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보신탕 ==>> 개장국]
점심 맛있게 드셨나요?
초복인 오늘, 사람을 위해서, 아니 사람 때문에, 얼마나 많은 멍멍이가 사라졌을까요? 인간 때문에 사라져간 멍멍이를 생각하면서 글을 씁니다.
사전에서 보신탕을 찾아보면, "허약한 몸에 영양을 보충해 주는 국이라는 뜻으로, '개장국'을 이르는 말."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다시 '개장국'을 찾아보면, "개고기를 여러 가지 양념, 채소와 함께 고아 끓인 국"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삼복에 몸보신용으로 먹는 것은 '개장국'입니다. 요즘은 주로 보신탕이라고 하지만, 본래는 개장국입니다.
보신탕이라는 말은, 아마도 장사꾼들이 補身湯으로 지은 게 아닌가 라는 사람도 있고, 한방에서 쓰는 낱말이라는 사람도 있고...
이 보신탕이라는 이름은, 88올림픽 때 잠시 다른 이름으로 바뀌게 됩니다. 외국의 동물 애호가들이 인간의 친구인 개를 먹는 것은 야만 행위라고 트집을 잡고 나서자, 정부에서 보신탕을 혐오 식품이라면서, 큰길가에 있던 보신탕집을 단속하고, 보신탕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죠. 그때 상인들이 억지로 만들어낸 말이 '영양탕'과 '사철탕'입니다. '영양탕'은 영양이 많거나 좋다는 뜻이고, '사철탕'은 몸에 좋은 이런 식품을 여름에만 먹지 말고 사시사철 일년내내 먹자는 뜻으로 지었다고 합니다. 당연히 상인들이 만들어낸 말이죠. 거기에 한 술 더 떠 ‘보양탕’이라고까지 합니다.
그러나 개장국, 보신탕만 국어사전에 올라 있고, 사철탕, 보양탕, 영양탕은 사전에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점잖지 못한 그런 말은 없어지는 게 맞죠.
재밌는 것은, '개장국'의 낱말 뜻입니다. 개장국에서 '개'와 '국'은 한글이고 '장'은 한자인데, 된장 장(醬) 자를 씁니다. 따라서, '개장국'은, 개에다 된장을 발라 국을 끓였다는 말이 되겠죠. 좀 거시기 하긴 하지만, 그래도 딱 어울리는 말 아닌가요?
보태기) 1. 오늘 편지는, 개장국을 많이 먹자거나, 아니면 개장국을 먹지 말자거나 하는 뜻으로 보내드리는 게 아닙니다. 다만, 그 이름을 두고, 어떻게 생기게 되었고, 어떤 뜻이 있다는 것을 말씀드린 것뿐입니다.
2. 참고로, 저는 개장국을 먹지 않습니다. 먹어본 적도 없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먹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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