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각시현아 씨,
무모하게 나를 선택해 줘서 고맙고,
8
대 독자 낳아줘서 고맙고,
늦둥이 낳아줘서 또 고맙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우리말 편지에서 가끔 어머니가족누나 이야기 따위를 하는데요.
왜 아내 이야기는 한 번도 하지 않느냐고 묻는 분이 계셨습니다.
실은 가끔 하는데요. ^^*

오늘이 셋째 지원이 생일입니다오늘이 이 세상에 태어난 지 24개월이 된 거죠.
2
년 전 애가 태어났을 때 
MBC 
여성시대를 통해 아내에게 쓴 편지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애 생일을 맞아 그 편지를 다시 소개합니다.

돌아가신 저희 아버지는 6대 독자입니다
딸을 낳고 나서 저를 낳으셨습니다
제 뒤로도 딸딸이 있습니다그래서 저는 1 7녀에 7대 독자입니다.

그런 제가 결혼을 했습니다
어떤 속없는 아가씨가 시누이가 일곱이나 있고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7대 독자에게 시집을 오더군요

결혼하고 6년 만에 어렵게 첨단과학의 도움으로 첫 애를 낳았습니다
큰딸입니다
그로부터 2년 뒤 자연산(?)으로 아들을 낳았습니다
걔가 8대 독자입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강산이 일곱 번이나 바뀌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7년 터울로 셋째가 태어났습니다

그게 딱 10일 전이네요. ^^* 
애 엄마가 마흔이 넘어서 노산인데다임신성 당뇨가 있고양수가 많아 위험하다면서 종합병원으로 옮겨 현대과학의 힘을 조금 빌려 애를 낳았습니다

사랑하는 각시현아 씨,
무모하게 나를 선택해 줘서 고맙고,
8
대 독자 낳아줘서 고맙고,
늦둥이 낳아줘서 또 고맙습니다.
늦둥이 잘 키우려면 우리가 건강해야 해늘 웃으면서 건강하게 살자~~~! 



이런 편지가 2년 전 라디오에 소개되었습니다.
오늘 저녁에 집에 가서 셋째 생일을 축하해줘야 하는데,
저는 오늘 일터에서 숙직을 서야 합니다.
하필 이런 날... ^^*

주말 잘 보내시길 빕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지난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
노지가 아니라 밖한데]

"
경기 여주서 올해 첫 노지 벼 수확"이라는 꼭지의 기사가 있네요.
여러분 '노지'가 뭔지 아세요?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꼭 많은 낱말을 쓴다고 좋은 것은 아닙니다.
필요없는 말도 많고안 쓸수록 좋은 낱말도 많습니다.

노지(露地)
이슬 로 자와 땅 지 자를 써서
"
지붕 따위로 덮거나 가리지 않은 땅."을 말합니다.
, ''이고 '한데'.

따라서 '올해 첫 노지 벼 수확'
'
올해 첫 밖 벼 수확'이라는 뜻이 됩니다.

벼는 주로 밖에서 자라죠?
논이 방안에 있지는 않잖아요.
그렇다면 ''을 빼도 됩니다.
그냥 '올해 첫 벼 수확'이라고 하면 더 낫지 않나요?

물론 하우스에서 자라는 벼도 있기에 일부러 밖이라는 것을 강조한 걸 겁니다.

좀더 나가보죠.
제가 농업 일을 하다 보니 농업에 있는 엉터리 말이 많이 보입니다.

'
수도'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지금도 농업관련 교과서에 많이 나옵니다.
水稻로 "논에 물을 대어 심는 벼."를 뜻합니다.

'
육도'도 있습니다.
陸稻로 육지에서 키우는 "밭벼"입니다.

쉽고 좋은 우리말을 쓰면 좋은데 왜 굳이 어려운 한자 낱말을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나서서 우리말을 사랑해야
온 누리 사람들이 우리말우리글을 높이 쳐다보게 됩니다.

한자건 한글이건
'
노지', '호우', '화훼'라 써 놓으면 우리말을 죽습니다.
꼭 露地豪雨花卉라고 써야만 우리말이 죽는 것은 아닙니다.
한데큰비꽃이라 써야 우리말이 삽니다.

우리 말이 죽으면 우리 얼도 죽습니다.
그럼 우리는 얼빠진 사람들이 됩니다. ^^*
얼빠진 사람들만 사는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겠어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18704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4244
1696 [2010/04/15] 우리말) 코털이 세다 id: moneyplan 2010-04-15 3740
1695 [2010/04/16] 우리말) 바끄럽다/서머하다 id: moneyplan 2010-04-16 3627
1694 [2010/04/19] 우리말) 튤립과 튜울립 id: moneyplan 2010-04-19 3381
1693 [2010/04/20] 우리말) 병해충과 병충해 id: moneyplan 2010-04-20 3189
1692 [2010/04/21] 우리말) 꽃보라 id: moneyplan 2010-04-21 3397
1691 [2010/04/22] 우리말) 도토리 키 재기와 도 긴 개 긴 id: moneyplan 2010-04-22 3714
1690 [2010/04/23] 우리말) 종자의 소중함과 라일락 꽃 id: moneyplan 2010-04-23 3305
1689 [2010/04/26] 우리말) 나가다와 나아가다 id: moneyplan 2010-04-26 3234
1688 [2010/04/27] 우리말) 잊다와 잃다 id: moneyplan 2010-04-27 3470
1687 [2010/04/28] 우리말) 떨구다와 떨어뜨리다 id: moneyplan 2010-04-28 3173
1686 [2010/04/29] 우리말) 들고파다 id: moneyplan 2010-04-29 3501
1685 [2010/04/30] 우리말) 비게질 id: moneyplan 2010-04-30 3233
1684 [2010/05/03] 우리말) 가축 id: moneyplan 2010-05-03 3130
1683 [2010/05/04] 우리말) 나들가게 id: moneyplan 2010-05-04 3289
1682 [2010/05/06] 우리말) 등살과 등쌀 id: moneyplan 2010-05-06 3729
1681 [2010/05/07] 우리말) 거시기와 머시기 id: moneyplan 2010-05-07 3251
1680 [2010/05/10] 우리말) 과속방지턱 id: moneyplan 2010-05-10 3375
1679 [2010/05/11] 우리말) 주꾸미 id: moneyplan 2010-05-11 3314
1678 [2010/05/12] 우리말) 청서와 철설모/책갈피와 갈피표 id: moneyplan 2010-05-12 3214
1677 [2010/05/13] 우리말) 삐끼 id: moneyplan 2010-05-13 3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