이 제 아들 돌입니다.
돌잔치도 못하고 특별한 선물도 못했습니다.
건강하게 잘 자라도록 빌어주세요. 
앞으로는 아들 이야기도 가끔 보내드릴게요. 

보태기)
어제 편지를 보시고 한 분이 답장을 주셨습니다.

한 말씀 드리고 싶어 적습니다. 
안간힘을 [안간힘]이라 읽지 않고 [안깐힘]으로 읽어야 하는 까닭을 밝히지 않으셨더군요. 
그 까닭은, 안간힘이 '안'과 '간힘'이 합해진 낱말이기 때문이지요. 
여기서 '간힘'이란, 내쉬는 숨을 억지로 참으면서 고통을 이기려고 애쓰는 힘을 말하지요. 
'안간힘'에서 '안'은 '마음속'이나 '몸속'을 뜻하고, 
'간힘'의 뜻을 더욱 뚜렷하게 하려고 덧붙인 것 같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19657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5178
2676 [2015/02/06] 우리말) 터앝 머니북 2015-02-09 2756
2675 [2016/06/01] 우리말) 국보 1호? 머니북 2016-06-02 2784
2674 [2015/10/13] 우리말) 찌푸리다 머니북 2015-10-15 2809
2673 [2009/04/24] 우리말) 탈크와 탤크, 그리고 식약청 답변 id: moneyplan 2009-04-24 2826
2672 [2015/01/12] 우리말) 우리는 한국인인가?(박남 님 편지) 머니북 2015-01-12 2837
2671 [2014/05/23] 우리말) 다이어트 머니북 2014-05-23 2852
2670 [2015/08/24] 우리말) 풋낯과 풋인사 머니북 2015-08-25 2857
2669 [2015/05/11] 우리말) 일부와 일대 머니북 2015-05-12 2866
2668 [2016/03/31] 우리말) 감치다 머니북 2016-04-01 2872
2667 [2015/02/02] 우리말) 되갚을 것은 없다 머니북 2015-02-02 2874
2666 [2016/04/25] 우리말) 선물과 물선 머니북 2016-04-26 2880
2665 [2009/05/25] 우리말) 조문과 추모 id: moneyplan 2009-05-25 2884
2664 [2013/12/02] 우리말) 녘 머니북 2013-12-02 2886
2663 [2016/07/08] 우리말) 깝살리다 머니북 2016-07-11 2894
2662 [2009/01/09] 우리말) 문제를 냈습니다. id: moneyplan 2009-01-09 2898
2661 [2015/01/06] 우리말) 개개다와 개기다 머니북 2015-01-06 2898
2660 [2015/08/04] 우리말) 그러거나 말거나 머니북 2015-08-04 2901
2659 [2015/03/11] 우리말) 무수다 머니북 2015-03-11 2902
2658 [2016/07/04] 우리말) 욱여넣다 머니북 2016-07-06 2903
2657 [2015/08/20] 우리말) 배지 머니북 2015-08-20 2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