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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07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신 김치와 쉰 김치]
안녕하세요.
아침에 병원에 좀 다녀오느라 편지를 이제야 보냅니다. 달포 쯤 전부터 속이 이상했는데, 일이 많아 계속 미루다 오늘 짬을 좀 냈습니다. 의사선생님이 뭐라고 하실지 자글거려서 아무것도 못했습니다. ^^* (자글거리다 : 걱정스럽거나 조바심이 나거나 못마땅하여 마음을 졸이다.)
어제 김치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오늘 좀 이어볼게요.
"맛이 식초나 설익은 살구와 같다"는 뜻의 그림씨(형용사)가 '시다'입니다. 여기서 나온 게 '신 김치'입니다. "김치, 술, 장 따위가 맛이 들다"는 뜻의 움직씨(동사)가 '익다'이니, "잘 익어서 신 맛이 나는 김치"는 '신 김치'가 됩니다.
'쉬이'라는 어찌씨(부사)가 있습니다. "가능성이 많게"라는 뜻으로 유리잔은 쉬이 깨진다, 날씨가 따뜻해서인지 김치가 쉬이 쉰다처럼 씁니다.
자, 여기서 '김치가 쉬이 쉰다'가 무슨 말일까요? '김치가 잘 쉰다' 또는 '김치가 쉽게 쉰다'는 뜻 정도 될텐데, 김치가 쉰다는 게 말이 되나요? 시게 되는 것을 쉰다고 하나요?
'날씨가 따뜻해서 김치가 쉬이 익는다'고 하면 말이 되고 무슨 뜻인지도 쉽게 알 수 있지만, '날씨가 따뜻해서 김치가 쉬이 쉰다'고 하면 말이 좀 이상합니다. 말이 된다면 무슨 뜻일까요?
김치에는 시다와 쉬다를 모두 쓸 수 있습니다. '김치가 시다'고 하면 김치가 잘 익어서 신맛이 난다는 뜻이고, '김치가 쉰다'고 하면 김치가 너무 익어서, 곧 상해서 먹을 수 없게 된 것을 말합니다. 말장난 같지만, 뜻을 그렇게 가를 수 있습니다.
그나저나, 어제 김치 냉장고를 샀으니 김치가 쉬이 시지도 않을 것이고 쉬이 쉬지도 않겠죠? 또, 제가 좋아하는 신 김치를 맘껏 먹을 수 있고, 쉰 김치는 없어지겠죠? ^^*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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