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16] 우리말) 올림픽 때 보낸 편지

조회 수 7429 추천 수 0 2012.08.18 09:22:20

이번 올림픽 때 보낸 편지를 모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올림픽이 끝났습니다.
좋은 성적을 거둔 우리나라 국가대표가 자랑스럽습니다.

오늘은 이번 올림픽 때 보낸 편지를 정리했습니다.

저는 오늘부터 휴가를 떠납니다.
월요일 아침에 편지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고맙습니다.



[화이팅/파이팅]

안녕하세요.

어젯밤에 축구 잘 보셨나요?
잘 싸웠는데 골을 넣지 못해 비긴 게 너무 아쉽습니다.

운동할 때 선수들에게 힘내서 잘 싸워달라거나, 선수들끼리 잘 싸우자는 뜻으로 외치는 소리가 '파이팅'입니다.

1. 
파이팅은 영어 fighting에서 왔는데요.
외래어표기법에 따르면, '화이팅'이 아니라 '파이팅'이라고 써야 바릅니다.

2.
파이팅을 국립국어원에서 '힘내자'로 다듬었습니다.

3. 
영어 fighting은
전투나 격투 같은 싸움에서 목숨을 걸고 싸울 때 쓰는 말이라고 합니다.
물론 그만큼 열심히 잘 싸워 달라는 뜻이긴 하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은 알아듣지 못하는 콩글리시입니다.
영어로는
Way to go!!, Go! Go!, Go, go, go!, Go for it!, Way to go! 따위가 있다고 합니다.

저는
'힘내자'나 '나가자', '가자', '아자', '영차' 따위를 상황에 따라 골라 쓰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고맙습니다.

보태기)
아마 오늘 편지를 보시고,
fighting이 다른 나라에서는 무슨 뜻이건 간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우리 문화에 따라 바뀐 뜻으로 쓰이고 있다고 굳이 바꿀 필요가 없지 않냐는 답장이 있을 것도 같습니다.
그런 답장을 보내주시면 정리해서 같이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자 양궁 7연패]
안녕하세요.

아침 뉴스에서 들으니
우리나라 여자 양궁이 '올림픽 7연패를 달성'했다고 하네요.
우리나라가 양궁을 잘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7회 연속 졌는지 모르겠네요.

웃자고 해본 말이고요.
올림픽에서 7번 연속 이겼다는 말입니다. ^^*

'연패'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두 가지 뜻이 나옵니다.
1. 연패(連敗), 이름씨(명사), 싸움이나 경기에서 계속하여 짐.
2. 연패(連), 이름씨(명사), 운동 경기 따위에서 연달아 우승함.
이렇게 연달아졌다는 뜻과 연달아 이겼다는 뜻이 같이 들어 있으니 한글만으로는 그 뜻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저라면
'7번 내리 이겨'나 '내리 져'로 쓰겠습니다.
'7연패'보다 낱말이 길어져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따질 수도 있지만,
경제성보다 앞선 것은 말을 확실하게 나타내는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나라 여자 양궁 선수가
올림픽에서 7번이나 내리 이긴 것을 축하합니다. ^^*

고맙습니다.




[뭔가 야로가 있는 거 같죠?]
안녕하세요.

8월 첫날입니다. 이번 달도 즐겁게 보내시길 빕니다.

요즘 올림픽이 한창입니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잘해 주고 있는데,
땀 앞에 평등해야 할 올림픽에서 이상한 판정이 자꾸 나와 속상합니다.

박태환 수영선수는 예선탈락 했다가 나중에 다시 결승에 나가도록 했고,
조준호 유도선수는 우승했다고 손을 들어줬다고 몇 초 뒤 상대편 선수 손을 들어줘 판정을 뒤집고,
신아람 펜싱선수는 0.1초가 흐르지 않고 멈춰 있고...

뭔가 야로가 있는 거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네요.

'야로'는 일본말 やろ와 소리가 비슷해서 마치 일본말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야로는 우리말입니다.
"남에게 드러내지 아니하고 우물쭈물하는 속셈이나 수작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이 일에는 무슨 야로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 능한 권모술수로써 어떤 야로를 부릴지 모를 일이다처럼 씁니다.

