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29] 우리말) 왔다리갔다리

조회 수 6701 추천 수 0 2013.01.29 09:35:40

우리말 '왔다 갔다'에 일본말 '타리'가 붙어
'왔다리갔다리'라는 말을 만들어 쓰는 것 같습니다.
우리말로는 그냥 왔다 갔다한다로 쓰시면 됩니다.

안녕하세요.

1.
오늘 아침 KBS 뉴스에서 '안전벨트'라고 하지 않고 '안전띠'라고 했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안전벨트'를 '안전띠'로 다듬었다고 나와 있습니다.

2.
벌써 화요일입니다.
이렇게 이틀만 더 지나면 1월이 갑니다. 
왜 이리 세월이 빨리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는 일 없이 일터에만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은데, 시간은 잘도 흘러갑니다.
이렇게 왔다리갔다리하다 금방 나이를 먹겠죠? ^^*

일본말에서 상태나 동작이 되풀이될 때 たり[타리]를 씁니다.
그래서 왔다 갔다 하는 것을 行(い)ったり(き)たり[잇타리끼타리]라고 합니다.

우리말 '왔다 갔다'에 일본말 '타리'가 붙어
'왔다리갔다리'라는 말을 만들어 쓰는 것 같습니다.

우리말로는 그냥 왔다 갔다한다로 쓰시면 됩니다.

화요일 아침입니다. 오늘도 이왕 일터에 나왔으니 열심히 일 잘하고 가야겠죠?
저도 지금부터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왔다리갔다리하지 않고, 
아니, 
커피 마신다고 괜히 왔다 갔다 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

고맙습니다.

보태기)
1.
우리말에 "어쩌다가 가끔"이라는 뜻을 지닌 '오다가다'라는 어찌씨(부사)는 있어도
'왔다갔다'라는 낱말은 없습니다.
그래서 '왔다 갔다'로 띄어 썼습니다.

2.
아침 출근길에 갑자기 안도현 님의 '너에게 묻는다'는 시가 떠올랐습니다.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자신의 몸뚱아리를 
다 태우며 뜨끈뜨끈한 
아랫목을 만들던
저 연탄재를
누가 함부로 발로 찰 수 있는가?
자신의 목숨을 다 버리고
이제 하얀 껍데기만 남아 있는 
저 연탄재를
누가 함부로 발길질할 수 있는가?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포도와 클러스터]

안녕하세요.

오늘 오후에 비가 많이 내릴 거라고 합니다. 걱정이네요.

어제 문제의 답은 새치부리다입니다. 
모두 열 분께 작은 선물을 보내드렸습니다.

어제 오후에는 포도로 주전부리를 했습니다.
포도... 포도하면 할 말이 참 많습니다.
오늘 좀 조심하면서 편지를 쓸게요. ^^*

먼저,
저 대학 다닐 때, 뉴럴, 퍼지, 제네틱 따위의 알고리즘을 배웠습니다.
뉴럴이야 신경망이론이라는 것을 다 아실 것이고,
퍼지도 많이 들어보셔서 아실 겁니다.
Fuzzy는 복숭아 털에서 나왔습니다. 
복숭아에는 잔털이 많잖아요. 이 잔털 때문에 어디까지가 복숭아이고 어디부터 털이라고 해야 할지 쉽게 가를 수 없습니다.
바로 이렇게 확실하게 가를 수 없는 것을 퍼지라고 합니다.

클러스터는 포도에서 왔습니다.
Cluster는 포도송이를 뜻합니다.
포도에는 여러 알맹이가 붙어 있잖아요. 그렇게 여러 알맹이가 붙어 하나의 송이를 이루는 것을 클러스터라고 합니다. 
다발이나 뭉치를 말하는 것이죠.
정보통신 쪽의 갈말로는 
"유사성의 개념을 바탕으로 몇 개의 집단으로 분류한 정보의 집합"정도 될 겁니다.
(갈말 : 전문용어)

이 클러스터를 관공서에서는
기업, 대학, 연구소 등이 사업 전개, 기술 개발, 부품 조달, 인력과 정보의 교류 등에서 상승효과를 이끌어 내고자 한군데 모여서 서로 간에 긴밀한 연결망을 구축하는 일, 또는 그런 상태로 씁니다.
혁신 클러스터, 산업 클러스터니, 지식 클러스터...... 심지어는 R&D 클러스터...

아마 이 클러스터를 가방끈 긴 사람들이 처음 썼을 겁니다.
그분들이 다발, 꾸러미, 송이를 썼으면 어땠을까요?
산업 클러스터보다는
산업 다발, 산업 꾸러미, 산업 송이...
지금은 낯설지만 여러 번 들으면 익을 것 같은데...

국립국어원에서는 '클러스터'를 '산학 협력 지구'로 다듬었습니다.

이 정도 쓰면 욕 듣지 않겠죠? ^^*

저는 가끔 UFO이야기를 합니다.
UFO는 Unidentified Flying Object의 약자인데,
이것을 있는 그대로 번역하면 '정체불명의 비행체'가 됩니다.
그러나 누군가 이것을 '비행접시'라고 번역했습니다.
얼마나 멋진 말입니까.
'정체불명의 비행체'나 'UFO'보다 '비행접시'가 더 낫지 않나요?

저는 혁신 클러스터나 산업 클러스터가 아닌 다른 낱말을 그리워합니다.
애타게 그리워합니다.

이렇게 글을 쓰면 괜찮죠? 욕 들을 정도 아니죠?

떨리네요. 
"친구야, 나 떨고 있니?" 
모래시계에서 끝 부분에서 나왔던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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