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17] 우리말) 편지 두 개 소개

조회 수 6731 추천 수 0 2012.10.17 07:31:32

오늘은 어제 받은 편지 두 개를 소개합니다.
하나는 어제치 우리말 편지를 보시고 주신 댓글이고, 
다른 하나는 이번에 북한 군인 귀순과 관련된 겁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가 차를 몰고 일터에 나왔습니다.
수원 촌놈이 차를 가지고 서울 광화문까지 왔네요.
차가 밀릴 것 같아 좀 일찍 나섰더니 너무 일찍 온 것 같습니다. ^^*

오늘은 어제 받은 편지 두 개를 소개합니다.
하나는 어제치 우리말 편지를 보시고 주신 댓글이고, 
다른 하나는 이번에 북한 군인 귀순과 관련된 겁니다.

1.
모순된 우리들의 언어생활의 일단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친한 사람끼리, 우리끼리는 '피로회복'이라는 말이 통할지는 모르지만, 언어는 객관화된 이성적 현실의 입장에서 직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피로회복이라는 말을 언중들이 아무리 자주 쓰더라도, 신문, 잡지, 텔레비전 등  매체 기구에서 정확히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자리를 잡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가 쓰기 쉽다고, 그리고 자주 쓴다고 그런 것을 인정하다 보면, 언어 생활이 난잡해지고 질서도 무너지며 그러다 보면 정신까지 혼란스러울 수가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말 편지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언어의 신축성이나 탄력성, 현실 반영이라는 측면도 중요하지만, 원리와 원칙이 지나치게 훼손되고 망가진다면, 우리의 언어생활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무엇이 원칙이고 무엇이 정답인지 헷갈릴 수가 있습니다. 
잘못된 것은 점진적으로 고쳐 나갔으면 합니다.

이야기가 다소 빗나가는지 모르지만, 고속도로 갓길을 예전에는 '노견'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거의 갓길이라는 말을 쓰듯 노력하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터체인지, 라는 말도 '나들목'이라는 우리말로 잘 바꾼 사례입니다.

2.
아래는 고영회 님이 페이스북에 쓰신 글입니다. 공개된 글이라서 허락을 받지 않고 바로 올립니다.

"노크 귀순이라고?" 
우리나라 기자들의 기사전달 능력이 실망스럽습니다. 북한 병사가 우리 군인 숙소로 스스로 찾아와서 우리 품에 안긴 것을 이르는 말로 '노크 귀순'이라 하나 봅니다.

문을 두드려 알게 된 것이라면, 노크 대신 쿵쿵 똑똑 쾅쾅 소리말을 쓰도 좋겠고, 문두드림 찾아옴 이런 말을 쓰도 충분할 듯 합니다. 그런데 우리말에서 찾을 생각은 못하고 노크란 말을 떠올릴 정도로 우리말 실력도, 독자나 시청자에 대한 예의도 없단 말인가?

기자들이 독자, 시청자에게 영어공부 못 시켜 안달인 볼 때마다 속이 불이 납니다. 기자님, 여긴 한국말을 쓰는 대한민국이라구요!!!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1&aid=0005873736



고맙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이 우리말을 아끼고 사랑하기에 우리말의 미래는 밝다고 믿습니다.

오늘이 수요일입니다.
인생이라는 여행길에는 짐은 많을수록 불편하다고 합니다.
너무 욕심내지 않고 사는 하루로 보내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찰랑찰랑]

안녕하세요.

요즘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이런저런 술자리가 많죠?
제 소원이 하루에 한 자리만 가는 겁니다. ^^*

오늘도 술 이야기 좀 해 볼까요?
술잔에 술을 가득 따르는 것을 어찌씨(부사)로 '안마미로'라고 한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술이 술잔에 가득 차면 찰랑거리죠?
"가득 찬 물 따위가 잔물결을 이루며 넘칠 듯 자꾸 흔들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이 어찌씨로 '찰랑찰랑'입니다.
술이 술잔에 그득 차 가장자리에서 넘칠 듯 말 듯한 모양은 어찌씨로 치런치런 이나 지런지런 이라고 합니다.
지런지런보다 치런치런이 센말입니다.
자란자란이나 차란차란도 같은 뜻의 같은 경우입니다.

이와는 상관없이 '치렁치렁'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길게 드리운 물건이 이리저리 부드럽게 자꾸 흔들리는 모양"입니다.
차랑차랑도 비슷한 뜻입니다.
어떤 샴푸 광고에
머리가 찰랑찰랑 찰랑거린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틀렸습니다.
머릿결은 찰랑 거리는 게 아니라 차랑 거리는 겁니다.
차랑 대는 머리, 그녀가 걸을 때마다 긴 치마가 차랑댄다처럼 써야 합니다.

술 이야기로 시작해서 이상한 데로 빠지네요.
저는 아침에 딸내미 머리를 빗겨줍니다.
이때 빗에 빗기는 머리털의 결을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오늘도 문제로 내 볼까요? ^^*
안타깝게도 선물이 몇 개 남지 않아서 그냥 답을 알려드릴게요.
바로 '담'입니다.
그래서 '담이 좋다.'고 하면 머릿결이 좋아 빗질이 잘 된다는 뜻입니다.

벌써 딸내미가 보고 싶네요. ^^*

오늘도 자주 웃으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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