운동은 깨끗하고 공정하게 겨뤄야 한다고 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야로가 있으면 안 되겠죠.

우리나라 선수들이 더 잘 싸워서 좋은 성적을 거두길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올림픽 선수 이름 쓰기]
안녕하세요.

이 더위가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여름이니까 덥긴 하겠지만, 이건 좀 너무하네요. ^^*
달력을 보니 다음 주 화요일인 8월 7일이 가을에 들어선다는 '입추'네요.
조금만 더 참고 잘 지냅시다. ^^*

요즘 올림픽 경기를 보느라 잠을 설치시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저도 어제저녁에 축구 보느라 잠을 설쳤습니다. 
제가 봐서 그런지 한 골도 못 넣어서 무척 서운했습니다. ^^*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때마다 드리는 말씀을 오늘도 드려야겠네요.
올림픽 경기에 나가는 선수들 등에는 모두 로마자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게 제각각입니다. 분명 우리나라 선수인데, 경기 종목마다 쓰는 방식이 다릅니다.

1.
먼저,
선수 등에 붙은 것은 영어 이름이 아닙니다.
영어 이름은 리처드나 스미스 따위가 영어 이름이고,
KIM J.C.처럼 붙은 것은 우리나라 사람의 이름을 로마자로 쓴 겁니다.

2.
우리말을 로마자로 바꿔 쓰는 기준은 '로마자 표기법'입니다.
그 표기법에 따르면, 이름은 성을 먼저 쓰고, 성과 이름은 띄어 쓰며, 이름은 붙여 쓰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곧,
성제훈은
Seong Jehun으로 써야 바릅니다.
Seong, Je Hun
Seong, Je-Hun
Seong Je Hun으로 쓰면 틀립니다.

3.
몇 년 전에는 이름이 성 앞에 오도록 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J. H. Seong처럼 등에 쓴 때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그런 것은 못 봤습니다.
다만,
SEONG J.
SEONG J.H.
SEONG Jehun
으로 쓴 게 자주 보이더군요.

4.
제 생각에는
우리나라 선수는 모두 같은 방식으로 이름을 써야 한다고 봅니다.
어차피 로마자로 이름을 쓰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이 보라고 쓰는 것인데,
한 나라 선수의 이름 쓰는 방식이 다르다면 나라도 다른 것으로 볼 수 있잖아요.
그리고
이름을 쓸 때도 로마자 표기법에 맞게 써야 한다고 봅니다.
그 로마자 표기법이 타당하지 않으면 로마자 표기법을 바꾸면 될 겁니다.
로마자 표기법이라는 규정을 만들어 놓고, 쓰지 않는다면 그 규정을 왜 만들었으며, 그 규정을 따르는 사람들은 뭐가 되죠?

오늘도 우리나라 선수들이 잘 싸워주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신기록 갱신과 경신]
안녕하세요.

아무리 더워도 시간은 흘러 벌써 금요일입니다. ^^*

요즘 올림픽 보느라 가끔은 더위도 잊고 지냅니다.
어제 본 양궁 금메달 딴 것도 참 재밌게 봤습니다.

운동에는 언제나 새로운 기록이 따르고, 늘 신기록 경신이나 신기록 갱신이라는 말을 덧붙입니다.
오늘은 경신과 갱신을 갈라 보겠습니다. 예전에 몇 번 편지를 보낸 기억이 있습니다. ^^*

'경신'과 '갱신'은 모두 한자 更新입니다.
같은 한자를 어떻게 읽는가에 따라 뜻이 달라집니다.
更 자는 '다시 갱'과 '고칠 경'으로 읽는데, 
更 자를 '고칠 경'으로 읽어
'경신'이라고 하면
"이미 있던 것을 고쳐 새롭게 함"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운동 경기의 기록을 '경신'한다고 하는 게 바릅니다.

更 자를 '다시 갱'으로 읽어
'갱신'이라고 하면
"법률관계의 존속 기간이 끝났을 때 그 기간을 연장하는 일"과
"기존의 내용을 변동된 사실에 따라 변경˙추가˙삭제하는 일"을 말합니다.
계약 갱신, 비자 갱신, 면허 갱신, 시스템의 갱신 따위로 쓰입니다.

