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오늘도 무척 추울 거라고 합니다. 건강 잘 챙기시길 빕니다.
어제와 그제 편지를 보시고 황성하 선생님께서 답장을 보내주셨습니다. 같이 읽고자 선생님의 허락을 받아 여기에 소개합니다.
[두 번째 편지] 사실 제가 우리말을 공부하면서, 우리말을 정확하게 쓰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를 자꾸 생각합니다. 실수도 아니고 의도적으로 우리말을 파괴하려는 사람들이, 대단한 창의성과 개혁성을 가진 양, 목에 힘주는 모습이 싫습니다. 못 배웠으면, 그래서 그러려니 하는데, 좀 배웠다는 사람들이, 현학적인 표현이나 쓰려고 하고, 이상하게 말을 조합해 놓고, 그것도 모르냐고 대중을 향해 소리 없이 외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부족하지만, 제 글이 다 함께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다면, 얼마나 영광이겠습니까? 제 글 중에, 따옴표 처리가 안 된 부분도 있고 하니, 성 박사님께서 다시 한번 수정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추운 날씨에 건강에 유의하시길 바라며.....
[첫 번째 편지] 언어 파괴와 창의성은 구별되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가끔 사람들은 순수한 우리말을 비틀고 필요 이상으로 축약하여 마구 파괴해 버립니다. 안타깝습니다. '좋은' 을 '조은'으로, '착한 남자'를 '차칸 남자'로 하는 것도, 변형된 언어 파괴입니다. 우리는 언어를 사용하는 쪽으로 생각도 굳어 버리게 되어 있습니다. 올바르게 쓰지 못하고, 변형된 말을 쓰다 보면, 생각도 자연스럽게 그러한 모습으로 따라간다는데 문제점이 있습니다.
중간고사 시험에 어느 학생이, 쌍시옷을 홑시옷으로 기술하여, 오답으로 처리되었습니다. 이를테면, '왔다', 를'왓다', '했다'를 '햇다'로 적는 사이버 공간의 습관을 따라갔다가, 현실인지 가상인지 구분 못 하고, 홑시옷으로 적어 오답처리되었고, 그 학생이 항의하러 왔기에 들어 줄 수 없음을 설명하고 되돌려 보낸 적이 있습니다.
자꾸 사용하다 보면, 그릇된 말도 눈에 익어버려, 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하지 못하고, 습관대로 가는 것입니다. 제가 국어를 가르치고 있고, 받침 하나에도 제대로 가르쳐야 할 입장에 있기에, 그 학생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오탈자로 인정하여 1점을 감점하였고, 공부를 썩 잘했던 그 학생의 점수는 1점 감점으로 89점이 되어, 2등급으로 밀렸습니다. 내신 성적, 1등급 차이는 아주 큰 점수 차이겠지요.
그 학생에게 물었습니다. "너, 평소에 핸드폰 문자 보낼 때, 홑시옷을 주로 쓰지? 그 학생의 대답은 "네" 였습니다. 가상에서 쓰던 버릇이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되었고, 의외의 결과로 번진 것입니다.
인터넷 상에서, 끼리끼리 쓰는 문자이므로 괜찮거니 생각하겠지만, 언어 파괴는 곧 정신 파괴로 이어진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명심해야 하지 않을까요.
창조성은 우리말을 정확히 지키는 데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고맙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