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14] 우리말) 얼리어답터

조회 수 9922 추천 수 0 2012.08.14 10:10:14

얼리어답터는 앞선사용자로...

안녕하세요.

오늘은 날씨가 참 좋네요. 제 속과 달리... ^^*

저는 1991년에 삐삐라는 호출기를 처음 썼습니다.
제가 독자에 장남이다 보니 누나들이 저에게 호출기를 억지로 채운 거죠. 
그 뒤 20년이 넘도록 삐삐를 여러 번 바꾸고, 휴대전화도 자주 바꿨지만 이렇게 잃어버린 적은 없었습니다.
어찌 해야 할지 아직도 막막합니다. 

전화기를 새로 사야 하는데 뭐가 이리 복잡한지 모르겠네요.
제가 그동안 얼리어답터로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전자기기는 좀 안다고 생각했는데... ^^*

'얼리어답터'라는 말이 있습니다.
남들보다 먼저 신제품을 사서 써 보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2005년에 국립국어원 신조어로 올랐습니다.
그리고 '앞선사용자'로 다듬었습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는 일간스포츠. 2002. 1. 8.자에 처음 쓰였다고 합니다.
박아진 씨(28)는 남들보다 빨리 신제품을 구입해 써 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일명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다. <일간스포츠. 2002. 1. 8.>
기술은 느끼지 못해야 명품이다. 제아무리 첨단기술이라도 설명서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없다면 두통거리가 된다는 것이 ‘강요된 얼리어답터’인 기자의 믿음이다. <한겨레 2005. 11. 22 01판 18면>

early adopter라는 말을 미국이나 영국에서도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처음 말을 만들 때 이왕이면 우리말로 만드는 게 좋다고 봅니다.
언론에서 앞장서서 좋은 말로 새로운 낱말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봅니다.

고맙습니다.

보태기)
손에 들거나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걸고 받을 수 있는 소형 무선 전화기는 영어로 cell phone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휴대전화, 핸드폰, 휴대폰 따위로 부릅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핸드폰, 휴대폰이라 쓰지 말고 휴대전화로 쓸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주머니전화, 손전화라고도 하죠.
저는 될 수 있으면 손전화라고 하는데요. 우리말 편지에서는 국립국어원의 추천을 따라 '휴대전화'라고 했습니다.

아래는 2006년 이전에 보낸 편지입니다.




[납골당이 아니라 봉안당]

아직도 손이 떨리는 것 같습니다.
주말에 고향에 가서 벌초하고 왔거든요.
저 혼자 해야 하는 14봉 중에 8봉만 하고 왔습니다.
나머지는 다음에 하려고...너무 힘들어서...
빨리 한 곳으로 모셔야 하는데...

1년 전입니다.
2005년 5월 말, 산업자원부 산하 기술표준원이라는 곳에서,
"유골을 모셔 두는 곳"을 
'납골당'이라고 하지 말고 '봉안당'이라고 하자고 한 적이 있습니다.
납골당(納骨堂, のうこつどう[노우고츠도우])은 일본에서 들어온 말이거든요.

산업자원부에서 권하는 봉안당은?
실은 이 봉안도 奉安(ほう-あん, [보우앙])이라는 일본어에서 왔습니다.

제 생각에 산업자원부에서 납골당 대신 봉안당을 권하는 까닭은,
납골은 "'뼈를 거두어들인다"는 뜻이지만,
봉안은 받들 봉(奉) 자와 편안할 안(安) 자를 써서,
"신성한 어떤 존재를 안전하고 편안하게 모신다"는 뜻이 있으므로,
고인을 공경하고 모신다는 뜻으로 그렇게 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앞에서 본 것처럼 둘 다 일본어에서 왔습니다.
국가기관, 그것도 대한민국 표준을 만드는 기관에서
'납골당'을 다듬는답시고 '봉안당'이라고 만들었습니다.
이왕 다듬을 것, 다듬을 때 정성을 더 들여 순우리말로 다듬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국민 세금으로 그런 일 하는 거 아닌가요?

국립국어원에서는 납골이나 봉안 모두 아직 다듬지 않았지만,
곧 다듬을 겁니다. 그렇죠? 믿어도 되죠? 

저희 어머니 소원이,
"나 죽기 전에 납골당에 조상님을 모시는 것"인데,
언제 기회를 봐서, 아니 병원에서 정신 좀 차리시면,
'납골당'과 '봉안당', 그리고 우리말에 대해 꼼꼼하게 설명드려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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