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18] 우리말) 미어지다와 메어지다

조회 수 7612 추천 수 0 2012.06.18 11:08:51

'가슴이 미어진다'고 해야지, '가슴이 메어진다'고 하면 틀립니다.

안녕하세요.

아침에 뉴스에서 들으니 오늘 남부지방에는 비가 내린다고 합니다.
참으로 다행입니다. 이제 중부지방에도 비가 좀 내려 메마른 땅을 적셔주면 좋겠습니다.
저야 지금은 농사를 짓지 않으니 요즘 어느 정도 가뭄이 심각한지 잘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나 일터에 오가다 보는 들판에서 그 심각함을 어느 정도 눈치챌 수는 있습니다.
이런 가뭄 때면 농사지으며 고향을 지키는 친구들 생각에 가슴이 미어지곤 합니다.

우리말에 '메다'는 낱말이 있습니다.
"어떤 감정이 북받쳐 목소리가 잘 나지 않다."는 뜻으로 
나는 너무 기뻐 목이 메었다, 그는 가슴이 메어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처럼 씁니다.

'미어지다'는 낱말이 있습니다.
"가슴이 찢어질 듯이 심한 고통이나 슬픔을 느끼다."는 뜻으로
이별은 영원으로 통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다처럼 씁니다.

여기서 
'가슴이 미어진다'고 해야지, '가슴이 메어진다'고 하면 틀립니다.
'가슴이 미어진다'고 하면
마음이 슬픔이나 고통으로 가득 차 견디기 힘들게 되다는 뜻으로 쓸 수 있습니다.
'가슴'과 '미어지다'나 '메어지다'나 다 합쳐질 수 있을 것 같지만,
말이란 게 습관을 따르기 때문에...
게다가
'목이 메다'에 쓴 '메다'가 제움직씨(자동사)라는 것도 '가슴이 메어지다'라고 합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한 까닭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발 비가 좀 내려서
마른 땅을 좀 적셔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가뭄이 지나간 뒤
고향에 가서 친구들과 곡차라도 한잔해야겠습니다.
가끔은 기쁨과 안타까움에 목이 메기도 하고,
가슴이 미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친구잖아요. ^^*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느리다/늦다]

며칠 전에 미국에 유학 가 있는 제 후배가 큰 상을 하나 받았더군요.
그해에 나온 그 분야 박사학위 논문 중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서,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처음으로 그 분야에서 최우수 박사학위 논문상을 받았습니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어찌나 기쁘던지, 바로 미국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근데 신호는 가는데 전화를 안 받는 겁니다.
어?, 왜 전화를 안 받지?

한참을 고민하고서야, 미국과 우리나라가 시간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오후에 전화를 했으니까 제 후배 전화는 새벽에 울렸겠죠.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15시간이 느린데...그걸 깜빡하고는...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15시간 느린 거 맞죠? 

아니요.
15시간 느린 게 아니라 늦은 겁니다.

'느리다'는,
"어떤 동작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다"나
"움직임이 빠르지 못하고 더디다"는 뜻으로,
속도(速度)와 관계가 있습니다.
행동이 느리다, 더위에 지친 사람들은 모두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다처름 씁니다.
품사는 형용사죠.

'늦다'는,
"정해진 때보다 지나다"는 뜻으로,
그는 약속 시간에 늘 늦는다, 버스 시간에 늦어 고향에 가지 못했다처럼 씁니다.
시기(時期)와 관계가 있습니다.
품사는 동사입니다.

지구 자전에 따라 우리나라에 먼저 해가 뜨고,
그보다 15시간 뒤에 미국에 해가 뜨므로,
미국 시간대가 우리나라 시간대보다,
15시간 늦은 겁니다.

'느리다'는 형용사이므로,
'15시간 느리다'고 하면 말이 안 됩니다.

멀리 미국까지 유학 가서,
큰 상을 받은 자랑스러운 제 후배를 거듭 축하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44092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49762
1516 [2012/07/11] 우리말) 왔다리 갔다리 머니북 2012-07-11 8310
1515 [2012/07/10] 우리말) 주니 머니북 2012-07-10 6744
1514 [2012/07/09] 우리말) 빈소와 분향소 머니북 2012-07-09 7960
1513 [2012/07/06] 우리말) 장대비와 작달비 머니북 2012-07-06 5710
1512 [2012/07/05] 우리말) 오늘도 문제를 냈습니다 머니북 2012-07-05 7242
1511 [2012/07/04] 우리말) 문제를 냈습니다 머니북 2012-07-04 7017
1510 [2012/07/03] 우리말) 천장과 천정(2) 머니북 2012-07-03 7806
1509 [2012/07/02] 우리말) 천장과 천정 머니북 2012-07-02 7070
1508 [2012/06/29] 우리말) 같이 읽고 싶은 글 머니북 2012-06-29 6781
1507 [2012/06/28] 우리말) '안타깝다' 머니북 2012-06-28 7355
1506 [2012/06/27] 우리말) '쿨비즈'는 '시원차림'으로 머니북 2012-06-27 5766
1505 [2012/06/26] 우리말) '폭염'과 '불볕더위' 머니북 2012-06-26 6037
1504 [2012/06/25] 우리말) '엉큼하다'와 '응큼하다' 머니북 2012-06-25 7311
1503 [2012/06/22] 우리말) 암호같은 복지 용어 머니북 2012-06-22 7267
1502 [2012/06/21] 우리말) 노인은 어르신으로 머니북 2012-06-21 6897
1501 [2012/06/20] 우리말) 수탉과 수캉아지도 있습니다 머니북 2012-06-20 5915
1500 [2012/06/19] 우리말) 수키와 머니북 2012-06-19 6669
» [2012/06/18] 우리말) 미어지다와 메어지다 머니북 2012-06-18 7612
1498 [2012/06/15] 우리말) 토박이말 살려쓴 이름 머니북 2012-06-15 8008
1497 [2012/06/14] 우리말) 관심은 가지는 게 아니라 두는 것 머니북 2012-06-15 67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