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아침부터 정신없이 바빴네요. 이제야 자리에 앉아 편지를 씁니다. ^^*
1. 광화문 현판이 결국 '門化光'으로 달리게 되었네요. 어제 오후에 그렇게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우리나라 한가운데, 서울의 얼굴이 경복궁이고 광화문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광화문 광장에 우리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겠죠. 그 동상 바로 뒤가 경복궁입니다. 세종대왕이 그 경복궁에서 한글을 만드셨고, 광화문이란 이름도 세종대왕이 지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현대의 광화문은 경복궁을 들어가는 문이라기보다는 우리나라 수도 서울의 상징이라고 보는 게 더 어울릴 겁니다. 바로 그런 경복궁의 현판입니다. 처음에는 한자로 '門化光'이라 달았지만, 언젠가 불타서 없어지고 그 글꼴을 찾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시 쓰면서 한글로 '광화문'이라서 써서 달았습니다. 그러다 지금 다시 한자 '門化光'으로 단다고 합니다. 어떤 게 문화재 복원의 원칙인지 모르겠습니다. 차마 뭐라 더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없는 제 자신이 밉습니다.
2. 어제 보낸 편지 밑에 붙은 예전에 보낸 편지를 보시고 채영현 선생님께서 이런 답장을 보내주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날마다 보내주시는 우리말 편지를 항상 고마운 마음으로 읽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여덟 시 삼 분'에 대한 글을 읽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국어문법을 가르칩니다. 이것과 관련된 내용이 문법 책에 나옵니다. 옮겨 보겠습니다. " 국어에서 '시'를 말할 때에는 '한, 두, 세, 네, 다섯'처럼 고유어를 쓰고, '분, 초'를 말할 때에는 '일, 이, 삼,사'처럼 한자어를 쓴다. 이는 관습적인 언어 표현으로 설명할 수 있다. 왜냐하면 '시'는 오래 전부터 쓰던 단위로 고유어와 어울릴 수 있었으나, '분, 초'는 근대 이래 한자어를 쓰는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시계 문화가 들어오면서 중국, 일본식으로 쓰인 단위로, '일 분', '일 초' 등이 하나의 단위로 들어왔기 때문이다."[고등 학교 문법 교사용 지도서, 교육인적자원부 발행]
좋은 글을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
3. 언젠가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에서 나이가 들수록 세상과 싸우려 하지 않고 세상 흐름에 따라 살게 된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살긴 하지만 세상이 점점 더 무서워 지는 것도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그래서 요즘처럼 한해를 정리하거나, 뭔가를 짚고 넘어가야 할 때면 일부러 옷을 단정히 하고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그게 삶에 대한 예의라고 보니까요.
자주 헷갈리는 낱말로 매무새와 매무시가 있습니다.
'매무시'는 "옷을 입을 때 매고 여미는 따위의 뒷단속"이고, '매무새'는 "옷, 머리 따위를 수습하여 입거나 손질한 모양새."입니다.
곧, 매무시를 잘하면 매무새가 좋은 거죠.
올 한 해가 곧 끝나갑니다. 옷매무시 잘해서 좋은 매무새로 올해를 정리하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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