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프로그램은 19세 미만의 청소년이 시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19세 미만의 청소년이 시청할 수 있습니다.'라고만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이번 겨울 들어 오늘이 가장 추운 것 같습니다.
늘 건강 잘 챙기시길 빕니다. 

오늘은 한자로 들어가 볼까요? ^^*

여러분은 空山木落雨蕭蕭를 뭐라고 해석하실 것 같아요? 

이걸 한 분이 ‘텅 빈 산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비는 부슬부슬 내리는데’라고 번역했다고 합니다. 
스승이 이걸 보시고, 
空자를 가리키시면서 여기에 ‘텅’이 어디 있나? 그냥 ‘빈’이지라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나뭇잎’에서도 모든 잎은 다 나무에 달리므로 ‘나무’를 빼고 ‘잎’만 쓰고,
‘떨어지고’에서는 ‘떨어’를 빼고 그냥 ‘지고’라고 번역하고,
‘부슬부슬 내리고’에서는 ‘부슬부슬’만 쓰도록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차 떼고 포 떼고 나니 남는 건
‘빈 산 잎 지고 비는 부슬부슬’이었다고 합니다.

글을 쓸 때 쓴 걸 또 쓰지 않고, 줄일 수 있으면 되도록 줄이는 게 좋다는 멋진 보기입니다.

텔레비전을 보다 보면,
이 프로그램은 19세 미만의 청소년이 시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라는 자막이 담긴 화면이 먼저 나오고 방송을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앞에서 '이 프로그램은'이라고 시작했으므로
뒤에 '-있는 프로그램입니다.'라고 '프로그램'을 또 쓸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냥, 
'이 프로그램은 19세 미만의 청소년이 시청할 수 있습니다.'라고만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오늘은
한 소리 또 하고 한 말 또 하는 게 아니라,
꼭 필요한 말만 하면서 지내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보태기)
위에 있는 시는
조선 선비 권필이 스승 정철의 산소에 들러 인생의 덧없음을 노래한 것입니다.
<과송강묘유감(過松江墓有感)>
공산목락우소소(空山木落雨蕭蕭) 상국풍류차적료(相國風流此寂蓼) 
초창일배난갱진(招愴一杯難更進) 석년가곡즉금조(昔年歌曲卽今朝)

아래는 2007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보람]

안녕하세요.

무척 춥네요.

오늘 아침 7시 46분 MBC 뉴스 끝머리에 "많이 춥죠?"라고 했습니다.
추위나 더위에는 '많이'를 쓰지 않습니다.
추위나 더위의 정도를 나타내는 어찌씨(부사)는 '상당히'나 '꽤'를 써야 바릅니다.
오늘 아침, 많이 추운 게 아니라 무척 추운 겁니다.

아침에 나오면서 보니
은행잎이 거의 다 떨어지고 없더군요.
예쁜 녀석 몇 개 골라 책에다 꽂아두려고 했는데...

흔히,
책을 읽다가 읽던 곳이나 필요한 곳을 찾기 쉽도록 책갈피에 끼워두는 것을 두고
책갈피라고 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겁니다.
책갈피는 책장과 책장 사이입니다.
그 책장과 책장 사이, 곧 책갈피에 은행 잎이나 단풍잎을 끼워 놓을 수 있지만,
끼워진 그것은 책갈피가 아니라 갈피표입니다.

갈피에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하나는 
"겹치거나 포갠 물건의 하나하나의 사이. 또는 그 틈."으로 책장과 책장 사이가 그 갈피죠.
다른 하나는,
"일이나 사물의 갈래가 구별되는 어름"으로
일의 갈피를 못 잡다, 도무지 갈피가 안 잡혔다처럼 씁니다.

갈피표를 보람이라고도 합니다.
보람에는
"어떤 일을 한 뒤에 얻어지는 좋은 결과나 만족감. 또는 자랑스러움이나 자부심을 갖게 해 주는 일의 가치."라는 뜻도 있지만,
"다른 물건과 구별하거나 잊지 않기 위하여 표를 해 둠. 또는 그런 표적."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바로 갈피표죠.

연말에는 내년 수첩을 얻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수첩에 보면 쓰던 곳을 알 수 있게 박아 넣은 줄이 있습니다.
그 줄은 '보람줄'입니다.

저는 꾸준히 우리말 문제를 내서 여러분께 갈피표를 나눠드리겠습니다.
그 갈피표를 여러분이 '보람(갈피표)'으로 쓰시는 게 곧 제 '보람(기쁨)'입니다.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19359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4882
1016 [2016/01/14] 우리말) 게으르다/개으르다 머니북 2016-01-17 3505
1015 [2013/01/28] 우리말) 연배 머니북 2013-01-28 3505
1014 [2011/12/23] 우리말) 크리스마스와 성탄절 머니북 2011-12-23 3505
1013 [2012/01/13] 우리말) 소소하다 머니북 2012-01-13 3504
1012 [2008/07/18] 우리말) 게걸스럽다와 게검스럽다 id: moneyplan 2008-07-18 3504
1011 [2007/04/27] 우리말) 새벽에 일어나셨나요? id: moneyplan 2007-04-27 3504
1010 [2016/04/28] 우리말) '~다시피'와 '~다싶이' 머니북 2016-04-29 3503
1009 [2014/06/20] 우리말) 노랫말의 반칙 머니북 2014-06-20 3503
1008 [2013/11/06] 우리말) 들르다와 들리다 머니북 2013-11-06 3503
1007 [2010/10/19] 우리말) 끼적이다 moneybook 2010-10-19 3503
1006 [2009/08/20] 우리말) 깨단하다 id: moneyplan 2009-08-21 3503
1005 [2010/12/30] 우리말) 나일롱 -&gt; 나일론 moneybook 2010-12-30 3502
1004 [2008/03/10] 우리말) 트롯이 아니라 트로트 id: moneyplan 2008-03-10 3502
1003 [2012/01/16] 우리말) 애기 머니북 2012-01-16 3501
1002 [2011/02/15] 우리말) 달걀과 계란 moneybook 2011-02-15 3501
1001 [2010/05/25] 우리말) 나와바리 id: moneyplan 2010-05-25 3501
1000 [2007/06/24] 우리말) 놀금 id: moneyplan 2007-06-25 3501
999 [2011/01/24] 우리말) 모포와 담요 openmind 2011-01-24 3500
998 [2008/03/06] 우리말) 양식이 아니라 서식입니다 id: moneyplan 2008-03-06 3500
997 [2016/11/09] 우리말) 허겁지겁/헝겁지겁 머니북 2016-11-12 34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