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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상가와 상갓집]
안녕하세요.
우산은 챙겨오셨나요? 오늘부터 또 비가 온다네요.
이렇게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지니 어르신들의 건강이 걱정됩니다. 어제는 부고를 네 건이나 받았네요. 오늘은 상가, 상갓집을 알아보겠습니다.
"사람이 죽어 장례를 치르는 집"을 '상가'라고 합니다. 이 '상가'뒤에 흔히 '집'을 붙여 '상갓집'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상가(喪家)가 죽을 상 자에 집 가 자 이므로, 상가 뒤에 집을 붙이면 겹말이 됩니다. 틀린 말입니다.
우리 말은 참 재밌습니다. '상가집'이나 '상갓집'은 분명히 틀린 말인데, 사람들이 많이 쓰기 때문에 표준어로 봤습니다. '상갓집'은 바른말입니다. 표준어로 사전에 올라있는 낱말입니다.
이렇게 겹말이면서 사전에 오른 낱말은 처갓집, 외갓집, 상갓집, 초가집, 생일날, 고목나무, 포승줄, 국화꽃, 매화꽃, 해안가, 단발머리 따위입니다. 이런 낱말은 처가, 외가, 상가, 초가, 생일, 고목, 포승, 국화, 매화, 해안, 단발로 써도 됩니다.
재밌는 것은 이렇게 사람들이 자주 쓴다고 해서 표준말로 사전에 오른 낱말은 한 낱말로 봐서 붙여 쓰지만, 그렇지 못한 억울한 낱말도 있습니다. 국화꽃이나 매화꽃은 한 낱말로 사전에 올라 있지만, 나라 꽃이라는 '무궁화꽃'은 사전에 없습니다. 그래서 '무궁화 꽃'이라고 띄어 써야 합니다. 한 낱말이 아니니 띄어 써야죠.
글이나 말은 군더더기 없이 깨끗한 게 좋습니다. 짧고 쉬운 글이나 말이 뜻을 전달하는 데 훨씬 좋습니다.
상갓집이 사전에 올라 있으니 쓰면 안 된다고 할 수도 없지만, 그래도 '상갓집'보다는 '상가'가 훨씬 깔끔하지 않나요?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