정리하면,
'경신'은 내용을 새로 바꾸는, 한 단계 올라가는, 신기록 경신에 쓰이고,
'갱신'은 계약 기간을 연장하는, 수평으로 연장하는 데 쓴다고 기억하시면 됩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경신'은 '고침'으로
'갱신'은 '새로 고침'으로 바꿔 쓰자고 권했습니다.

지난번에 보내드린 '연패'에서도 말씀드렸듯이,
한문 없이 한자말을 쓰면 헷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연패'를 '내리 짐'이나 '내리 이김'으로 바꾸자는 말씀을 드렸던 것이고요.

갱신이나 경신도
새로 쓰거나 다시 쓰는 것으로 바꿔서 쓰면 헷갈릴 일도 없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열심히 해서 새로운 기록을 많이 내기를 빕니다.

고맙습니다.


보태기)
'신기록 경신'은 새로운 기록으로 고쳐 쓴다는 뜻이 되므로 '신기록 달성'이나 '신기록 작성'이라고 하는 게 옳을 것 같습니다.
신기록에 이미 새로운 기록이라는 의미가 있기에 '신기록 경신'은 새로운 기록을 새롭게 하다는 중복적인 표현으로 보일 수도 있잖아요. ^^*



[넓다랗다와 널따랗다]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애들과 같이 도서관과 마트에 가서 보냈습니다.
집에서는 너무 더워서 도저히 있을 수가 없더군요. ^^*
텔레비전으로 올림픽을 보는 것도 더위를 쫓는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며칠 전에 있었던 축구를 참 재밌게 봤습니다.
축구 종구국이라는 영국과 맞서 참으로 멋진 경기를 펼쳤습니다.
널따란 운동장을 맘껏 뛰어다니며 전반전, 후반전, 연장전까지 지치지 않고 뛰는 모습에 감동했습니다.

우리말에 '널따랗다'는 낱말이 있습니다.
공간을 나타내는 이름씨(명사)와 함께 쓰여
"꽤 넓다."는 뜻으로
널따란 평야, 방이 널따랗다, 아기가 널따란 아빠 품에 안겨 잠이 들었다처럼 씁니다.

여기서 '다랗'은 일부 그림씨(형용사) 뒤에 쓰여 그 정도가 꽤 뚜려하다는 뜻을 더합니다.
굵다랗다, 좁다랗다, 높다랗다, 깊다랗다가 그렇게 쓰인 겁니다.

문제는
크기나 모양, 길이, 깊이 따위를 나타내는 그림씨(형용사) 뒤에 '다랗'이 붙는 방식에 일정한 규칙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꽤 넓은 것은 '넓다랗다'가 아니라 '널따랗다'이고,
꽤 짧은 것은 '짧다랗다'가 아니라 '짤따랗다'인데,
꽤 긴 것은 '길다랗다'가 아니라 '기다랗다'가 바릅니다.
꽤 가는 것도 '가느다랗다'고 써야 합니다.
게다가
꽤 잔 것은 '잘다랗다'나 '자다랗다'가 아니라 '잗다랗다'가 바릅니다.

올림픽에 나간 우리 선수들이
널따란 운동장에서 맘껏 뛰고
기다란 트랙에서 맘껏 달려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빕니다.

고맙습니다.

보태기)
지난번에 보내드린 '경신/갱신'을 보시고,
고ㄱㅅ 님께서 이런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오늘 편지를 쓰다 보니 이 댓글이 더 가슴에 와 닿네요. 

"우리 주변에서 갱신과 경신을 구분해서 정확히 사용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생각해 봅니다. 이렇게 복잡하고 까다로운 어법이 우리 세대에는 어찌 통할지 모르나 젊은 세대에게 과연 학습이 될지 자신이 안 서는군요."

고맙습니다.



[석패]
안녕하세요.

오늘 새벽에 있었던 우리나라와 브라질이 겨룬 축구를 보셨나요?
온 국민이 응원했음에도 안타깝게도 우리가 졌습니다.

