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삐지다/삐치다]
안녕하세요.
이번 비에 별 피해 없으셨죠? 아무쪼록 큰 피해 없기를 빕니다.
요즘 장마철이라 밤에는 무척 덥죠? 저는 밤에 자면서 딸내미를 안고 자는데요. 어제는 너무 더워서 딸내미를 옆으로 좀 밀쳤습니다. 너는 그쪽에서 자고 아빠는 여기서 자고...
이 말을 들은 딸내미가, "아빠, 아빠가 안 안아주면 나 삐진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하는 말이, "삐지는 것은 위험하니, 삐지지 말고 삐쳐라. " "아이 참, 아빠가 안아주지 않으면 나 삐진다고오~~!" "그래, 삐지지 말고 삐쳐! " "무슨 소리야... 흥, 아빠, 미워!!"
흔히, "성이 나서 마음이 토라지다"는 뜻으로 '삐진다'고 합니다. 너 때문에 삐졌다, 그만한 일에 삐지면 되니? 처럼 씁니다. 이때 쓰는, '삐지다'는 잘못된 겁니다. 성이 나서 토라지는 것은 '삐지'는 게 아니라 '삐치'는 것입니다.
'삐지다'는, "칼 따위로 물건을 얇고 비스듬하게 잘라 내다."는 뜻으로, 김칫국에 무를 삐져 넣다처럼 씁니다.
그래서 제가, 딸내미가 삐진다고 했을 때, "삐지는 것은 위험하니, 삐지지 말고 삐쳐라."라고 한 겁니다. 세살배기 어린아이에게 좀 어려운 말인가요?
아침에 나오며 딸내미와 뽀뽀하고 헤어진 지 채 1시간도 안 되었는데 벌써 보고 싶네요. 오늘 하루 어떻게 일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