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오늘 편지는 조금 조심스럽네요. 실수하지 않도록 정신 바짝 차리고 조심해서 쓰겠습니다. ^^* 제가 여기서 실수하면 저를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기에, 일하는 게 늘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조심스럽습니다. 그래도 농촌진흥청에서 일하다 실수하면, 저 친구가 그럴 사람이 아닌데, 이번에 무슨 일이 있어서 실수했나 보다고 생각해줄 사람이 몇 명은 있겠지만...
아시는 것처럼 저는 농촌진흥청에서 일하는 연구원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지금은 국무총리실로 잠시 파견을 나와 있습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농업기계관련 연구를 했지만, 지금 이곳에서는 정부업무심사평가를 맡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보고서를 자주 씁니다. 그 보고서는 당연히 우리말로 써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맞춤법에 맞지 않는 글도 있고, 행정순화용어로 올라있는 낱말을 그대로 쓰는 경우도 꽤 됩니다. 거의 다 행정고시에 합격하신 훌륭한 분들이고, 직급도 저보다 높아 뭐라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누가 뭐래도 국무총리실에서 나가는 보고서에 맞춤법이 틀려 있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잠시나마 몸담은 사람으로서 창피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번에 큰맘 먹고 일을 좀 저질렀습니다. 오늘 오후에 전반기 보고서 작성과 관련한 내부 행사가 있는데, 윗분께 조심스럽게 말씀드려서 그 행사 끝 부분에 맞춤법에 관한 내용을 좀 넣었습니다. 맞춤법이 왜 중요하고, 공무원이 왜 맞춤법에 맞는 보고서를 써야 하는지, 그리고 보고서 쓸 때 자주 틀리는 맞춤법은 무엇인지 따위를 설명하는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비록 발표 자료를 만들어서 넣고, 발표 시간을 얻기는 했지만, 저에게 몇 분이나 허락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아마 길어야 10분 정도 될 겁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입니다. 그 시간을 잘 써서 우리말을 바로 쓰는 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세미나에서 맞춤법 이야기를 하는 이런 시간이 이곳에서는 처음이라고 합니다. 맞춤법은 당연히 잘 아실 것이기에 예전에는 이런 시간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늘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곳 직원들이 우리말에 더 관심을 갖을 수도 있을 것 같아 기분 좋게 설렙니다.
오늘 발표자료(ppt파일)를 붙입니다. 다른 곳에 맘대로 쓰셔도 됩니다. ^^*
지금 쓴 편지를 몇 번이고 다시 읽어봤습니다. 저 실수한 거 없죠? 혹시 있더라도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보태기) 1. 오늘 편지에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옮기는 것을 넣지 않았습니다. 그런 곳에 올리기도 조금은 조심스럽네요. 그냥 오늘 편지는 여기저기 옮기거나 페이스북 따위에 올리지 마시고, 붙임 파일만 가져다 쓰시면 안 될까요? ^^* 제가 왜 이리 좀팽이가 됐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
2. 오늘 편지를 보시고, 어떤 분은 잘했다고 하시겠고, 또 어떤 분은 이 친구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번 혼났으면 조용히 살지... 그렇지 않다고요. 그러나... 그냥 가기에는 우리말이 너무나 소중하기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