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구설과 구설수]
어제 농촌진흥청 국정감사를 잘 마쳤습니다. 뒷마무리할 게 한둘이 아니지만 그래도 큰 산은 넘었습니다. 그 핑계로 어제는 4차대전까지 치렀습니다. ^^*
요즘 들어 바빠서 뉴스를 거의 못 봤습니다. 이제 정신을 좀 차리고 아침에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니 소개하고 싶은 낱말이 나오네요.
'구설'과 '구설수'입니다. 한 연예인이 방송에서 욕을 해 구설에 올랐고, 며칠 전에 이를 사과했네요.
감 잡으셨겠지만, 구설과 구설수는 엄연히 다릅니다.
구설(口舌)은 "시비하거나 헐뜯는 말."로 남의 구설에 오르다, 괜한 구설을 들을지도 모른다처럼 씁니다.
구설수(口舌數)는 "남에게 시비하거나 헐뜯는 말을 듣게 될 신수."입니다. 신문에 난 오늘의 운수를 보니 구설수가 있더라처럼 씁니다.
이렇게 구설과 구설수는 다릅니다. 구설은 좋지 않은 말이고, 구설수는 그런 말을 들을 운수입니다.
따라서, 어떤 연예인은 올해 '구설수'가 있어 요즘 누리꾼의 '구설'에 오른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구설과 구설수는 분명히 다른데도 사전을 보면 엉뚱하게 풀어놨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구설수'의 보기에 구설수에 오르다, 구설수에 휘말리다, 시빗거리로 되어 구설수에 오르는 것이다라는 보기를 들었습니다.
우리말 큰사전에도 구설수에 오르다를 보기로 들었습니다.
'구설'에 오르는 것이지, '구설수'에 오르는 게 아닙니다. '수'가 운수를 나타내는 것인데, 어떻게 '나쁜 말을 들을 운수'게 오른다는 거죠?
이런 것을 어떻게 봐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말의 쓰임을 여러 가지로 만들었다고 봐야 할지, 사전이 엉터리라고 봐야할지......
그런 게 또 있습니다. '새벽' 아시죠? 먼동이 트려 할 무렵입니다. 다들 그렇게 알고 계십니다.
그러나 사전에 보면 "(이른 시간을 나타내는 시간 단위 앞에 쓰여) '오전'의 뜻을 이르는 말."이라 풀어놓고, 새벽 한 시, 나는 새벽 세 시경에 병원에서 태어났다를 보기로 들어놨습니다.
날이 막 밝을 무렵이 아니라 밤 12시가 넘으면 바로 새벽인 겁니다. 새벽 12시 1분...이라 써도 틀렸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이런 것을 두고 우리말의 쓰임을 여러 가지로 만들었다고 봐야 할지, 사전이 엉터리라고 봐야할지......
이런 것을 보면 어지럽습니다. 그러니 우리말이 어렵다는 말을 듣지 싶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궁금한 게 또 있습니다. 제가 지금 어지러운 게 이런 우리말을 생각해서 어지러운 것인지, 아니면 어젯밤 술이 덜 깨서 어지러운지......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글을 쓸 때 될 수 있으면 옆으로 새지 않으려고 힘씁니다. 그래야 읽는 사람들이 쉽게 글을 따라올 수 있거든요.
지금도 구설과 구설수 이야기를 하면서 이왕이면 그런 말보다는 '입방아에 오르다'가 더 좋다는 것을 말씀드려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글이 꼬일 것 같아서 구설과 구설수만 푼 겁니다. 그러고 나서 맨 뒤에서 '입방아'을 소개한 겁니다. 우리말이 구설보다 못해서 나중에 소개한 게 결코 아닙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