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6년 이전에 보낸 편지입니다.
[필자가 아니라 글쓴이]
저는 요즘 책 읽을 시간이 많네요. 병원에 있다 보면 딱히 뭐 할 게 없더군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책을 많이 봅니다.
어떤 책이라고 꼭 집어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많은 책에서 보이는 잘못을 좀 지적해 볼게요.
첫째, 뭔가를 설명하면서 '즉'이라는 낱말을 많이 쓰는데, 이는 '곧'으로 바꿔 쓰는 게 좋습니다. 뜻이 거의 같은데 굳이 한자인 즉(卽)을 쓸 까닭이 없죠.
둘째, 설명하면서 자주 나오는 "말할 것도 없음"이라는 뜻의 '물론'이라는 낱말은 일본어 勿論(もちろん[모찌롱])에서 왔습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말할 것도 없음'으로 바꿔 쓰시면 됩니다.
셋째, '필자'라는 말입니다. 사전에는 "글을 쓴 사람. 또는 쓰고 있거나 쓸 사람."이라고 풀어져 있지만, 그 뜻은 그 책을 쓴 사람이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제삼자가 글을 쓴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곧, 글쓴이가 "필자는 어떤 생각으로 이런 글을 썼고..."라는 것은 말이 안 되고, 글을 읽는 사람이 "필자는 어떤 생각으로 이런 글을 썼을 것이고..."라는 것만 말이 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필자'도 일본식 표현입니다. 筆者(ひっしゃ[핏샤])라는 일본어에서 왔거든요.
글을 쓴 사람이 자기 자신을 가리켜 필자라고 쓴 것은, 필자의 뜻을 제대로 몰랐거나, 가진 게 없어 뭔가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한 것 일겁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