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6년 이전에 보낸 편지입니다.
[납골당이 아니라 봉안당]
아직도 손이 떨리는 것 같습니다. 주말에 고향에 가서 벌초하고 왔거든요. 저 혼자 해야 하는 14봉 중에 8봉만 하고 왔습니다. 나머지는 다음에 하려고...너무 힘들어서... 빨리 한 곳으로 모셔야 하는데...
1년 전입니다. 2005년 5월 말, 산업자원부 산하 기술표준원이라는 곳에서, "유골을 모셔 두는 곳"을 '납골당'이라고 하지 말고 '봉안당'이라고 하자고 한 적이 있습니다. 납골당(納骨堂, のうこつどう[노우고츠도우])은 일본에서 들어온 말이거든요.
산업자원부에서 권하는 봉안당은? 실은 이 봉안도 奉安(ほう-あん, [보우앙])이라는 일본어에서 왔습니다.
제 생각에 산업자원부에서 납골당 대신 봉안당을 권하는 까닭은, 납골은 "'뼈를 거두어들인다"는 뜻이지만, 봉안은 받들 봉(奉) 자와 편안할 안(安) 자를 써서, "신성한 어떤 존재를 안전하고 편안하게 모신다"는 뜻이 있으므로, 고인을 공경하고 모신다는 뜻으로 그렇게 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앞에서 본 것처럼 둘 다 일본어에서 왔습니다. 국가기관, 그것도 대한민국 표준을 만드는 기관에서 '납골당'을 다듬는답시고 '봉안당'이라고 만들었습니다. 이왕 다듬을 것, 다듬을 때 정성을 더 들여 순우리말로 다듬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국민 세금으로 그런 일 하는 거 아닌가요?
국립국어원에서는 납골이나 봉안 모두 아직 다듬지 않았지만, 곧 다듬을 겁니다. 그렇죠? 믿어도 되죠?
저희 어머니 소원이, "나 죽기 전에 납골당에 조상님을 모시는 것"인데, 언제 기회를 봐서, 아니 병원에서 정신 좀 차리시면, '납골당'과 '봉안당', 그리고 우리말에 대해 꼼꼼하게 설명드려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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