잘 싸웠으나 아깝게 졌을 때 '석패했다'는 말을 합니다.
석패는
아낄 석(惜) 자와 질 패(敗) 자를 써서
"경기나 경쟁에서 약간의 점수 차이로 아깝게 짐."을 뜻합니다.

글자 수를 줄이고자 '석패'라고 쓴지는 모르지만,
저라면 '안타깝게 졌다'거나 '아쉽게 졌다'고 쓰겠습니다.

글은 누구나 쉽게 읽고 뜻을 알 수 있어야 하잖아요.

올림픽이 끝나갑니다.
모두 열심히 해서 그동안 준비하고 연습한 기술을 맘껏 뽐내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석패/완패/숙적]
안녕하세요.

어제 '석패'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오늘도 좀 이어보겠습니다.

'석패'는 안타까운 패배로 '아쉽게 졌다'고 쓰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완패'는 완전할 완(完) 자에 깨뜨릴 패(敗) 자를 써서 완전하게 깨짐을 뜻합니다.
실력 차이가 너무 크고 두드러져 깨끗하게 진 것이죠.
'완패' 또한 '크게 져'나 '아주 져' 같은 말로 바꿔써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는 일본과 동메달을 두고 다퉈야 합니다.
언론에서는 일본을 '숙적'이라고 쓰더군요.
'숙적'은 묵을 숙(宿) 자에 원수 적(敵) 자를 써서
"여러 해 전부터의 적수"라는 뜻입니다.
우리나라와 일본 관계를 잘 나타내는 딱 좋은 말 같습니다.
이 '숙적'도 '오랜 적' 같은 말로 바꿔 쓸 수 있을 겁니다.

우리말 편지에서 가끔 잊혀가는 순우리말을 소개합니다.
그럴 때 가끔 받는 댓글이
그냥 있는 말을 쓰면 되지 왜 굳이 사라져가는 말을 찾아서 외워야 하는지를 따지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말은 살아있어서 사람들이 자주 쓰지 않으면 없어집니다.
그리고 그 말에는 우리 넋과 삶의 흔적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우리 문화가 되죠.

석패, 완패, 숙적을 써도 거의 다 알아먹습니다.
그러나 이제 초등학교에 다니는 제 아이들은 그게 무슨 말인지 몰라 저에게 물어봅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아쉽게 져, 아주 져, 오래된 적으로 풀어서 설명해줍니다.
그럼 애들은 알아듣습니다.

이제 말을 배워가는 초등학생들이 왜 굳이 석패, 완패, 숙적을 배워야 하죠.
걔들이 쓰는 쉬운 말을 쭉 쓰도록 하면 안 될까요?
그게 깨끗한 우리말이잖아요.
굳이 어려운 말을 배워야 한다면, 한자말보다는 순우리말을 찾아서 배우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고맙습니다.




[도합과 모두]
안녕하세요.

어제 편지를 보시고
kjl???@naver.com 님께서 댓글을 보내주셨습니다.
좋을 글이라 함께 읽고자 합니다.

"석패' '완패' '숙적'의 낱말 중 '숙적'을 "오랜 적'으로 쓰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는데, 
운동경기에 쓰는 말이고 운동은 경기이므로 살생을 드러내는 적(敵)이라는 말보다는 좀 부드럽게 "맞수" "오랜 맞수" 등으로 말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

우리나라가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모두 몇 개 땄는지 아세요?
아침에 뉴스에서 보니 금메달 12개, 은메달 7개, 동메달 6개로 모두 25개를 땄네요.
참으로 자랑스럽습니다. ^^*

도합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모두 합한 셈"이라는 뜻으로 
이번에 딴 메달이 도합 25개다처럼 쓸 수 있습니다.

이 '도합'은
국립국어원에서 '모두'나 '합계'로 다듬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번 올림픽에서 지금까지 모두 25개 메달을 땄습니다.

메달 색깔을 따지기에 앞서
그분들은 우리나라 대표인 국가대표입니다.
국가대표 그 자체가 자랑이고,
온 힘을 다하는 그 모습이 자랑스럽습니다.
땀은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겁니다.
조금만 더 힘내서 끝까지 잘 해주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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