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25] 우리말) 나침판과 나침반

조회 수 4446 추천 수 0 2012.10.25 13:13:17

차를 운전할 때 운전석 앞에 차의 상태를 알려주는 눈금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계기판(計器板)과 계기반을 모두 표준어로 받아들였습니다.
어떤 것을 쓰셔도 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예전에 보낸 편지로 갈음합니다.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
나침판과 나침반]

안녕하세요.

서해바다가 걱정이네요

요즘 고등학교 3학년의 고민이 많을 겁니다.
교육은 백 년 앞을 내다봐야 한다는데 그러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고,
죄없이 흔들리는 학생들이 불쌍합니다.

뭐가 뭔지 보이는 게 없어 지금은 바잡을 수밖에 없지만,
(
바잡다 : 조마조마하고 두렵고 염려스럽다.)
그렇다고 두 손 놓고 자글대고 있을 수만도 없습니다.
(
자글대다 : 걱정스럽거나 조바심이 나거나 못마땅하여 마음을 졸이다.)

어떤 대학을 갈 것인가 보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가를 더 크게 생각하며 앞날을 설계하길 바랄 뿐입니다.
산에서 길을 잃으면 나침반을 써서 방향을 찾습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여러분의 나침반입니다.
아무쪼록 좋은 말씀 많이 듣고 바른 결정 내리길 빕니다.

자침이 남북을 가리키는 특성을 써서 만든,
"
항공항해 따위에 쓰는 지리적인 방향 지시 계기" '나침반'이라고 합니다.
소리도 '나침반'입니다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나침판'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국립국어원에서 1998년에 사전을 만들면서 나침판도 표준어에 넣었습니다.
지금은 나침반과 나침판 모두 표준어입니다.
다만나침반은 羅針盤이지만 나침판은 羅針板이 아닌 그냥 '羅針판'입니다.

우리말에서 "판판하고 넓게 켠 나뭇조각"을 판자(板子)라고 합니다.
널빤지라는 우리말을 쓰면 좋겠지만많은 이들이 판자라고 합니다.
이것을 떠올리셔서 넓은 것은 다 ''을 쓴다고 생각하셔서 나침판이라고 하시나 봅니다.

여러분 운전하세요?
차를 운전할 때 운전석 앞에 차의 상태를 알려주는 눈금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그걸 뭐라고 하세요?
계기판계기반?

그건 계기반(計器盤)이 맞습니다.
밑받침 반(자를 써서 "계량기에 눈금이나 문자나 숫자가 들어 있는 면"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이 또한 계기판이라고 하지 계기반이라고는 별로 하지 않습니다.
그에 따라 국립국어원에서는 계기판(計器板)과 계기반을 모두 표준어로 받아들였습니다.
어떤 것을 쓰셔도 됩니다.

좀더 나갈까요?
계기판을 영어로 dashboard[대시보드] dash panel[대시 패널]이라고 합니다.
dash
는 물 따위가 튀기다는 뜻입니다바퀴 뒤에 있는 흙받이가 dash입니다
따라서 dashboard는 흙받이 판 정도 되겠죠말 뿌리가 그렇다는 뜻입니다. ^^*

이제 계기반과 dashboard를 합쳐서 일본말로 읽어볼게요.
일본어로 보면 dash를 ダッシュ[닷슈]로 쓰고 계기반의 盤을 ばん[]이라 쓰고 읽습니다.
한꺼번에 읽어보면 [닷슈방정도 됩니다.
다시 보면,
dash[
대시] [다시]로 읽고 盤을 ばん[]이라 읽으면 '다시방'이 됩니다.
어디에도 나와있지 않지만 
제 생각에 다시방이 이렇게 해서 나온 것 같습니다.
별로 좋은 뿌리는 아닌 것 같죠?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의 진로를 이야기하면서 나침반을 꺼냈다가 여기까지 왔네요. ^^*

아무쪼록 많이 고민하고 깊게 고민하시길 빕니다.
고민을 많이 하면 하는 동안은 힘들지만 나중에는 도움이 됩니다. ^^*

지금보니 서해바다에서 문제를 일으킨 배도 나침반 문제였나요

고맙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25833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31273
2016 [2007/02/12] 우리말) 동서남북? 새한마높! id: moneyplan 2007-02-12 4519
2015 [2007/01/23] 우리말) 들러리 id: moneyplan 2007-01-23 4519
2014 [2017/09/18] 우리말) 이력’과 ‘노총’ 머니북 2017-09-18 4516
2013 [2013/07/03] 우리말) 아등바등 머니북 2013-07-03 4516
2012 [2011/05/11] 우리말) 외래어 표기법 기초 몇 가지 moneybook 2011-05-11 4515
2011 [2012/06/12] 우리말) 낯꽃 머니북 2012-06-12 4511
2010 [2015/11/17] 우리말) 싼 게 비지떡 머니북 2015-11-18 4510
2009 [2007/10/10] 우리말) 한 수 위를 뜻하는 낱말은? id: moneyplan 2007-10-10 4507
2008 [2011/11/16] 우리말) 빼꼼과 빠끔 머니북 2011-11-16 4506
2007 [2007/02/14] 우리말) 우리말이 어렵다고 하는 분들께 id: moneyplan 2007-02-14 4505
2006 [2013/09/05] 우리말) 부딪치다/부딪히다 머니북 2013-09-05 4500
2005 [2007/06/20] 우리말) 벼룩시장 id: moneyplan 2007-06-20 4496
2004 [2013/05/03] 우리말) 신토불이 머니북 2013-05-03 4495
2003 [2013/12/31] 우리말) 일몰과 해넘이 머니북 2013-12-31 4491
2002 [2009/07/16] 우리말) 외래어표기법 받침 id: moneyplan 2009-07-16 4491
2001 [2007/10/05] 우리말) 저는 개으릅니다 id: moneyplan 2007-10-05 4490
2000 [2007/07/11] 우리말) 점점 나아지다 id: moneyplan 2007-07-11 4490
1999 [2011/09/06] 우리말) 만날도 맞고 맨날도 맞습니다 머니북 2011-09-06 4489
1998 [2008/03/27] 우리말) 짓북새를 놓으며 짓먹다 id: moneyplan 2008-03-27 4488
1997 [2011/01/28] 우리말) 행안부와 까도남의 다른점 moneybook 2011-01-28 44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