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어처구니가 없다]
안녕하세요.
갑자기 무슨 사진이냐고요? 이 바쁜 월요일 아침에 무슨 짓이냐고요? 어처구니가 없죠?
아니요. 제가 보기에는 어처구니가 있습니다.
이건 또 무슨 사진이냐고요? 정말로 어처구니가 없다고요?
맞습니다. 이것 어처구니가 없네요.
월요일 아침부터 무슨 실없는 소리냐고 말씀하실 것 같네요.
흔히, 일이 너무 뜻밖이어서 기가 막히는 경우에 어처구니가 없다고 합니다. 어처구니가 없는 일을 당하고 보니 한숨만 나온다, 하는 짓이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화도 내지 못하고 있다처럼 씁니다. 이 ‘어처구니’가 바로 맷돌 손잡이를 뜻하는 순 우리말입니다.
맷돌은, 곡식을 가는 데 쓰는 기구로, 둥글넓적한 돌 두 짝을 포개고 윗돌 아가리에 갈 곡식을 넣으면서 손잡이를 돌려서 그 곡식을 갑니다. 바로 이 맷돌에 손잡이가 없으면 어떨까요? 맷돌을 돌릴 수 없겠죠? 당장 곡식을 갈아서 밥을 지어야 하는데, 어처구니가 없어서 맷돌을 돌릴 수 없고, 그래서 곡식을 갈 수가 없다면...
덩치 큰 맷돌이 멀쩡하게 있는데, 나무로 대충 깎은 하찮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 맷돌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바로,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죠.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엄기영 앵커처럼...)
바로 여기서 나온 말이, 어처구니 없다는 말로, “일이 너무 뜻밖이어서 기가 막히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이 편지의 맨 위에 있는 사진에는 ‘어처구니’가 있고, 바로 아래 사진에는 ‘어처구니’가 없네요.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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