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4/03] 우리말) 만빵과 만땅

조회 수 5197 추천 수 0 2013.04.04 09:23:59

'만빵'도 쓰고 '만땅'도 쓰는데요.
모두 일본말입니다.
만땅은 滿tank에서 온 말일 겁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합니다.
그래서 어제저녁에 세종시에서 수원에 있는 집으로 올라왔고,
오늘 새벽에는 초등학교 2학년 아들 녀석과 이제 막 두 돌이 지난 딸을 데리고 목욕탕에 다녀왔습니다.
애들과 같이 목욕탕에 다녀오는 이 맛을 어찌 짧은 글로 다 나타낼 수 있을까요.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조금 전에 목욕탕에 있을 때가 생각나서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
내일 새벽에 다시 세종시로 갔다가 저녁에 올라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는 하지만,
주중에 이렇게 하루라도 집에 오면 기분이 참 좋습니다. ^^*

어제 보내드린 편지에서 '만빵'을 소개했는데요.
'
만빵'이 아니라 '만땅'이라고 쓰지 않느냐는 말씀이 많으셨습니다.

'
만빵'도 쓰고 '만땅'도 쓰는데요.
모두 일본말입니다.
만땅은 滿tank에서 온 말일 겁니다.
滿タンまんタン[만땅]인거죠.
우리말로는 '가득'이라고 하면 됩니다.

예전에 보낸 편지를 붙입니다.


[
기라성 같은 사람들 =>> 대단한 사람들]

요즘 제가 근무하는 회사에서 을지훈련 중입니다.
어제는 제가 상황실에서 근무하는 날이었죠.
아침에 상황실 일을 교대하고 있는데,
마침 높으신 분이 오시더니,
“이번 근무조는 기라성 같은 사람들이라서 상황실이 잘 돌아가겠네!”라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직원을 격려해 주시는 것은 좋은데,
‘기라성’이라는 말은 영 거슬리네요. ^^*

아시는 것처럼 기라성은 일본말입니다.
기라성(綺羅星きらぼし[기라보시])에서,
‘기라(きら[기라])’는 일본어로 반짝인다는 뜻이고,
()은 별입니다.
따라서 말 그대로 풀면,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또는,
그런 실력자들이 늘어선 것을 비유하는 말이죠.
 
이렇게 일본말이
우리 생활주변에 남아있는 게 많습니다.
몇 개만 예를 들어보죠.

지금은 별로 쓰지 않지만,
‘지하철에서 쓰리 당했다’ 할 때,
‘쓰리(すり[쓰리])’는 ‘소매치기’라는 일본말입니다.
 
‘이번 회식비는 각자 분빠이 하자’할 때,
분빠이(ぶんぱい[분빠이])는 ‘分配’를 일본식 발음대로 읽은 것입니다.

야미(やみ[야미])라는 말은 ‘뒷거래암거래’를 뜻하는 일본어고,
삐까삐까(ぴかぴか[삐까삐까])는 ‘번쩍번쩍 윤이 나며 반짝이는 모양’을 나타내는 일본어 의태어입니다.
 
유도리(ゆとり[유도리]) 대신 ‘융통성여유’를 쓰면 되고,
노가다(土方どかた[도가다]) 대신 ‘노동막일’을 쓰면 되며,
무대포(無鐵砲むてっぽう[무뎃뽀우]) 대신 ‘막무가내’라는 우리말이 있고,
찌라시(散らしちらし[찌라시]) 대신 ‘광고 쪽지’나 ‘광고지’라고 쓰면 됩니다.

차에 기스(きず[기스])가 난 게 아니라 ‘흠집’이 생긴 것이며,
사장님에게 구사리(腐りくさり[쿠사리])를 먹은 게 아니라 ‘면박’당한 것입니다.
차에 연료를 입빠이(一杯いっぱい[잇빠이])넣거나 
만땅(滿タンまんタン[만땅]) 채울 필요 없이,
‘가득’ 채우면 됩니다

며칠 전이 광복 60주년 이었습니다.
친일파 후손이 땅을 찾기 위해 내는 더러운 소송을 보면서 열만 받을 게 아니라,
내가 쓰는 말 가운데
나도 모르게 쓰고 있는 일본말은 없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는 하루로 보내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앞에 예전에 보낸 편지를 붙여서 여기에는 붙이지 않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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