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연루보다는 관련이, 관련보다는 버물다가 낫습니다]
어제 대법원장이 최근 몇몇 판사 등이 법조 비리와 연루된 점을 국민에게 사과했네요. 우리들의 마지막 자존심인 대법원장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오늘은 '연루'를 알아보겠습니다.
연루(連累/緣累)는, '남이 저지른 범죄에 연관됨'이라는 뜻인데, 국립국어원에서 '관련'으로 다듬은 말입니다. '연루'는 일본말(連累, れんるい[렌루이])에서 온 말이거든요.
국가기관인 국립국어원에서 국민이 낸 세금으로 연구해서 이런 낱말은 일본말이니 쓰지 말자고 권하는 낱말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 낱말은 언론에서 나서서 쓰지 않도록 부추기고, 언론부터 앞장서야 합니다.
오늘은 두 가지를 짚어보죠. 첫째, 국립국어원에서 순화용어를 만드는 것은 참 잘하는 일입니다. 그 순화용어를 만들 때 될 수 있으면 우리말을 쓰면 어떨까요? '연루'를 다듬는답시고 '관련(關聯/關連)'으로 바꾸지 말고, '못된 일이나 범죄에 관계하다'는 뜻의 순 우리말인 '버물다'를 권하면 어떨까요? 그게 더 낫지 않나요? 순 우리말이 있는데 그걸 두고 한자 '관련'을 쓸 까닭이 뭘까요? '버물다'가 버젓이 우리 사전에 올라있는데...
둘째, 앞에서 말한 대로 우리말을 다듬는 일은 언론에서 나서야 합니다. 언론의 힘을 언론이 잘 알고 있잖아요. 언론이 사회의 어두운 곳, 더럽고 썩은 곳만을 찾아 조지는 데 열을 올리지 말고, 일본말을 우리말로 바꾸는 데도 힘을 써야 합니다. '비리에 연루된 판사'가 아니라 '비리에 버물린 판사'라고 내 보내는 언론사가 단 하나만이라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왜 우리 옆에는 그런 언론이 없죠? 제 눈이 이상해서 저만 그런 글귀를 못 보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